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없고 웃기만 하고

임경섭展 / LIMKYUNGSUP / 林京燮 / painting   2012_0421 ▶ 2012_0522

임경섭_조각 낸 시카고 치즈 케익(Part time Lov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5×61cm

초대일시 / 2012_0512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1:00am / 일요일_12:00pm~10:00pm

그문화 갤러리 SPACE OF ART, ETC. 서울 마포구 당인동 28-9번지 1층 Tel. +82.2.3142.1429 www.artetc.org

임경섭은 연애 혹은 사랑, 그리고 이와 동의어인 이별의 달콤함을 그린다. 시간의 축으로 쌓인 나의 지나간 연애들, 공간의 축으로 열거된 너와 나의 서로 다른 연애들은 다양하고 그 수는 많으며, 게다가 그 끝은 종종 너무 씁쓸하지만, 그래도 연애는 달콤하다.

임경섭_녹색광선(마음대로 안 된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60cm
임경섭_마놀로 블라닉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45cm
임경섭_Don't Fear Alo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112cm

임경섭은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거나 붙잡고 있던 연애가 끝나갈 무렵 벌어지는 난감한 순간들을 강박적으로 간결한 선과 색으로 포착하여 그린다. 그는 포토샵으로 드로잉과 색을 배열하여 프로그래밍 된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캔버스로 옮긴다. 이러한 반복적 그리기 방식은 그 수많은 연애들이 어떤 비슷한 패턴의 사이클을 가지면서, 동시에 서로를 반추하며 미묘하게 전치하는 꼴과 비슷하다. 그리기의반복이든, 연애의 반복이든, 반복이라는 운동은 그 대상의 구조를 은폐하고 있던 첨가물들을 걷어내어, 날 것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 반복의 운동 덕분에 임경섭은 연애라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모두가 공감할만한 지점들을 끄집어내 그린다.

임경섭_왜 바람을 쐬 달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53cm
임경섭_존경하는 국민여러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117cm

작가에게 연애는「조각 낸 시카고 치즈 케익」에서처럼 자르고 떨어져 남은 작은 부스러기만 먹어도 달콤한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론「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처럼 성심성의를 다해 펼치는 고도의 정치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마놀로 블라닉」은 이별의 마지막 단계에 질러버린 값비싼 구두 밑창에 질척하게 밟히는 지난 사랑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침착되어버린 커피」는 연인이 남긴 마지막 커피를 버리지 못한 채 긴 시간, 그 자리에 놓아둔 커피잔에 대한 인상이다. 담겨있던 커피는 모두 날아갔지만 사랑에 대한 기억과 추억은 짙은 색으로 침착되어 뒤엉켜있다. 그의 닮은 듯 다른 그림들은 이렇게 연애를 포함한 우리네 관계에 대해 말한다. 혹시나 모두가 대답은 없고 웃기만 하더라도. ■ 이민지

Vol.20120421h | 임경섭展 / LIMKYUNGSUP / 林京燮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