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문형민_진기종_파트타임스위트_김기라_하태범_김상돈 한경우_김용관_김영섭_노진아_변웅필_이진준
관람시간 / 화~금_10:00am~08:00pm / 토,일,공휴일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 뮤지엄데이 운영_매월 2회(첫째,셋째주 화요일) 밤 10시까지 연장
서울시립미술관 SEOUL MUSEUM OF ART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서소문동 37번지) 본관 1층 Tel. +82.2.2124.8800 www.seoulmoa.org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술의 이슈를 점검한다는 취지 아래, 2004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해온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展이 올해로 5회째가 되었다. 『SeMA 청년 2012 : 열두 개의 방을 위한 열두 개의 이벤트』展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담론을 생산해 온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한국현대미술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한 새로운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동시대 청년미술의 단면을 조망한다. 작품의 매체와 장르 뿐 아니라 미술 자체의 경계마저 흐릿해진지 오래인 현 시점에서, 청년 작가들의 생각과 고민을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짚어보고, 관람객과 작가, 미술관이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 문형민, 진기종, 파트타임스위트, 김기라, 하태범, 김상돈, 한경우, 김용관, 김영섭, 노진아, 변웅필, 이진준 12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페인팅, 영상, 사진, 설치, 사운드 등 현대미술 전 부문을 포괄하며, 청년작가들이 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품 자체가 전시의 주제가 되어 각기 다른 12개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 12인의 참여 작가들이 12개의 방에서 각각의 고유한 예술적 사건을 펼쳐 보이는 동시에 하나의 커다란 서사 구조를 만들어 내는 이번 전시는 흡사 하나의 외부 이야기 속에 또 다른 내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액자소설과 유사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장 2층에서 3층으로 연결, 완결되는 포괄적 액자 속에서 페인팅, 조각, 설치, 미디어, 전자빛, 음향, 사이보그 등 12개의 다양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다. ● 열두 개의 방에서 펼쳐지는 열두 개의 이벤트는 현재진행형인 청년 작가 개개인의 행보를 보여주는 동시에 열두 개의 독립된 전시가 어우러져 지금 현재 청년 작가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한눈에 조망하는 하나의 전시로 완결된다. 차례로 연결되는 열두 작가의 방은 각각의 고유한 예술적 사건이 행해지는 독립된 무대이자, 동시대 미술의 지형을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무대를 위한 다양한 장면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열린 구성을 통하여 청년 작가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의미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동시대 미술의 논점과 발전적 미래를 도출할 수 있는 토론의 장으로서 기능하고자 한다. ■ 서울시립미술관
「by numbers series : 서울시립미술관 2000-2011」은 기존에 진행하던 숫자, 즉 통계를 이용하는 by numbers series를 이번 전시의 장소와 공간에 맞게 재구성한 작업이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 48회의 전시도록, 전체 페이지 7811, 총 문단수 80,458, 총 단어수 1,018,164를 컴퓨터로 스캐닝하였다. 입력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장 많이 사용된 열개의 단어의 횟수와 순위를 찾아내고, 가장 많이 사용된 열개의 색을 선택하였다. 완성된 단어와 색의 조합을 주어진 전시공간 총 면적 174.71㎡위에 각 단어의 빈도수에 따라 채색하였다. ■ 문형민
누군가의 정처없어 보이고 험난해 보이는 항해는 땅을 밟기 위한 여정일까... 지구 북쪽에서 녹인 새하얀 결정체들이 결국 세상을 푸른 바다로 변화 시킨 것일까. 땅을 찾아 헤메이는 걸까, 아니면 더이상 땅에서 살 수 없기에 무작정 다른 땅을 찾아 떠나는 것일까. 저 허름한 배 한척은 육지를 갈망하는 인류의 마지막 항해가 아닐까... ■ 진기종
시립비디오극장 ● '시립비디오극장'은 전시 제목이면서 입구와 출구, 극장 객석 디자인과 비디오 상영 프로그래밍을 포함하는 작업의 제목이기도 하다. 상영작인 '드롭 바이 덴: 비디오'(42분 04초, 2010)는 전시 기간 동안 한 시간 간격으로 상영된다. 한 차례 상영이 끝난 후에도 프로젝터는 꺼지지 않으며 약 18분 동안 극장 내부를 밝히면서 퇴장하는 관객을 배웅하고 입장하는 관객을 마중한다. 극장 입구에 설치된 커튼과 출구에 진열된 오브제들은 스크린 밖에 있는 인트로intro와 아우트로outro 기능을 한다. □ 상영작 「드롭 바이 덴: 비디오 (2010)」 2010년 9월 파트타임스위트는 열흘 동안 민간인 출입통제선 부근을 횡단하는 프로젝트 '드롭 바이 덴'을 진행했다. 여행의 루트는 대략적으로 계획되었고, 방문지역 및 명소 역시 여행 도중 상황에 따라 선택되었다. '드롭 바이 덴: 비디오'는 마치 속도전과 같이 치러진 열흘 간의 여행 기록이면서 그 와중에 촬영되고 채집된 풍경과 말들의 나열이기도 하다. 세 명의 멤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촬영한 다량의 영상 대부분은 영락없는 지방도시의 풍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느닷없이 마주치게 되는 검문과 제재, 보안과 전쟁의 이미지들은 과거의 공포가 속속 내려앉은 현재의 모습과 지속되는 긴장을 상기시킨다. 여행 도중 즉흥적으로 진행한 세 개의 단편적 퍼포먼스는 하나의 특정한 장소 혹은 구역에서 단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지역적 풍경과 함께 여행 전반의 과정을 함축한다. 「러캐스트: 서울 (2012)」 / 오프닝 퍼포먼스 파트타임스위트는 '시립비디오극장'의 개막 무대에서 '드롭 바이 덴: 비디오' 중반에 등장하는 낭독 퍼포먼스 '러캐스트(2010)'의 2012년 버전 '러캐스트: 서울'을 실행하였다. 2010년 '러캐스트'의 파편적 이야기가 지역의 기억 속에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공포감, 또 그것을 둘러싼 검열과 통제를 다루었다면, 2012년 '러캐스트:서울'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로부터 수집된 말과 기록들을 통해 이러한 공포감과 검열이 또 다른 형태로 현재의 시간을 속박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 파트타임스위트
이번 전시에는 「공동선_모든 산에 오르라! Common Good_Climb Every Mountain!」가 소개된다. 근 10년 동안 사진, 회화, 영상과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사회와 개인의 모습이 반영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작업 전반에 흐르는 희극적 요소와 서사적 구조가 통합된 보다 집약적인 작품세계인 '스펙터', '언 모뉴멘탈을 위한 드로잉들', '번영을 위한 새로운 이념들' 등 프로젝트 연작을 선보인다. '스펙터'와 드로잉들, 설치 연작은 신화와 종교, 사회, 경제구조에 의해 파생된 이미지나 성상들이 인간의 존재와 삶을 확장시키고 '공동선'을 향하게 하기 보다는 망령이 되어 보이지 않게 인간을 제약하고 규제하며 욕망을 부추긴다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형식적 방식을 역사적, 사회적으로 의미가 축적되어 온 신화와 성상 이미지들을 해체, 변형하고 재 구축하면서 그 개념을 유추하기 위한 단서와 개념들을 드로잉 한다. 이는 인간의 의식이 반영된 또 다른 망령(스펙터 Specter)으로 결코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8년간 세계 10여 개국을 다니며 모은 500권 이상의 문화, 역사, 인류사 등의 서적에서 발췌한 신화와 성상의 이미지들로 만든 사진 꼴라주, 드로잉, 그리고 설치작품들로 구성되었다. ■ 김기라
나는 작업을 통해서, 우리가 현실을 얼마나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 이면에 흐르는 감정... ■ 하태범
불광동 토템 ● 일상의 비루한 오브제로 토템을 만들어 서민생활의 비루함을 타자화하고 시적으로 미화하거나 종교적으로 신성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너무 싱겁고 단순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현실과 동떨어진 작품에 대한 야망이 만드는 환상일 뿐이다. ● 토템시리즈는 예전에 거리에서 마주친 얼음덩어리나 삼각돌, 자갈 벽 등을 찍은 사진 시리즈 '장미의 섬'과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은 미와 추의 위계질서에 대항해 추를 미로 승화시키려는 미학적 전복을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서민"에 대한 계급적 이해에서 감히 서민생활을 현실주의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천한 미물에서 도道를 깨치는 선불교적 시도는 더욱 아니었다. ● 나는 재개발의 폐허더미를 목격하여 폭로하거나, 개발의 뒤켠에 살아남은 잔해들에 인도주의적인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켜 현실문제를 선동하는 사진에는 관심이 없다. - 현실을 정해진 사진구도 안에 집어넣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오히려 순정주의 혹은 타자화를 불러일으키는 오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나는 오히려 대상 뒤에 숨어있으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기억, 구조, 역사 - 나는 이것을 "비밀스런 폭력 혹은 음모"라 부른다 - 가 감지될 때, 모종의 공포스러운 숭고미와 장엄미, 그리고 관능미를 느낀다. 사실 나는 이 대상들에서 어느 포르노그래피 보다 색끈한 애욕과 에로틱스, 그리고 환희를 느낀다. 일종의 타나토스(죽음)에 가깝다. 예컨대 나는 서낭당에서 민초들의 집단적 애환과 카타르시스를 읽고, 공동체의 구심체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분석하기보다, 개개인의 맹렬한 욕망과 기운들이 얽히고설킨 카니발과 굿판을 연상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나는 주로 어떤 대상의 사연에 매료되는가. 그것은 국가와 사회, 제도가 규정하는 집단적 가치관(실용주의, 기능주의, 환금만능주의, 공공의 도덕, 윤리, 평가 등)의 기준에서 나는 부적절하고 무능하다. 제외되는 존재들, 경계와 경계 사이의 중간지대에 낀 이방존재들, 불온한 존재들, 비공식적 존재들, 사회적 소수자들, 하위주체들의 사연이 드러내는 기운생동과 정서, 생활력 그리고 치열한 분노에 매료된다. 그것은 생물일 수 도 있고 무생물일 수 도 있다. ■ 김상돈
한경우의 작업은 사람의 시점과 관점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어 모든 사실은 상대적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평생에 걸쳐 학습되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같은 사실을 두명 이상이 바라본다면 두개 이상의 관점이 생겨나고 그것은 절대로 서로 같을 수 없다. 모두가 서로 보고 싶은 사실을 볼 뿐이다. 인간은 세상을 지각하는 많은 방법중에 많은 부분을 시각에 의존하고 있고 인간의 관점이 구축되는 과정 또한 시각적인 부분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렇듯 본인의 작업에서 인간의 '본다' 라는 행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보고 읽는 행위가 얼마나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힘든가를 보여주고 현상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그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작업을 통해 말한다. ■ 한경우
표본공간 ●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언제나 원근이 적용된다. 세상의 수많은 결과물들은 결코 필연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앞과 뒤의 구분이 명확하며 그것은 마치 당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러한 수직적 구조에 의문을 가지며 가치를 수평으로 재배열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 대개의 것이 마주하고 있는 것과 대칭을 이루지만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운데 그것들이 함께 서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것들은 서로를 마주하는 방식이 아닌 하나의 공간에서 하나의 물건이 되어 나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나는 이 물건을 벽돌로 삼아 당위가 아닌 임의의 결합으로 세워지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 이번 전시의 키워드인 Sample Space(표본공간)는 실험 또는 임의의 시도가 산출 가능한 모든 경우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나는 이 공간에서 임의로 만든 작은 단위의 블록들을 무작위로 쌓으며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을 다시금 새로운 조합의 룰로 사용하거나,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분해하여 다른 모습으로 재구축하거나, 투시를 없애 전후(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관계를 불분명하게 하여 공간을 납작하게 만들거나, 역으로 원근을 강조함으로써 과도한 전후의 구분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왜곡된 환영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 여러 가지 실험, 시도들은 동시에 병행된다. 어떠한 것은 최초의 생각과 동일하게 완결이 되고, 다른 것은 연결되어 있는 다른 가지들과 부딪히며 의도와는 다른 산물이 된다. 부산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데 묶여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러 군의 작품들은 직선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원인과 결과로서, 과거와 현재로서) 하나의 지도처럼 펼쳐져 있다. 이 전시는 이러한 수평적 관점, 태도가 만들어내는 몇 가지의 결과물에 대한 것이다. ■ 김용관
우리가 머무는 일상에는 수많은 물질들로 가득하다. 이 물질들은 물질로서 존재하면서 그것들의 흔적(소리)은 일상의 모든 공간 속에 부유한다. 끊임없이 울리는 일상공간에서의 소리는 상호간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또 하나의 비물질 형태로 확장한다. 확장되고 증식하는 일상의 다양한 소리들은 비가시적인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일상을 지배한다. 사운드 설치 '정원에 대한 새로운 기억'은 형체 없이 존재하는 일상의 소리를 물질화시키고 시각화 하였다. 일상에서 채취한 미묘한 기계소음은 풀벌레, 귀뚜라미 또는 어떤 곤충의 소리로 치환된다. 이 소리들과 설치된 다량의 스피커 선이나 검은색 스피커의 새로운 조합은 식물의 뿌리나 줄기 등 여러 가지 시각적 이미지로 유도한다. 5-10채널 작곡으로 구성한 사운드는 미묘한 기계소음과 전기소리이다. 무음으로 시작하는 앞부분의 사운드와 전기소리가 시작되는 부분까지의 사운드는 일상공간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소리이다. 풀벌레나 귀뚜라미 또는 어떤 곤충의 울음소리를 연상케 하는 이 사운드는 CD나 DVD-Player가 작동할 때 일어나는 기계소음으로 재구성한 곡이다. 단채널로 시작한 사운드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채널로 확장하며 울리고 공간을 장악한다. 벌레나 곤충의 쉼 없는 울림은 점차 우리의 청각을 자극하고 결국에는 정체불명의 괴음으로 증폭한다. 200여개의 스피커에서 거의 동시에 울리게 연출한 이 정체불명의 괴음은 역설적이게도 평상시 우리의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전기소리이다. 일상의 거의 모든 공간에 존재하지만 들을 수 없는 이 전기소리는 독일의 Christina Kubisch(사운드설치작가)가 제작한 특별한 기계장비를 이용해 들을 수 있다. '정원에 대한 새로운 기억'의 후반부를 구성한 전기소리는 이 기계장비를 이용해 실제로 정원에서 녹음한 전기소리를 재구성한 사운드다. 15초간의 무음으로 시작한 사운드의 마지막 부분은 다시 15초의 무음으로 정적을 이룬다. ■ 김영섭
인간의 형상을 닮은 유기체적인 존재가 꿈틀거리고 있다. 마치 먼 우주 바깥에서 미지의 생물이 규칙적으로 돌고 있는 지구 등의 별들을 확대해서 봤을 때, 인간들이 하루하루 부대끼며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듯 말이다. 철가루는 변화한다. 물을 주면 빨개진다. 우리는 '산화' 한다고 배웠다. 물을 주면 빨갛게 꽃을 피우는 이끼들과 다르다고 한다. 철가루들이 스스로 움직이면 어떨까? 번식하거나 생식하면 달라질까? 시간도, 공간도, 생물/무생물의 구분도 어느순간 모호하다. 아메바는 단세포로 떠다니다 벌레처럼 움직여 모여들어 버섯처럼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기 시작하다 포자로 퍼진다. 그리고 다시 벌레처럼 꿈틀댄다. 동물인지 식물인지 단세포인지 다세포인지 아무런 구분이 없다. 단세포 생물중에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다가 환경이 적당하지 않으면 다른 생물을 먹으며 영양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는 동,식물의 구분도,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도 모두 모호하다. 이제는 우리가 예전에 잘라놓은 경계가 허물어 질 때다. 미(微)생물인가, 미(未)생물인가. ■ 노진아
이번 전시를 통해 발표되는 변웅필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작가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그린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시리즈, 둘 째는 불특정한 한 사람을 개인 혹은 다수로 그린 '한 사람'시리즈.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특정한 이야기가 담긴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을 그린 드로잉 시리즈다. 변웅필은 그의 독일 유학시절인 2002년부터 불특정한 '한 사람'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왔다. 자신의 특징을 모두 덜어내거나 감추고 인상마저 일그러트려 개인의 개성과 특징을 최대한 감춘 독특한 자화상시리즈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품제목을 명시하지 않는다. 대작에 속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시리즈는 제목이 이미 공개된 셈이고,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을 그린 드로잉 시리지는 불특정한 이야기인 만큼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그의 최근작인 '한 사람'시리즈는 작품명을 각각 겨울아이, 해바라기, 친일파, 증언, 빵, 접대, 빈 생각, 아담 혹은 이브, 인사, 시골아이, 만남, 친구, 여행자, 미련, 계급장등으로 작품의 뒷면에 기재했다. 하지만 이 제목들은 작가 자신이 작품을 완성한 후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들을 작품들 간의 구분을 위하여 편의상 제목으로 지정해 놓았을 뿐이다. 작가는 자신이 미리 정해진 제목으로부터 작품을 제작하지 않았던 것처럼 관객들에게 제목으로부터 작품을 접하는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스럽게 작품을 대하기를 바란다. ■ 변웅필
인공정원의 사계(봄, 여름, 가을, 겨울) ● 봄 어느 날 그들은 예고도 없이찾아왔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 떠나버렸다. 그것은 마치 또 다시 봄이찾아 올 것이라는 희망만을 남겨둔 채 두 명의 남자 성악가는 서성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웅얼거림을, 봄날의 화려함이 아닌 오히려 시작이 아닌그래서 반복되는 끝이라는 느낌의 무대 여름 ● 하지만 결코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돌아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태양이 하늘 가득 퍼져가는 어느 여름 오후 마침내 기다렸다는 듯이 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가느다란 하프의 선율과 함께 몰아치는 비바람 속을 헤쳐 가는 그들의 고단한 항해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가을 ● 가을을 짧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지나간 과거를 이야기한다. 마침내 역사가 되어버린 그들에 대한 기억들은 또 다시 편집되고 단순하게 새겨질 것이다. 수명의 배우들에게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다른 연극의 대사들을 순서대로 읊조리게 했고 관객은 그들이 만든 섬과 섬 사이의 무대에 놓여지길 바랬다. 하지만 연결할 수도 그리고 되돌릴 수도없다. 한번 지나간 것들은 결코돌아오지 않았다. 겨울 ● 읽는다 그리고 다시 읽는다. 춤추고 뛰어다니는 무용수가 혼자 말로 계속해서 떠들고 있다. 찬바람이 불고 눈이 쏟아지는 어느 날 새벽 마침내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함께 가자고 ... 하지만 나는 남았고 언젠가 그들을 따라 갈 것이다. 그들의 흔적을 따라 숲 속 깊이 그리고 더 깊이 황폐해진 눈 내린 길의이미지. ■ 이진준
Vol.20120410d | SeMA BLUE 2012 : 12 Events for 12 Room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