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마리캣展 / MARIECAT / painting   2012_0404 ▶ 2012_0410

마리캣_Lady Camellia_종이에 아크릴채색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공평아트센터 공평갤러리 GONGPYEONG ARTCENTER GONGPYEONG GALLERY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공평빌딩 1층 Tel. +82.2.3210.0071 www.seoulartcenter.or.kr

2010년 12월의 2회 개인전「나는 숲으로 간다」를 마치고 나는 진짜 숲으로 왔습니다. 오랜 서울 생활을 끝내고 이사온 대관령의 깊은 산골에서 그림도 생활도 고향에 온 듯 새로운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야생동물들의 생생한 모습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의 신비함은,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와 피 한방울에까지 녹아들 듯 강렬하게 내 안에 새겨졌습니다.

마리캣_보리의 모험-전설의 딸기를 찾아서_종이에 아크릴채색

긴 겨울 추위가 지나고 봄이 오면, 황량하고 척박한 이 곳의 풍경은 놀라우리만치 다채로운 색깔로 바뀝니다. 그리고 커다란 나리꽃들이 화려한 봉우리를 터뜨리는 여름 무렵이면, 나는 산딸기를 따러 새벽숲으로 갑니다. 탱글탱글한 루비 같은 예쁜 열매들을 바구니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올 때면, 안개에 젖고 온통 딸기 가시에 긁혀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나뭇가지에 폴짝대며 노니는 다람쥐처럼 즐겁습니다.

마리캣_모험소년과 호랑이_종이에 아크릴채색
마리캣_엉겅퀴 소년_종이에 아크릴채색

그렇게 나무 열매와 산나물을 찾아, 혹은 신기한 비밀의 골짜기를 찾아 홀로 숲을 쏘다니는 매일의 모험은 그대로 내 그림이 되었습니다. 그림 속 모험소년이 되어 딸기 숲을 헤메고 동물들을 만나고, 넘어지고 다치는 위험을 겪고, 가끔은 어딘가 진짜로 있을 것 같은 산신령의 모습을 그려보며, 나는 내 마음 속 동물의 숲으로 계속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마리캣_얼음의 어린 공주_종이에 아크릴채색

겨울이 오면 숲은 기나긴 시련을 견딥니다. 나무들에게도 동물들에게도 겨울은 잔인한 계절입니다. 그리고 내 마음 속 동물의 숲에도 무서운 겨울이 찾아옵니다. 눈폭풍이 몰아치는 춥고 무서운 밤엔, 세상의 끝에 홀로 서 있는 기분으로 불빛 하나 없는 까만 창 밖을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꺾어버릴 듯한 냉기 속에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견디어 살아남는 숲 속 동물들의 삶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폭풍이 지나가고 고요해진 어슴푸레한 새벽, 하아얀 눈길 위에는 크고 작은 동물들의 발자국이 앙증맞게 찍혀있습니다. 어느 발자국은 줄을 이어 개울가로 향합니다. 무서운 폭풍의 밤을 견디고 물을 마시러 개울로 내려갔을 숲의 아이. 튼튼한 집도 쌓아둔 먹이도 없이 오로지 더운 피 흐르는 제 한 몸으로 살아가는, 아니 살아내는 그 작은 녀석을 생각하면, 눈 위의 발자국은 애틋하다 못해 숙연한 마음마저 들게 합니다.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봄을 기다립니다.

마리캣_호랑이 곶감 3_종이에 아크릴채색
마리캣_안 자는 숲속의 공주_종이에 아크릴채색

꿈처럼 아름다운 생명의 시간과 무서운 죽음의 추위가 공존하는 숲, 그리고 그 곳에서 삶을 지켜내는 많은 생명들. 지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나의 마음은 이 곳의 숲이 보여주는 드라마에 완전히 녹아들고 말았습니다. 집 주위로 펼쳐진 넓고 깊은 숲, 그리고 내 마음 속 동물의 숲 – 나는 언제나 그 곳, 숲에 있습니다. 동물의 영혼이 되어,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진 영원한 숲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 마리캣

Vol.20120404h | 마리캣展 / MARIECAT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