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경계

이만나_진훈展   2012_0407 ▶ 2012_0425

이만나_두 갈래 길_캔버스에 유채_각 130×162cm_2011

초대일시 / 2012_0407_토요일_05:00pm

기획 / 갤러리 보라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보라 GALLERYBORA 서울 은평구 진관동 279-35번지 Tel. +82.2.357.9149 www.gallerybora.com

시선의 경계너머 ● 세상은 항상 우리의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한다. 찰나적이고 변덕스러운 바람처럼 세상은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며 우리들을 스쳐 지나간다. 그 바람들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쉽사리 알기 어렵다. 누군가가 그것을 눈 앞에 펼쳐놓았을 때에만 느낀 것은 보는 것으로 바뀐다. 사진은 기계적인 시선을 통해 알고자하고 보고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렇지만 사진에 대한 신뢰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감지한 것에 대한 배제와 주관적 시선에 대한 불신을 동반한다. 그러한 자기 확신에 대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세상의 내밀한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이만나_벽 앞_캔버스에 유채_170×227cm_2009
이만나_정원_캔버스에 유채_60×50cm_2009
이만나_봄 밤_캔버스에 유채_41×102cm_2011

이번에 전시하는 진훈과 이만나는 표현을 위해 사진을 보조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서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복사를 위해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진에 찍혀진 모습을 제대로 알고 느끼려고 하면 우리의 시도를 막는 벽이 나타난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일상적 태도가 안주하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하게 튕겨내는 그 벽은 우리를 세상에 대해 피상적인 상태에 머무르게 만든다. 진훈과 이만나는 벽이 야기하는 저항을 떨치고 우리를 그 너머로 데려가고자 한다. 확인 가능한 대상의 모습들이 그들의 화면에 그려져 있지만 가고자 하는 지점은 각각 다르다.

진훈_build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60×97cm_2011
진훈_사라질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5×100cm_2011
진훈_thirsty plant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45.5cm_2011
진훈_uncurcumcis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1×97cm_2011

진훈이 불안과 껄끄러움을 통해 현상너머의 것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이만나는 정묘한 표현을 통해 어떤 장소에 있었던 정체모를 기운을 잡아내고자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시선 너머에 있는 것을 생포해 끌고 와서 우리의 공간에 막연히 던져놓지는 않는다. 예기치 않은 무엇인가가 스며 나올 것 같은 화면들은 만들어냄으로써 먼저 우리가 가진 대상과 인식에 대한 벽을 밀어서 화면의 공간 뒤에 위치시키게 조장한다. 이때 우리의 시선은 객관적 지향의 시각에서 주관적 시각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환을 통해 그림의 공간은 주변적 느낌의 장에서 주도적 바라봄의 곳으로 바뀐다. 쉽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음과 느낌을 열어 한 발 더 나아가면, 그들이 그려낸 공간 안에 놓여짐으로써, 우리는 보는 것에서 시선 너머의 것을 느끼는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이로써 진훈과 이만나가 제공하는 시선의 장은 시선 너머에 대한 경험의 공간으로 변용되어 우리에게 체화된다. ■ 이영훈

Vol.20120407e | 시선의 경계-이만나_진훈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