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가사-각명기(刻銘記)

리금홍展 / LEEGEUMHONG / 李琴鴻 / project   2012_0402 ▶ 2012_0630

리금홍_규방가사-각명기_단채널 비디오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상반기 지역연계 프로젝트

후원/협찬/주최/기획 /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Changdong Art Studio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서울 도봉구 창동 601-107번지 Tel. +82.2.995.0995 www.mmca.go.kr

철~없는 첫사랑~에 울기도 했더라안~다. 여언~지와 분을 발러 다듬은 얼굴 우~우~에~ 청춘이 바스러진 낙~화~ 시이인~세~ ● 내가 열여섯 열 일곱 때 부르던 노래야. 지금 나이가 팔십 넷인데, 내일 어떻게 될지 모레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래 항상 즐겁게 노래 부르는 거야. 처녀 때는 라지오에서 듣고, 노래 나오믄 아 저거 배워야 겠다 하면 요만큼씩 적는 거야 가사를. 음이 어디가 올라가나 내려가나 체크해가지고 부르는 거야.

리금홍_규방가사전개도_종이에 연필, 볼펜_30×42cm_2012

2007년에 노래자랑 나가가지고서는 저기 뭐야 송해 전국노래자랑 나가서 20만원 탔어 인기상. 그때 설운도 노래 갈매기야 불렀어. 나보고 왜 가수 안 나갔느녜. 그때는 기생들이 많고 그러니까 아부지가 노래하는 걸 싫어 해서. 난 서울서 나서 서울서 자랐거던. 우리 집 앞에 교회가 있었어. 나 다섯 살 먹어서. 아부지가 돈을 잘 버니까 비단, 뉴똥 이런 거 해가지고 입혀놓고 머리 길게 땋고, 담벼락에 나와서 따뜻할 적에 서서 있으믄 예배당에서 데려다 무용을 가르치는 거야. 그러다가 학교가서는 무용 잘하고 노래 잘하고 하니까는 뽑혀 댕기는 거야. ●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나 머리도 길게 땋고 그랬는데 일본사람들이 와서 앞 단발머리 시켰자너. 나이 먹으니까 머리다 다 빠져가지고는 이렇게 훤 허지. 예전에 그래도 멋쟁이라 그러고 노는데 안 빠지고 그랬지. 하루 자고 나면 오늘 또 하나님이 하루 나 살리셨구나 감사합니다. 그래서 성당에 매일 가잖아 하루 한번씩.

리금홍_내 이름?_종이에 수성싸인펜 메모_가변설치_2012
리금홍_규방가사-각명기_단채널 비디오_2012

노인정 앞 평상에 앉아 물기 없는 눈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들의 시간도 현재를 구성하는 인자이다. 지금의 이 시간이 나에게도 차곡 차곡 쌓인다. 나 또한 어느 시절이 되면 바스락 거리는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볼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비추어져 보이고, 나의 움직임에서 그들은 지나간 시간의 생생한 기억을 소환한다.

리금홍_규방에서 만난 할머니가 읽고 계시던 내방가사집 오륜가
리금홍_규방가사-각명기_전각도장_가변설치_2012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서는 일상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시절을 산다. 온라인 세상은 내 신체의 습관뿐 아니라, 사고의 순환 모두를 제어하고 있었다. 인터넷 전원을 끄는 것은 불편함이라기보다는 불안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 임진년 봄, 온라인과 대를 이루는 개념의 오프라인이 아닌, 물질로서의 세상 그 자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동네 노인정을 돌아다니고 있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화투도 치고, 수지침도 맞고, 텔레비전도 보는 규방에 놀러가서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생활 저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춘자씨, 옥남씨의 이름 이야기를 들으며, 낙관석에 이름을 새기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데도 얼굴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순옥씨 오늘 노래 한곡 불러 주세요 라고. ■ 리금홍

Vol.20120402j | 리금홍展 / LEEGEUMHONG / 李琴鴻 / project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