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여행 A Belated Journey

정상윤展 / JEONGSANGYOON / 鄭翔允 / photography   2012_0328 ▶ 2012_0403

정상윤_Pohang, Gyeongbuk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갤러리 싸이먼 Gallery Simon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7번지 상빌딩 6층 Tel. +82.2.333.4536 www.gallerysimon.kr

정상윤의 사진은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여가에 대한 관찰자적인 시선을 통해 삶의 여정 속에서 자아의 존재론적 위치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인간은 여가를 통해 정신적인 안정과 보다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을 지향한다. 정상윤에게 여가는 스스로에게 충족되지 못한 욕망의 메타포로, 이러한 욕망을 타인의 행위를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품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 예술가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과 표현방식으로 끊임없이 인간을 관찰하고 그려내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면 여기서 작가는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사진들 속에서 현대인으로서의 자신의 현실과 욕망, 개인과 군중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녹여내고 있다.

정상윤_Daegu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이 사진들 속에 나타나는 장면들 하나하나는 너무도 일상적인 것들로, 보는 이들의 기억 속의 한 단편이거나 대중 미디어 속에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이미지들 중 하나들로 거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자아의 부재 상황을 암묵적으로 환기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일상적인 생활공간 속에서 여가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지는 휴양지나 축제의 공간 속에서 일련의 무리들이 만들어가는 장면들에 동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를 거부한다. 다시 말해 각각의 사진 속의 장면들은 동일한 의미를 고착시켜내기보다는 그 안의 개개인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양산해내도록 한다. 여기에서 작가는 카메라가 현실을 응시하는 롱테이크(long take) 방식의 촬영을 통해 별다른 과장 없이 기록하는 장면들 속에 간혹 사진가와 마주한 인물(들)의 등장시킴으로써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일종의 소격효과가 나타나게 한다.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언급한 '소격효과(alienation effect)'는 관객이 극적 사건에 대해 거리를 갖게 하고 지금껏 당연히 받아들이는 일을 비판적 사건으로 바라봄으로써 냉철한 이성과 비판력을 갖게 하는 것으로 작가는 장면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장치를 통해 이 사진들이 비평적인 기능을 담보하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여가와 관계된 기억을 바탕으로 욕망의 대리 주체인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행복보다는 오히려 '무리 속의 고독' 혹은 '군중 속의 고독'을 자각하게 한다.

정상윤_Daegu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스펙타클(spectacle)'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상품과 그것의 지배 하에 놓인 자본주의의 일상적 삶을 비평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기드보(Guy Debord)가 언급처럼, 스펙타클은 현대 사회에서 삶에 대한 자본주의적 지배의 프로파겐다적 장치로 다중의 의미작용을 취하며 이러한 스펙타클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간 안에서 스펙타클의 수용자이며 유희의 주체이어야 할 관객은 끊임없이 소외의 과정을 거쳐가며 고립된다 정상윤의 사진은 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이 구가하는 일상적인 휴식과 여가활동 역시 소비적 행태와 맞물리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행위와는 점차 멀어져 가고 개개인은 유리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윤_Boryeong, Chungnam_잉크젯 프린트_120×80cm_2009

'스펙타클(spectacle)'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상품과 그것의 지배 하에 놓인 자본주의의 일상적 삶을 비평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기드보(Guy Debord)가 언급처럼, 스펙타클은 현대 사회에서 삶에 대한 자본주의적 지배의 프로파겐다적 장치로 다중의 의미작용을 취하며 이러한 스펙타클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간 안에서 스펙타클의 수용자이며 유희의 주체이어야 할 관객은 끊임없이 소외의 과정을 거쳐가며 고립된다 정상윤의 사진은 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이 구가하는 일상적인 휴식과 여가활동 역시 소비적 행태와 맞물리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행위와는 점차 멀어져 가고 개개인은 유리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윤_Jinju, Gyeongnam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윌리엄 이글스톤(William Eggleston)의 일상성을 재해석해내는 능력에 큰 관심을 가졌던 마틴 파(Martin Parr)는 자신의 작업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일상성과 컬러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다큐멘타리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진 작가의 관점임을 명백히 인지시켰다. 마틴 파가 소비 사회의 중류층의 삶에 있어서 진부함을 풍부한 위트와 반어적인 표현 속에서 드러내었다면 정상윤은 딥포커스와 카메라의 고정된 앵글을 기초로 한 다소 중립적인 태도의 관찰자적인 시선을 견지하며 천편일률적인 여가의 양태 속에서 파편화되는 현대인들의 모습들을 통해 현대인의 고립에 주목하게 한다. 이 사진들은 절제된 컬러 속에서도 인공의 색, 문화의 색을 드러내면서 여가 문화의 동질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각을 압도하는 장엄함보다는 이질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들을 나열한다.

정상윤_Daegu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정상윤_Gwacheon, Gyeonggi_잉크젯 프린트_65×151cm_2011

현대 다큐멘타리 사진 작업의 중요한 맥락은 주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일상에 초점을 두거나 사적인 일기 형태의 자서전적 작업이 우세하다는 점인데 그 이면에는 다큐먼트 개념의 재정립이라는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다큐멘타리가 현실을 기록하여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그것을 비평적으로 사유하게 하는데 기여한다는 관점에 기초한다. 정상윤의 사진은 문화적인 관점에 입각한 사진가의 주관적인 사진적 시각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요소 그 자체보다는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내러티브 속에 고립되는 개인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현대인의 삶과 여가문화를 들여다보게 한다. '나'라는 개인은 동양적 관점에서 본다면 수많은 타인으로 이뤄져 있고 '나'는 타인과의 관계와 영향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사진들 속의 타인들의 모습 속에서 자각하게 되는 것은 결국 작가 자신의 혹은 작품을 마주한 관객들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이 사진들은 일상성과 절제된 컬러를 활용한 사진적 접근 방식을 토대로 여가 문화에 다가가며 우리 시대의 보편적 삶의 행태에 나타난 현실의 한 축을 제시함으로써 동시대적인 삶의 이정표를 다시 세워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손영실

Vol.20120330e | 정상윤展 / JEONGSANGYOON / 鄭翔允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