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는 그대로

정원일展 / CHUNGWONIL / 鄭元一 / photography   2012_0404 ▶ 2012_0410

정원일_t-04-006-03_젤라틴 실버 프린트_95×190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정원일 블로그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1_04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남서울대학교 아트센터 갤러리 이앙 NAMSEOUL UNIVERSITY ART CENTER GALLERY IANG 서울 종로구 혜화동 90-18번지 뉴씨티빌딩 B2 Tel. +82.2.3672.0201 www.galleryiang.com

거기있는 그대로 ● 숲 언저리에 서서 숲을 마주하고 나무를 본다. 카메라의 눈이 깜박일 때 어떤 마음일까? 싱그러움 그리고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의 나뭇잎도 없는 시기에 마른 나무를, 게다가 위풍당당한 나무들도 아니고 여러 잡목이 어지럽게 모여 사는 숲을 찍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 어떤 복합적 자극에 대하여, 어떤 복합적 문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떻게 방향이 결정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직 학문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문제 상황에서 의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의미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결정하는 기제에 관한 것이라면 중력의 법칙처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원리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정원일_t-04-007-01_젤라틴 실버 프린트_95×190cm_2011
정원일_t-06-040-02_젤라틴 실버 프린트_95×190cm_2011

정원일은 왜 잡목으로 우거진 숲을 선택했고, 색상을 제거했을까? 이것이 첫번째 질문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제시된 작품에서 소재를 먼저 파악하고, 그 속의 여러 소재를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의미를 추출하려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재를 통한 논리적 의미 추출이 쉽지 않다. ● 그의 작품은 의미를 도출하기 쉽지 않은 소재와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숭고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위대한 자연의 모습도 아니고, 치열한 삶의 순간을 은유하는 사람의 얼굴도 아니고 그저 잡목이다. 그렇다고 극적인 명암대비도 없다. 구름에 해가 가리워진 아침이거나,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무렵이다. 극적인 역광효과를 낼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설득력 있는 소재도, 특별한 구성도 없다.

정원일_t-06-040-04_젤라틴 실버 프린트_95×190cm_2011
정원일_t-06-041-02_젤라틴 실버 프린트_95×190cm_2011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 역시 그림이다. 카메라의 동공을 통해 선택 투사되는 순간, 작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순화되고 조작된 구성이 있고, 유사한 모습을 담은 현상된 이미지들이 존재한다. 그 이미지들에 다시 구성이 개입되고, 인화된 결과물에서 무엇을 전시장에 내놓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다시 한 번 선택과 구성이 개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의 노력에서 여전히 의도적 구성이 제거된 모습을 볼 수 있다. ● 나는 정원일의 작업을 유의미한 역사적 순간에로 또는 인문학적 반성을 촉구하는 순간에로 또는 긴급한 사회적 논제로 또는 순수한 시지각적 구성에로, 또는 디자인적 문제로 환원시킬 수 없다. 작가의 작업이 문제시하는 것은 소재, 주제, 의미, 구성등 그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눈과 의식에 대한 관심인 것 같다.

정원일_t-06-066-04_젤라틴 실버 프린트_95×190cm_2011
정원일_t-06-081-03_젤라틴 실버 프린트_95×190cm_2011

'거기 있는 그대로'에 대한 관심의 은유로 생각된다. 구성되거나 조작되기 이전의 거기 있는 그대로에 관심을 촉구하고 지금껏 제기된 지각이론에 대한 예술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 하고 싶은 작가의 질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 박종석

Vol.20120404b | 정원일展 / CHUNGWONIL / 鄭元一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