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낚시 Geisterangeln

영혼의 낚시(Geisterangeln), 시선과 심상의 울림 ● '알 수 없음'에서 영혼을 낚는다. 밤부터 새벽 시간의 호수는 섬뜩하리만치 조용하다. 누군가 그 앞에서 오랜 시간 있는 다면 물속의 작은 생물이나 수풀의 움직임이 감지할 수 없는 다른 기운으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고, 자신의 체온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강한 추위를 경험하기도 한다. '춥다'라는 사실 외에 그 호수에서 느끼는 것은 모두 어둠 속의 불분명한 상태에 있다. 그 안에서 고립과 두려움 그리고 불안정한 심적 동요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맞물려 의식의 지향점은 흔들린다.

박경래_영혼의 낚시 Geisterangeln展_브레인 팩토리_2012

박경래_영혼의 낚시 Geisterangeln展_브레인 팩토리_2012

박경래는 이러한 특정 시간대의 변화현상을 인간의 인식계로 가져오는 작업에 집중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앞서 언급한 예를 들어- 자연과 대면했을 때의 피동적 심리변화를 주제화하지 않고, 자연적 변화과정에 작용하는 섬세한 요소와 그 측정치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태로 치환한다는 점이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들어가는 방식에 있어 상상과 가상의 내러티브 구조를 취하기에 앞서 치밀한 과학적 기록을 반복하여 '알 수 없는 것들'을 구체적 인식의 차원으로 돌려놓는다.

박경래_영혼의 낚시 Geisterangeln展_독일

"영혼의 낚시(Geisterangeln)"는 독일 퀠른의 매체예술학교에서 수학하고 활동 중인 작가가 보여주는 한국에서의 첫 번째 전시이다. 독일 남서부의 라커호수(Laacher See)를 소재로 한 그의 작업은 'Sound-Video-Drawing'이 결합한 복합매체 작품이다. 과거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거대한 라커호수에서는 지금도 가스기포가 발생하고 있으며, 물의 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따뜻하다. 박경래는 첨단의 센서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호수의 민감한 변화현상을 관찰한다. 그는 라커호수에서 1)기후의 온도, 2)온도의 변화에서 발생되는 이슬점, 3)그 이슬점이 가라앉을 때 생성되는 물의 움직임을 밤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수집된 많은 정보들을 토대로 7장의 드로잉악보와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악보들은 기록된 수치와 관계하는 음가에 의해 한 장에 3분씩 제작되어 총 21분의 음악으로 편집된다. 이와 같이 기술적으로 주도면밀한 제작방식은 그가 자신이 지닌 현실과 표현하고자하는 세계와의 관계를 하나의 전체현상 혹은 강하게 밀착된 분명한 것으로 규정하였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인식으로는 알 수 없는 영혼의 세계는 자연의 순환이치를 체감함으로서 알 수 있게 된다.

박경래_악보드로잉_총 7장_2010

그의 작업에서 기록과 측정에 의해 드러난 자연의 변화현상/ 21분의 드로잉악보는 한국 전통음악가 이원경의 서사적 구음(口音)으로 재창조된다. 박경래의 작업구조에서 구음은 센서에 의해 한시적으로 작동되나 중저음의 기본가를 유지하며 일정시간 전체공간을 에워싼다. 인간의 몸이 라커호수에서 채집한 미세한 움직임의 자연현상들을 초자아적 소리로 구현하고 있다. 구음의 초월적 세계와 더불어 "영혼의 낚시 (Geisterangeln)"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잔잔한 라커호수의 영상과 그 앞에 놓인 길고 가느다란 궁형의 낚싯대이다. 작가는 '낚시'의 개념을 통해 기다림이라는 동양철학의 윤리적 지표를 말함과 동시에 끊임없는 반복과 시도를 거듭하는 자신의 작업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 자연의 변화현상을 '영혼의 감각'으로 해석하는 박경래의 작업은 그 공감각적 요소들이 본래의 장소(라커호수)와 관계하나 자연과 조우하는 인간의 시선과 기다림이 공존하는 융합의 풍경으로, 그는 세대와 비교하여 다소 고답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자신의 세계관에 관하여 발언한다. "안경유리알의 광학적 시각의 올바름이 아닌, 전 미래적 우주를 위한 내적 세계의 올바름의 방향설정(Orientierung)을 돕기 위하여"라고... ■ 김숙경

박경래_악보드로잉_총 7장_2010

박경래_악보드로잉_총 7장_2010

The Spiritual Fishing (Geisterangeln), the Resonance of Gaze and Mindscape ● Fishing the Soul from the 'Unknown' The lake at night and dawn is terrifyingly quiet. If one stands in front of it for a long time, he would be able to detect the movement of small creatures and vegetation as in different forms of energy, or experience the biting cold that takes the heat away from his body. Everything else that he feels at the lake beside the coldness is in an unclear state. The aim of consciousness, coupled with the willingness to escape from the isolation, fear, and unstable mental agitation, shakes inside the darkness. ● Kounglea Park focuses on bringing the changes in this particular time into the phenomenon of human perception. Interestingly, as in the previously mentioned example, the artist does not subjectify the passive emotional changes that occur when faced with nature. Rather, she turns the delicate elements and their measurements that act on the natural process of the changes into the states the audiences can actually see and hear. As a way for discovering the unknown, she puts back the 'unknown things' to the specific level of recognition by repeating the dense scientific records before taking a fictional narrative structure. ● "The fishing of the soul (Geisterangeln)" is the first exhibition in Korea by this German-based-artist who studied at the Academy of Media Arts Cologne. Her works, which use Laach Lake (Laacher See) in the southwest of Germany as the subject matter, are in a combined format of 'Sound-Video-Drawing'. In the Laach Lake, created by a volcanic activity in the past, gas bubbles are still generated and the temperature of the water is higher than other regions. Park uses high-tech sensors and programs to observe the subtle changes in the lake. For 12 hours, from 8 pm to 8 am, she continuously measured 1) the temperature of the climate, 2) the dew point resulting from changes in temperature, and 3) the movement of water generated when the temperature goes below the dew point. Based on this vast amount of information, she composed seven chapters of drawing scores and scenarios. The scores are edited into a piece of 21-minute-long music (three minutes per chapter), by using the phonetic values associated with the recorded numerical values. This technically meticulous form of production shows that the artist has def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reality that she possesses and the world that she attempts to express as a phenomenon as a whole or the evident existences that strongly adhere together; The world of the soul that a man is not able to know through perception can be revealed by experiencing the logic of circulation in nature. ● The changes of nature, or the 21-minute-long drawing score, revealed by the records and measurements is re-created in Park's works through Wonkyoung Lee (a Korean traditional musician)'s oral sounds. In the artist's work structure, the sounds are temporarily presented by a sensor, but surround the entire space for a certain amount of time while maintaining the standard mid-to-low level sounds. The natural phenomenon, consisting of the subtle movements collected from the Laach Lake by the human body, is realized through the sounds of superego. Along with the transcendental world created by these sounds, in "The fishing of the soul (Geisterangeln)," the audiences can encounter the calm image of the Laach Lake and a long thin arched fishing rod. Through the concept of 'fishing,' the artist speaks about 'waiting' as an ethical indicator of the eastern philosophy, and expresses her will of constant repetitions and attempts. ● Park interprets the changing phenomenon of the nature as the 'sense of the soul'. In her works, she shows the scene of unification where the synesthetic elements, relating themselves with the original place (Laach Lake), coexist with humans' perspectives and waiting that encounter the nature. Through this, she speaks about her own view of the world which may seem somewhat transcendent as compared to the mundane world, as in the artist's words, "in order to help set the direction (Orientation) for, not the rightness of the optical vision by eyeglasses, but the rightness of the internal world for the whole futuristic universe." ■ Sook-Kyung Kim

Vol.20120412j | 박경래展 / PARKSOYOUNG / 朴素永 / sound.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