초대일시 / 2012_0427_금요일_05:00pm
화봉 갤러리 초대 개인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 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 1159 gallery.hwabong.com
재현을 넘어선 흔적으로의 그림 ● 김정훈은 물감이나 페인트를 이용하여 낙지가 움직인 흔적을 담아낸다. 이는 낙지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낙지처럼 보이는, 낙지와 닮은, 낙지로 인식되는 대상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낙지가 캔버스위에 놓인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의 몸부림을 담아낸 것이다. 물론 김정훈의 초기 작품에는 이러한 낙지가 움직인 물감의 흔적을 담아낸 후에 낙지의 이미지를 직접 그려서 표현하기도 했지만 작가 스스로도 이 낙지 「흔적」 시리즈를 발전해 나가면서 점차 낙지의 형태를 지워내기 시작한다.
김정훈의 작품에서 보이는 '흔적'이라는 개념은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전개해 나간 '인덱스론'이라는 이론을 통해 접근해 볼 수 있겠다. 이 '인덱스론'의 특징은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 기호학의 도상(icon), 지표(index), 상징(symbol)의 3가지의 범주를 통한 비교로 알아볼 수 있는데 이는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담론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의 그림이 '재현'이라는 목표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어떤 대상의 닮음을 표현하는 도상의 개념이 아닌 대상과 물리적인 관계 속에 제작된 하나의 흔적인 지표로 해석하는 것이다. ● 크라우스는 지표적 특징을 말하면서 "지문, 발자국 또는 탁자 위에 차가운 물 컵을 놓았을 때 생기는 습기자국과 같은 방식으로 세계의 대상과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광화학적으로 획득된 흔적(trace)이다."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일종의 현실의 각인(imprint)이며 전이(transfer)이다. 데생과 회화는 실존여부와 상관없이 닮음을 매개로 머릿속에서 재현할 대상의 형태를 추정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도상인 반면 사진과 같은 매체의 지표성은 증거의 흔적인 것이다. 도상이 대상의 존재가 허구인 반면 사진의 대상은 반드시 실존하기 때문에 사진의 '대상에 대한 닮음' 때문에 그것을 도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어떠한 대상에 대한 닮음에 있어 도상에서의 닮음과는 달리 사진에서 이미지의 닮음은 물리적으로 강요된 상황에서 광학적, 화학적인 작용에 의해 강제된 닮음이다.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김정훈의 그림은 기존의 대상의 재현의 범위에서의 회화를 뛰어넘어 사진과 같은 매체에서 보이는 지표성이라는 그 고유성의 범위를 넘나드는 작업형태라고 볼 수 있다. ● 또한 퍼스는 닮음의 기호인 도상으로서의 이미지 해석과 구분한 '지표'라는 개념을 통해 그 동안의 미술 해석 방식과는 다른 전통적인 회화, 조각에 관한 차별화 된 접근방식을 모색했다. 지표로서 작품을 판단한다는 것은 기존에 우리가 미술 작품 해석에 있어 중시 여겼던 닮음의 미메시스를 탈피하는 중요한 기점이 되었고 이와 같은 접근은 이미지를 기호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현대미술에서 새로운 작품해석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김정훈의 「흔적」시리즈는 지표적 특징에서와 같이 미메시스적 낙지 표현을 뛰어넘어 낙지가 주는 우연적인 효과를 유발시키면서 그 흔적을 담아내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이미지를 담아낸다.
아브젝시옹을 통한 해방과 승화 ● 김정훈의 초창기의 작업에서는 동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코끼리의 항문에서 사람이 나오는 등의 모습과 낙지를 사용하는 모습과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보인다. 동물과 사람을 합체 시키려는 발상이나 낙지에 물감을 묻혀 죽어가는 과정을 흔적으로 담는 다는 것은 아브젝시옹의 배설물에 대한 배출, 금기에 대한 도전, 비천한 것에서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는 과정, 미와 추의 이질적 대립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더럽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늘 기준과 체제에서 구분 지어진 것들에 대한 거부에 대한 예술의 도전과 그 에너지를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느껴지는 혐오감, 위반에 대한 공포, 질서의 교란이라는 첫 인상에서 끝나지 않고 근본적인 해방과 승화를 통한 대립성과 양면성이 혼합 되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Approaching Abjection"라는 글에서 존재(l'être)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외부의 존재에 대한 반항과 불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러한 경계가 욕망을 부르고 유혹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는 라깡(Jacques Lacan)의 욕망이론을 참고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욕망이 미끄러지는 과정을 통해 좌절되면서 그것이 어떤 다른 곳을 향해 이끌리며 유혹과 혐오가 욕망의 충동으로 다가오며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라깡이 설명하는 이러한 충동으로서의 욕망은 나를 나의 주체(sujet)에서 벗어나게 하여 나를 분별의 인식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한다. 그리고 나를 욕망하게 하는 대상(objet)은 나 자신이 아브젝트에 의해 공격당할 때 내 감정을 그렇게 만든 대상을 욕망의 원인이자 욕망의 대상이라고 설명하면서 크리스테바는 이러한 대상이 대상의 지위를 박탈당해서 '추락한 대상'이라고 말하고 '축출된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욕망의 쾌락을 얻지 못한 대상을 아브젝트로 설명하며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이러한 상태는 극단적인 혐오를 불러 일으켜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토를 일으켜 분비, 배출, 배제, 축출, 유기를 일삼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이러한 불안의 상태에서 잃어버린 나의 주체는 대상과 애매한 상태에서 서로를 자극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아브젝트로 인해 아브젝시옹의 상태가 되는데 우리는 이러한 상태에서 내 스스로가 주체로서 존재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아브젝트를 버리려고 한다. 아브젝트를 버리기 위한 행동에서 나타난 불안은 막연한 형태의 두려움으로 대상이 없는 막연한 주체의 무규정성이 상응하며 주체가 아닌 존재의 불안일 뿐이다. ● 불안에 의해 스스로의 발버둥침의 에너지는 아브젝트를 충동과 분리될 수 없는 대상이 승화했다고도 설명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승화'의 개념은 예술작품에 있어서의 어떤 작가의 생각과 감성이 시각적이고 물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리스테바는 아브젝트는 숭고로 둘러 싸여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자신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대타자(l'Autre)이지만 그 만큼을 반대의 힘으로 사용하여 내 자신의 주체를 승화시키겠다는 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즉 이러한 현상은 숭고함을 통해 승화를 거쳐 주이상스(jouissance)의 상태로 이끄는 것이 아브젝트로 작용하여 작가와 작품 사이의 연결고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브젝트를 만나는 아브젝시옹의 에너지는 거대하며 혐오스럽고 더럽고 불쾌한 감정이 너무나 강렬한 주이상스로 변한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 김주옥
Vol.20120425c | 김정훈展 / KIMJUNGHOON / 金正訓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