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 尊嚴

김진열展 / KIMJINYUL / 金振烈 / painting   2012_0425 ▶ 2012_0508

김진열_가오리 손질_혼합재료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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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김진열은 삶의 체험적 질료를 중시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 시대의 인간적 꿈, 우리 자신이 간과하고 상실해온 꿈이 끈적 끈적하게 깃들어 있다. 대범하게 요약된 그의 인간상들은 두터운 마분지와 가위로 잘라붙인 금속판의 상이한 재질감을 바탕으로 친숙한 형태감을 자아낸다. 마치 우리들 자신의 벌거벗겨진 자화상 같다. ● 잠에서 깨어난 모습이나 기도하는 모습, 분노한 모습 등 그가 그려낸 형태들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재확인하고, 방황하기 쉬운 시대적 위상의 한가운데 서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 장석원

김진열_노숙인_혼합재료_2011
김진열_母性 모성_혼합재료_2011

형상회화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발언하면서도 그 회화적인 형식에의 접근과 표현의 정직성이 빚어내는 맛이 작업의 내용을 감각에서도 증폭시켜 주어서다. 누가 알까?, 얇디얇은 화장술로 조물거리며 회화를 그저 가볍고 흥미로운 기생처럼 눈요기의 대상쯤으로 전락시킨 상업적 회화의 조류속에서, 이토록 투박한 진심을 담지하고 있는 회화의 깊은 맛을. 기껏 인테리어를 위한 소도구나 장식물로 전락한 회화를 찾는 이들의 얇은 눈에 이런 두터운 문법과 태도가 읽혀질까. ● 아무튼 김진열의 근작은 여전히 그의 체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체질. 작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작업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다. 물론 그 가운데 현대미술의 다양한 논점이 있고, 내용이 있고, 비유가 있고, 또 형식이 있다. 체질로부터 유래하는 독자적인 표현의 차이들이야 말로 모든 작가들의 존재가치일 것이다. 김진열의 체질은 바로 이 강도 높은 직진의 투박함과 직접적인 어법이다.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내용에 비례하는 핵심적 형상과 거기에 맞는 표현법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바탕은 몸이 움직여서 흔적을 남기는 노동과 같은 힘과, 질료와 합일하는 섬세하고 민감한 피부와 같은 촉지(觸知)의 어울림이 빚은 조형적 감수성이다. 큰 액션으로부터 작은 느낌까지 동시에 전체와 부분을 느끼고 감지한다. 마찬가지로 형태와 붓질의 둔중함과, 날카롭고 예민한 물질감이 어울려서 만들어 내는 묘한 감촉의 시각성이 새롭다. ● 회화는 가장 원시적인 낙서나 그리기에서 부터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꿰뚫는 것에 이르기까지 작업과정에 있어서 '법'이 없다. 규칙이나 틀이 없다는 것. 그만큼 자유롭다. 그러나 미적 쾌감이 그냥 생기지는 않는 법, 그만큼의 훈련이나 내공이 필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으되 누구나 되지 않는 것이 바로 회화의 매력이다. 김진열의 회화는 그 즉흥적인 표현성만큼이나 그의 내부에 축적된 화면 장악력이 작동됨으로 가능한 것이다. 거기에서 물질이, 안료가, 붓질이 뒤범벅이 되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다. 미적 쾌감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마찬가지로 현실에 대한 김진열의 냉정한 시선과, 소외되고 낮은 곳의 이웃을 바라보는 따뜻한 품성이 끈질긴 정서를 배태해 냄으로 형상미술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 체질로부터 유래하는 주관적 미감과 사회를 바라보는 객관적 문제의식이 변증적으로 결합한 형상성의 한 전형으로 김진열의 표현적 회화는 중요하다. ■ 김진하

김진열_빈손_혼합재료, 아크릴채색_2011
김진열_중년_혼합재료_58×79cm_2012

자신의 삶에 대한 체험적 성찰이라 김진열이 설명했지만 결국 마지막 형태로 제시된 것은 희망의 바위 즉,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다. 아마도 김진열은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생활공동체에 극진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작은 돌부리 하나하나는 물론이거니와 희망의 바위 또한 김진열이 살고 있는 지역에 실제 존재하는 바위에 종이를 붙여 탁본을 뜬 작업들이다. 물론 거기에 그려진 인물들 또한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스케치한 사람들로 채워졌다. ● 지역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면까지 작업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작가의 욕심은 그렇다고 자신이 살아온 과거까지 팽개치지는 않는다. 지금은 원주에 정착하여 10여년이 훨씬 넘도록 살고 있지만 그는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서울로 올라왔다. 아마도 김진열에게 돌부리가 상징하고 있는 장소는 고향일 것이다. 그리고 자취가방은 당연히 서울생활을 돌이키게 만든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자신이 살아온 고향에 대한 기억은 작은 소품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김진열은 붉은색을 선택했다. 붉은색, 그 색이 지니는 상징은 매우 쎄다. 하지만 김진열의 붉은색은 고향바다를 생각한다. 푸른 또는 파란바다가 아니라 붉은바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고향바다는 하잘 것 없는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로 대적할 수 없는 태양과 함께 어우러진 너무나 웅장한 붉은 바다였던 까닭이다. ■ 최금수

김진열_출발선_혼합재료_2011
김진열_훈수_혼합재료_2011

김진열은 우아함이나 발랄함을 작업의 중심으로 채택하지 않는다. 되레 그의 색채와 조형은 오히려 무겁고 대개는 어렵고 때로는 대책 없는 낯설음이다. 또 그는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자르기'도 하고 붙이기도 하는데 이는 이음동의어의 세계이면서 추상적으로는 소외와 단절을 가리킨다. 그러나 김진열이 견딘 어떤 시대에는 이 행위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함의가 넓은 사회학적 용어였던가. 그래서 아니 그렇기 때문에 김진열의 작업을 수용하는 수용자들은 그의 작품 앞에서 달짝지근하고 나른한 쾌감을 일거에 몰수당하고 묵지근한 불쾌감에 시달리면서 순간적으로 먹통이 되기 십상이다. ● 작가는 이처럼 특유의 비화해적인 작품세계와 비타협적인 예술태도를 통해 우리의 흐물거리는 정신을 두드리고 뒤집어 놓으며 한편으로 은근슬쩍 엿 먹인다. 나는 이 점을 작가 김진열이 견지하는 예술적 화두라 믿고 있으며 아울러 동시대의 체기를 간단히 배신하지 않고 고독하게 지탱해온 그만의 예술적 깊이이자 진정성이라 속단하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한다. ■ 박세현

Vol.20120425b | 김진열展 / KIMJINYUL / 金振烈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