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및 이벤트 / 2012_0512_토요일_02:00pm_우민아트센터
리서치라이브러리 / 전시 및 리서치 자료와 작가 포트폴리오가 소개됩니다.
참여작가 김영은_KimChangPractice!!_부추라마_신제현 VIDE(강석민_오현경_이승도_진희웅)
기획 / 우민아트센터
관람시간 / 10:00am~07:00pm / 목요일_10:00am~09:00pm / 일요일 휴관
우민아트센터 wumin art center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 대우타워 B1 Tel. +82.43.222.0357 www.wuminartcenter.org
들리지 않았던 도시의 소리를 듣기 ● 이번 전시의 아이디어는 올해 초 1월, 중부 제 2고속도로에서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음악CD나 영어 테이프도 귀찮아지고, AM 라디오의 시사정치경제 그리고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유용할 때가 있다. 소리로 세상을 재구성하여 적극적으로 듣는다는 것 무엇보다 시각적이지 않은 비시각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했다. 이런 면에서 사운드스케이프는 조금 낯선 전시일 수도 있고, 불친절한 전시일 수 있다. 변명같지만, 그러한 지점에 전시의 소박하지만 야심찬 기대가 있다.
애매하고 불분명했던 전시는 작가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구체적이 되어 갔고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소리의 자본주의』에서 요시미 순야는 가후라는 예민한 소설가의 일상을 설명하며, 도시의 소리가 하나하나 도시의 장소적 확장 속에 들릴 수 있다는 것과 복제 기술(과학 기술)에 의한 평면적 소리가 주변에 넘치는 상황에서 장소적 소리 세계에 집착하려는 양면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도시 만보객의 일상, 『청취의 과거』에서 청각적 근대성의 의미, 『Noise & Capitalism』에서 자율적 발화로서의 소음과 신자유주의, 『청취의 기술』에서 듣기의 문화정치학적 접근은 중요한 개념이다.
김영은의 영상 작업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은 세미콜론을 화자로, 컴퓨터에서 익숙한 11개 부호에 대한 몽상적이면서도 유머 있는 소음극 퍼포먼스와 한국말이 어색한 외국인들의 나레이션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미지, 사운드, 텍스트의 연결과 미끄러짐이 가득한 소음극의 알레고리를 사용함으로써, 비물질적/물질적 영역, 비가시적/가시적 영역 그리고 과학적/예술적 영역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 청취라는 행위의 환기를 통해 세계에 대한 재인식과 재배치를 시도한다. 12개의 부호가 모여 거대 서사시를 만드는 코러스는 소음극의 배경이었던 장소는 빈 공간이 되면서 시각적 정치학의 주체를 역설하고 작가의 자의적 채록 드로잉으로 전시 된다. 장소-특성적 작업인 「입구로부터 열일곱 걸음」은 화이트큐브에서의 실제 소리를 블랙큐브의 상상적 소음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관계적 장소성을 제시한다.
KimChangPractice!!,는 인천(장윤주)과 청주(김민경)에서 성장하여 서울에서 조우하여 88만원 세대 아티스트 콜렉티브를 결성한 배경을 가진다. 충북과 청주 지역의 유명 설화 4가지를 5명의 사람이 다시 말로 전하는 나래이션을 듣는 것은 텍스트 기술(text description)방식이며, 비장소성과 비역사성의 알레고리를 가진 송도국제신도시의 평평한 이미지와 동시적으로 체험하는 행위는 장소성과 역사성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또 다른 제언이다. 전형적 장소성과 역사성에 대한 답사-채집-재배열의 방식은 KimChangPractice!!, 의 문화정치학적 재전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차이나타운에서 가져온 정물」로 대표된다.
부추라마는 하위문화와 하위주체에 대해 음악적 기록과 채집 그리고 합창이란 방식을 선택한다. 얼마 전 「무한도전」의 '명수야 놀자' 편에서 '엎어라 뒤집어라'의 방식을 놓고 멤버들끼리 진지한 열전을 본 사람이라면 그에 앞선 부추라마의 전국 초등학교의 놀이 문화 영상 앞에 즐거움과 추억을 함께 경험한다. 부추라마 1.0이 하위문화에 대한 기록이었다면, 부추라마 2.0은 비전문가들의 합창이란 하위주체의 발화를 보여준다. 또한 음악은 신자유의적 공간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소리를 되살리는 행위에서 중요한 매개가 된다.
신제현은 장소성을 사운드로 재현하는 ARIN Project를 전북 군산과 서울에서 진행한바 있다. 짧은 준비에도 물리적으로 청주의 곳곳을 다녀야 했던, 어쩌면 가장 사운드스케이프적인 작업이 아닐까 싶은, 「청주 싸운드 - 오르골」은 일종의 심리지리학적 사운드맵이다. 세르토가 주장했던 도시의 산책자가 어슬렁거리기로 도시 일상 공간의 재전유를 제시했다면 작가는 21세기적 도구를 사용하되 주체가 장소를 심리적으로 경험한 방식으로 오브제를 모으고, 그것들을 전시공간에 재배치함으로써 지역성에 대한 또 다른 기술(記述)을 시도한다.
VIDE는 '지금, 여기'에 라는 시점에서 도시성과 지역성에 대한 비물질적 시도에 대한 불완전한 가능성이다. 지역 미술 대학을 기반으로 한 신진작가들과 신진기획자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을 시도하고자 했지만,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지역성이 내포하고 있는 전형적 전통의 여러 맥락들을 살펴 보고, 익숙했던 시공간이 다르게 인식되는 경험 자체가 앞으로 지역연구와 미술에 대한 위치짓기 일 수 있다.
도시라는 압도적 시각성을 비시각으로 기술한다는 것은 지역성과 도시성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데,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 일상성에 대한 보편성과 특수성, 구술과 대중문화, 하위문화와 하위주체, 재전유와 재배치 등이 재해석의 주요 관점이다. 기획글을 폼나게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에 며칠을 고민해보았지만, 결국엔 (볼 수 있는데)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기에 들리지 않았던 것을 들리게 하는 경험과 인식의 맥락에 또 다른 예술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익숙했던 일상 공간의 낯선 소리를 듣고 우리의 동시대성을 이해하기 위한 상상과 실천의 시작이다. ■ 채은영
Vol.20120414g | 사운드스케이프 : 소리로 기술記述하는 도시풍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