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섦, The Unfamiliarity

2012_0424 ▶ 2012_0525 / 일요일 휴관

원성원_쌓여가는 어제, 소심한 오늘, 움직이는 내일_C 프린트_125×164cm, 125×200cm, 125×164cm_2012

초대일시 / 2012_0424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류정민_박형근_안준_원성원 이명호_장석준_하형선

후원/협찬/주최/기획 / 카이스갤러리

관람시간 / 월~금_10:00am~06:30pm / 토_10:30am~06:0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 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7-16번지 Tel. +82.2.511.0668 www.caisgallery.com

일상의 평범한 사물과 공간은 관습적 사고로 인해 새로울 것 없는 단조로운 풍경이 된다. 이렇게 익숙한 오늘의 찰나도 작가들에게는 내면의 세계를 반영하는 창조적 실천의 계기가 된다. 7명의 사진 작가로 구성 된 이번 전시 『익숙한 낯섦』은 사회에 관한 또는 정치적 이슈를 담은 거시적 시각과 주제에 대한 담론은 뒤로 한다. 비판적 거리를 넘어선 예술의 가장 미시적이고 감각적인 영역에서 섬세함을 보여주는 작가 개개인의 예술 본질에 대한 숭고한 악수의 현장으로 초대하고자 한다. 서로 다른 연결 고리로 맺어져 낯섦이란 우연한 접근의 통로를 제공하고 낯설고도 익숙한 화면 안에 숨겨지고 드러난 연결고리는 관객과의 소통의 실마리를 능동적으로 제시할 것 이다. ● 이번 전시는 이미지의 조합과 재배열이라는 디지털적인 요소를 개입시킴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시각적 유희를 선사하는 류정민, 원성원, 장석준, 안준과 아날로그적 섬세함으로 인해 디지털요소의 개입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는 박형근, 이명호, 하형선의 작품을 소개한다. ● 원성원은 수백 개의 이미지 조각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조합하고 채워나간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 속 다양한 오브제들은 상징적 요소를 지니는 동시에 감상자에게 폭넓은 해석의 여지를 준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큰 이야기들의 부분을 이루며 형식에 있어 자유로운 접근법은 다양한 시점과 구도로 나타나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파란 바다 위에 펼쳐진 환상적인 이미지의 신작 쌓여가는 어제, 소심한 오늘, 움직이는 내일(2012)은 세 개의 분리 된 구조로 나타나며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에서 바라 본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형식 안에서 작가 자신을 반영한 자화상 같은 작품이다. 일상에서 만난 사물과 공간은 소통과 화해의 도구로서 그녀의 작품 안에서 현실의 견고함을 무너뜨리며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류정민_한 그루 나무 안의 풍경#1_피그먼트 프린트_65×206cm_2006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류정민의 작품은 붓이 지나간 수묵화의 찰나를 보는 듯 하다. 풍경 안에서 또 다른 풍경을 발견하기도 하고 주변 풍경들을 통해 전혀 새로운 구조의 풍경을 만드는 작가는 세상 속에서 느낀 본능과 직관을 따라 사진이란 미디어를 회화적인 조형법안에서 다양한 색과 감각으로 창조한다. 작가는 히치콕의 새장(2007)시리즈에서 어둠이 지나간 공포와 두려움의 순간을 담고, 한 그루 나무 안의 풍경(2006)시리즈에서 자작나무 안에 펼쳐진 또 다른 거대한 풍경을 포착한다. 근작The Path of Error(2008)시리즈에서는 적게는 수십 장에서 많게는 수천 장의 사진을 합성하여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조합함으로써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순간에 다양한 감정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석준_비단장수 왕서방_디지털 라이트젯 프린트, 싸이텍_200×96.5cm_2011

장석준은 도시의 거리를 걷다 만난 간판, 벽, 문, 셔터 등의 이미지를 통해 도시에 대한 기억의 잔상을 투영한다. 같은 종류의 비슷한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수집하고 반복적으로 조합시켜 전혀 새로운 구성 안에서 작가가 소통한 이야기 또는 추억이 담긴 역사의 한 순간을 내 보인다. 카메라에 포착 된 수많은 이미지들은 스쳐 지나간 도시의 풍경 속에서 획일화 된 그리고 현존하지만 우리의 시야에서 조금씩 뒤쳐진 사라져가는 어제와 오늘의 단편이다. 모텔 입구, 포장마차가 있는 밤거리 그리고 강렬한 칼라로 칠해진 공장의 이미지들과 같이 과거로부터 축적된 도시풍경은 작가의 프레임 안에서 보편적 감성의 파편으로 재생산 된다. 이러한 도시의 부분을 이루고 있는 개별적 구조들은 미학적 재구성 안에서 일상의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드리운 컬러풀한 패턴으로 재탄생 되어 도시가 만들어낸 빛의 잔상을 담은 공간 설치로 구성된다.

안준_Invisible Seascape#1_HDR 울트라 크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228.6×76.2cm_2010

실제로는 존재하지만 실재 같지 않은 풍경에 흥미를 느낀 안준은 현실과 허구를 뒤섞어 실재하지 않는 바다풍경을 깊이 있고 생경하게 만든다. Invisible seascape(2010)시리즈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촬영한 파도의 수십, 수백 개의 이미지들이 재 조합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파도의 이미지이다. 자연의 모습 또는 인위적인 형태로 보이는 파도는 조합이란 과정을 거쳐 가상의 바다를 이루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매체가 된다. 작가는 제어할 수 없는 대자연의 힘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물거품의 형상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바다 표면 위로 끊임없이 그 형태를 변화시켜 현실과 환상이라는 경계에서 사는 우리들의 생을 다시 한번 말하고자 한다.

박형근_Untitled#4-Hidden_C 프린트_100×125cm_2003

익숙한 풍경 안에서 시각적 변주를 만드는 박형근은 금단의 숲 Forbidden Forest(2011) 에서 빛 한줄기 없을 것 같은 음침하고도 축축한 숲의 향기와 공기의 촉감을 그대로 전한다. 출구 없는 빽빽한 청록의 숲은 짙은 녹음과 그 밀도 높은 무게 감을 전하며 감상자를 압도한다. 작가는 연출 된 오브제와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의 공기까지 섬세하게 조율하며 의식과 감각의 세계를 응축시킨 관계의 모호함과 이면의 잠재된 부분까지 보여준다. 무제Untitled(2004)와 텐슬리스 Tenseless(2004) 시리즈에서 꽃, 새, 천이나 옷 등 익숙한 오브제들은 자연의 부분이 되어 색의 대비와 빛의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 느낌을 발산한다. 이러한 모호함은 실재와 비실재라는 간극을 만들어 현실 이면의 모습들을 드러나게 한다.

이명호_Tree Abroad#2_종이에 잉크_78×114cm_2012

이명호는 사진 속에 캔버스라는 회화의 재료를 사용하여 대상을 철저하게 묘사하고 재현한다. 대표작Tree 시리즈에서 작가는 광활한 대지의 수많은 나무 중 가장 평범하고 흔한 나무 한 그루를 선택한다. 선택한 나무를 일년 정도 지켜본 후, 나무가 가장 그 나무의 캐릭터를 잘 나타내는 순간을 카메라 렌즈에 담기 위해 계절 그리고 햇빛과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거대한 나무 뒤로 큰 캔버스 천을 대고, 그저 대자연 속의 일부였던 나무는 하얀 캔버스 위에서 주인공이 되어 그 여린 이파리와 가지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흰 천 하나로 나무와 그것을 둘러싼 환경의 관계를 뒤틀고 재설정해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동시에 무의미하던 보통의 존재가 교감과 관찰의 대상이 된다.

하형선_Mercer Street, New York, NY I_C 프린트_40×30inch_2003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창 밖의 풍경을 담아온 하형선은 세월의 흔적이 희뿌옇게 묻어난 얼룩, 빗물 자국, 햇살의 따스함이 묻어난 유리 창 너머로 펼쳐진 또렷하지 않은 서정적인 풍경들을 아련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분리와 접촉의 의미로서의 매개체 "창"을 통해, 창의 내부에 위치한 자신이 서있는 지금의 순간을 인식하고 창 너머의 세계를 통해 외부와 마주한 자신을 자각한다. 더 나아가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선 작가는 인화과정에 한 줌의 쌀을 뿌리는 행위로 하여금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행운을 기원하고 그 것은 사진 안에서 외부와 경계의 층 위에 또 다른 정신적 영역에 위치하게 된다. ● 개인의 사사로운 감응은 무심한 사물과 공간을 통해 발견되어 재구성되기도 하고, 뿌연 막 뒤로 숨겨진 공간은 더 강렬하게 모습을 드러내면 이내 낯섦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작가는 시각적 대상으로 현존하는 하나의 불가피한 매개체를 통해 작가 내면의 긍정과 부정, 화해와 소통, 해소와 의문 그리고 희망과 상처의 부분을 덜어내어 관람자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은밀하게 마주하게 한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풀어 낸 작가들의 풍경 속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세상과의 조우를 기대해 본다. ■ 손보람

Vol.20120424d | 익숙한 낯섦, The Unfamiliarity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