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rth – Laser Art

채미현&Dr.JUNG展   2012_0403 ▶ 2012_0429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한빛미디어갤러리 후원 / 서울시_GL Associates_streetworks

관람시간 / 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한빛미디어갤러리 HANBIT MEDIA GALLERY 서울 중구 장교동 1-5번지 Tel. +82.2.720.1440 www.hanbitstreet.net

레이저, 그 아우라적 지각 ● 현대는 테크놀로지의 시대이다.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삶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제2의 자연"이라는 지위를 지닐 만큼 테크놀로지와 시대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현대 인류가 처한 시대적 위기 상황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인 테크놀로지가 사회 모든 분야의 변화의 속도를 바꾸고, 인간을 사로잡는 스펙타클 속에서 인간을 오히려 퇴행시키고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지배되어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테크놀로지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최초의 인류가 당면한 문제가 자연에서의 생존이었다면, 이제 인간은 테크놀로지 안에서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고,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가를 풀어나가야 할 때이다. ● 테크놀로지의 문제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테크놀로지에 의거한 새로운 예술의 형태가 등장하고, 이를 통해 예술이 현실 변혁의 가능성을 지니게 됨은 전통적인 예술의 "예술적 기능"이 아닌 "사회적 기능"을 기대하게 한다. 이는 테크놀로지로 변화한 제2자연의 사회, 또한 대중이 중심이 된 사회가 예술이라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예술가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역으로 대중이 예술가에게 반응하는 과정을 거부할 수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법칙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상호간의 긴밀한 피드백 과정은 예술가의 작업이 현실 사회를 변혁하는 실천의 매개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인간의 삶 곳곳에 침투하는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사유와 지각의 방식마저 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예술이야말로 인간에게 잊혀진 이상과 진리의 복원을 가능하게 할 것임이 분명하다.

채미현&Dr.JUNG_in to 사과나무_레이저 설치_2011

전시는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예술의 이러한 긍정적 가능성을 채미현&Dr. JUNG의 작업을 통해 생생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레이저로 강한 생명성을 탐한다. 기술시대의 합리적인 예술매체에 작가 특유의 정적인 관조가 더해져 순수 생명성을 품은 레이저라는 대상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 지각의 새로운 형식을 경험하게 한다. 대자연과 생명의 이치에 근본을 둔 세상을 갈구하는 작가가 레이저로서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 여기서 레이저로 그려내는 시각적 절차는 자칫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느끼는 근원적 아름다움이나 직관적 교감들을 외면하게 만들고, 테크놀로지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한 예술의 힘이 제한적이라고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역부족인 면을 작가는 자연적 사고를 더해 가치중립적인 시각으로 펼쳐 보여준다. 레이저라는 미디어적 장치에 인간의 인격과 영혼이 일치하여 진정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테크놀로지의 덫이 재배되는 시점에 인간의 모습이 두려운 만큼 넓고 큰 위대한 자연의 에너지를 그리워하고, 생명이라는 단어에 강한 회귀성을 느끼게 됨에서 비롯된다. 테크놀로지와 자연을 인간 삶의 배경으로 하여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인간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가치의 문제와 연결시켜 작품을 풀어내는 형식이다. ●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984-1962)는 "예술적 상상력이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존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은 "모든 아름다운 미술 작품은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자연의 형태를 닮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이렇듯 오래 전부터 예술적 배경이 되어온 자연의 생명력과 역동성이 작가의 예술적 창조력을 키우는 원천이 되어, 작가의 레이저 작업은 모든 시대에 있어 인간 삶의 기본 전제인 자연과 흩어지지 않고 곧게 나아가는 레이저라는 생명 에너지를 가진 존재가 결합해 무한한 생명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시도로써 차별화된다. 이처럼 작가가 제안하는 만남의 상태와 관계적인 형식은 과학과 예술, 기계와 자연, 이성과 감성 등 분리된 요소들을 만나게 하고, 보이지 않는 관계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며, 함께 순환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는 다분히 유연하고 개방적이다. 이러한 예술적 실험은 인간과 세계의 변화하는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레이저 매체 안에서 또 하나의 순수한 풍경을 만들고, 인간의 적응을 도우며 둘 사이를 조정하고 화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채미현&Dr.JUNG_Spi老子-수평적 관계_레이저 설치_384×384×130cm_2011~2
채미현&Dr.JUNG_Day Time_레이저 설치_120×120cm×2_2007

생명성에 집중되어 있는 작가의 사유는 '생명의 본질'은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겠다. 작품현실은 자연의 본성과 이치에 대해 깊이 천착되어 무궁무진한 힘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자연과 생명력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스스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예술 행위는 생명을 지닌 존재의 끊임없는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통해 생명성을 형상화 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작게는 작은 생물체 하나에서, 크게는 지구의 모습까지 생명력을 레이저 언어로 지각한다. 하나하나 숨쉬는 나무의 호흡을 담거나 혹은 눈부시게 웅대한 태양의 움직임, 혹은 깊고 깊은 지구의 몸짓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내적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표현된다. 레이저는 하나의 흐름, 연속, 변화하는 존재로, 레이저의 자유롭고 불규칙적인 선의 형태를 통하여 생명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레이저 선 자체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지만, 그것이 화면 안에서 흔들리고 중첩되어 서로 수정, 보완되면서 생성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이러한 작용을 거쳐 단단하게 굳어지는 그 시간의 과정 속에서 진실된 삶과 우주의 이치에 대한 인간의 의식은 물론 감각마저 재구조화될 수 있는 것이다.

채미현&Dr.JUNG_대지의 영혼_레이저 설치_2000×300×100cm_2011~2
채미현&Dr.JUNG_Stonehenge-What does the Earth mean to you_레이저 설치_194×130cm×5_2011~2

이렇게 작가는 변화하는 세상, 인간 즉 우주만물의 근원을 생명의 본질에서 찾고, 순수 생명성을 주제로 하여 레이저로 형상화한다. 오랜 숙고와 관찰을 통해 얻은 시각을 절제하고 압축된 표현을 통해 생생하게 풀어낸다. 표면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내고 안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예술과 과학 장르의 존재조건과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사상의 성격이 변증법적으로 서로 부딪혀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예술적 표현방식을 갖는다. 예술작품의 아우라적 비밀구조가 예술의 과학적 도입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아닌, 역으로 그 경계를 지우고 레이저 매체를 통해 아우라적 지각을 심화시키는 것이라 하겠다. 이것이 작가만의 독창적 레이저아트이다. 이는 분할된 것들의 공통부분과 배타적 몫들을 레이저를 통해 감성을 소통하는 방식이며. 그 무한한 더하기가 관계, 표현, 인식 등을 확장하여 감각적 경계 위의 삶을 보여주게 된다. ● 작가 예술 전반에 스며있는 레이저아트를 통한 묵언의 생명순환은 축적된 과거의 현재적 표현이자, 오늘의 우리를 반영하며, 내일의 우리를 상상하게 한다.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이 섞인 존재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견고한 생명 의지의 알레고리로 나타나는 작가의 사유 속에서 '제2의 자연' 현실의 문제점과 그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불씨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테크놀로지에 대한 성찰과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사유, 가까이 근접해있는 상생과 공존의 세상에 대한 진중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시간이 지금 여기 펼쳐 있다. ■ 조희승

Vol.20120403c | The Earth – Laser Art-채미현&Dr.JUNG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