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41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제5전시장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작업을 하는 동안 침묵이라는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늘날엔 침묵이라는 말이 사어(死語)에 가까워지고 있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태박(太朴)' 이나 '시어(詩語)'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내가 하는 작업이 다른 양식이 할 수 없는 소통방식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건 바로 침묵을 향한 어떤 통로, 온갖 소음을 뚫고 보일 듯 말 듯 한 소로(小路) 같은 것을 하나 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통로를 통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평소에 보이지 않던 사물의 본질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도록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막스 피카르트는 그의 저서 『침묵의 세계』에서 "어떤 의미에서 침묵은 현재, 과거, 미래를 하나로 만든다."라고 했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이자 침묵과 빛의 건축가로 불리는 루이스 칸은 침묵을 가리켜 "밝지도 않고(lightless), 어둡지도 않은(darkless) 그 무엇"이라고 했다. 침묵은 말이 정지된 상태, 즉 무언가 결여된 상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침묵이란 그 속에 활발한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비어 있는 것 같지만 꽉 차 있는 것이다. 다만 쉽게 만져지거나 듣고 볼 수 없을 뿐이다. 부재의 기운들로 가득 차 있는 어떤 충만. 그런 점에서 침묵은 상당히 적극적인 것이고, 지양보다는 지향에 의해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닐는지. 전시의 주제이자 작품의 제목인 '명묵(明默)'이란 말 그대로 '밝은 침묵'을 의미한다. '충만한 비어있음', '존재와 우주의 합일', '현재보다는 미래를' 그리고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소 어려운 주제와 제목이지만 예술이란 원래 알아듣기 힘든 외침, 마치 빛의 목소리인 것만 같은 그런 외침이지 않던가. ■ 김정환
Vol.20120411e | 김정환展 / KIMJEONGHWAN / 金政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