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A boarder between dream and reality

진민욱展 / JINMINWOOK / 晉民旭 / painting   2012_0404 ▶ 2012_0413

진민욱_꿈과 현실의 경계_비단에 석채, 분채, 먹_141×118cm×4_2010~11

초대일시 / 2012_04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토요일_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진민욱-경계에 위치한 뱀과 개의 풍경 ● 개와 뱀이 여러 생명체와 얽혀있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다. 비단에 배채기법으로 정교하게 묘사한 채색화다. 사실적인 그림이면서도 어딘지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이기도 하다. 환상성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관자의 불안감 혹은 머뭇거림에 있다. 즉 작품에 재현된 사건, 상황이 자연적인 것인지 초자연적인 것인지 판단 내리길 주저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그림은 구체적인 대상을 무척이나 낯설고 당혹스러운 상황을 안긴다. 한 몸에서 여러 개의 다른 머리가 붙어있고 서로가 서로에 맞물려있으면서 엉켜있다. 기형적이고 왜곡된 상이다. 그 사이로 풀과 꽃들이 드물게 피어난다. 이 풍경은 구체적인 자연계, 생태계의 한 장면을 연상시켜주지만 동시에 무척 이질적이며 이상한 풍경이다. 친숙하고 아는 대상이지만 불현듯 낯설고 기이하게 다가오는 것, 이른바 '언캐니'한 그림이다. 여기에는 또한 기괴함, 그로테스크, 애브젝션(Abjection)의 요소도 묻어 있다. 그것들은 무엇보다도 경계, 위상, 규칙을 존중하지 않고 대신 중간적인 것, 애매한 것, 혼합적인 것을 내세운 다는 점에서 전복적인 힘을 내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미술은 있을 수 있는 상황, 가능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애초에 환상이다. 환상이란 미메시스로부터의 일탈이요, 나아가 리얼리즘으로부터의 일탈이다. 사실 미술은 두 가지 충동의 산물일텐데 우선 모방하고 싶고, 사건들, 사람들, 상황, 그리고 대상을 묘사하고 싶은 욕망인 미메시스, 그리고 주어진 것을 바꾸고, 현실을 변형시키고 싶은 욕망인 환상이 있다. 환상의 기원은 실제 대상이 부재할 때 발생한다. 그러니까 환상의 세계는 실재와는 전혀 다른 정신적 세계가 아니라, 실재적이면서도 비 실재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상상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있음과 없음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는 잡히지 않은 그런 세계다. 어쩌면 환상미술의 상상적 세계는 '실재적인 것'과 '비 실재적인 것'사이에서 비결정적으로 자리 매김 된 '틈새 공간'이자 '주체/반 주체', '내적/외적','과거/현재/미래' 사이의 경계적 영토 혹은 사이공간이라고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실재적인 것'도 '비 실재적인 것'도 아니며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다. 죽은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닌 유령처럼 환상미술은 실제적인 것을 취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깨뜨린다.

진민욱_경계_비단에 석채, 분채, 먹_90×129cm_2011

진민욱의 그림 또한 비현실적인 상상/환상의 장면을 마치 현실적인 것 인냥 뒤섞어 놓은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환상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개나 뱀, 도마뱀, 곤충, 잎이 진 해당화 같은 것들은 일종의 상징들인 셈이다. 자연물을 빌어 자신의 내면을 대리하고 투사한다는 것은 동양미술에서 오랜 전통이었다. 사실 예술이란 인간을 둘러싼 저 자연계를 자신의 의식과 육체 안으로 부단히 불러들여 그와 하나가 되는 경지를 꿈꾸거나 그로부터 연원하는 소회 속에서 새삼 자기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것이다. 진민욱은 동물과 자연의 기이한 결합과 배치를 통해 "자신의 고립, 열등감, 자아분열 등의 체험을 극복하는 내적 성찰"을 치유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특별히 개와 뱀은 자신과 동일시되는 존재로 다가온다. 아울러 그것들은 타자들과 연루된 일상의 관계를 암시한다.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다. 나는 나 아닌 것들과의 부단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나, 즉 자아는 결국 타자들과의 접촉과 만남으로 인해 생성되는 개념이다. 자아는 부재하고 그 자리에 자아/타자간의 지속적인 관계, 갈등이 있다. 전민욱에게 머리가 여러 개인 뱀과 개는 그런 복수적이고 혼재된 자아상을 암시한다.

진민욱_꿈과 현실의 경계를 위한 초고_비단에 석채, 분채, 먹_24×25.5cm_2011

생각해보면 개는 네 다리로 서있으면서 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혀를 내밀고 불안과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는다. 나아가 작가에 의해 탄생한 다두견은 여러 개의 머리를 한 몸에 지닌 체 그 불안과 경계를 더욱 고조시키는 형국을 연출한다. 작가에 의하면 이 다두견은 '방향상실, 삶의 목적을 상실한 무기력증'도 표현한단다. 동시에 이 두 동물은 신화 속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의미 있는 상징체들이다. 작가는 특별히 이 두 존재를 선과 악, 죽음과 삶, 시간과 공간, 현실과 환상을 가로지르는 경계에 선 상징물로 이해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 생명체는 그런 상징적 언어의 관계망 속에서 무수하게 재현되어 왔다. 전통적인 도상을 빌어 오늘날 자신의 일상에서 연유하는 감정을 발화하는 선에서 새롭게 재현,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색채 구사 또한 고대 동양화에서 색채란 것이 그 상징적 도상과 마찬가지고 눈에 비친 색의 단순한 재현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징성을 갖춘 것이기에 작가 역시도 일상에서 받은 영감을 최대한 시각화하려는 맥락에서 색채를 구사하고 있다. 희미하고 부드럽고 은은한 색채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삶과 의식은 이 세계가 규정하고 있는 완강한 현실적 틀과 그로부터 유유히 일탈하고자 하는 비현실적 세계(유토피아/디스토피아)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따라서 작가가 설정한 이 풍경, 상황은 그 두 세계의 경계에 위치한 자신의 내면 풍경이기도 한 셈이다. ■ 박영택

진민욱_꿈과 현실의 경계를 위한 초고_비단에 석채, 분채, 먹_30.5×35cm_2011

"그렇지만 이제 일상은 그 표면적 무의미함 밑에 풍요로운 의미의 장이 숨겨져있는 차원으로 그리고 한 사회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며 미학적인 기준들을 결정짓는 '부식토'와 같은 '새로운' 차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여태껏 나머지(rest)-잔여, 찌꺼기, 쓰레기, 그렇지만 지속되는 것. - 라고 여겨졌던 '죽음', '여가', '주변인' 등 의 주제들이 겪은 운명이기도 할것이다. (G.durand, 1985).그렇다면 일상은 나쁜 것. 혹은 좋은 것 식의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라 배제되었던 이타성(異他性)의 한 차원으로서의 '일상'과 그것을 포함한 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중요하게 다가온다."_마페졸리, 『자연회귀의사회학』, 제2장 일상, 본문p.65.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또는 당신에게 난해하게 여겨졌던 문제가 결국엔 해결되지 못하고 당신이 살(아지)기 위해 묻어둔 것들이 되었다면 그것들은 언젠가 반드시 '귀환'하기 마련이다."_송종원, 2009년 경향신춘문예대상평론부문「시인 김행숙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재현체계의 폭력을 넘어 우리의 현시로」중에서.

진민욱_꿈과 현실의 경계_비단에 분채_87×51cm_2010

그간의「Nostomania」,「I want to ask you」연작 등 의 수묵작업을 통해 제 삼자의 입장에서 관찰한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나와 타자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부담감을 주목하고 이를 작업을 통해풀어내려는 작업을 해왔다. 고립, 열등감, 자아분열 등의 체험을 극복하는 내적 성찰에 주력하고 심리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데 작업의 주목적을 두었다. ● 이번 전시에서는 주위를 환기하여 일상의 이면을 관찰, 문제화하고 동물에 투영시켜 작업을 통해 논하고자 하는 문제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개, 뱀, 딱따구리, 사마귀, 잎이진 해당화, 도마뱀, 곤충, 닭 등의 '생태'로 연출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제시하여 고통에 대한 응시와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 진민욱

Vol.20120404d | 진민욱展 / JINMINWOOK / 晉民旭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