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Grove

이주희展 / LEEJUHEE / 李周熹 / painting   2012_0330 ▶ 2012_0414 / 수요일 휴관

이주희_머무르다_한지에 먹_100×100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수요일 휴관

씨드 갤러리 SEED GALLERY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교동 9번지 아주디자인타워 1층 Tel. +82.31.247.3317 blog.daum.net/gallerymine cafe.daum.net/seedgallery

화면 한가득 강하게 밀착되어 있는 나뭇잎과 줄기의 형태는, 흔히들 말하는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자연물과는 동떨어진 감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것은 낙엽의 상념이나 푸른 잎의 경쾌함, 혹은,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의 미묘한 시각적 환상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 하면서 작가의 주관적 감성에 의한 지배적 통제를 보여준다. ● 자연적 추상의 재해석 이라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자연물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강한 감정 이입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흔히들 말하는 부드러운 느낌의 자연물에 대한 보편적 감성의 거부이자, 본질에 있어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끊임없이 지속시켜 나가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찬미이며, 젊은 작가로써 자신의 의지를 진행시켜 나가는 현재 상황에 대한 반추이기도 한 것이다.

이주희_머무르다_한지에 먹_100×100cm_2012

배경과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질적 느낌의 자연물은, 날카로운 끝선의 조합으로 인해 군집의 느낌 보다는 견고한 하나의 통일된 구성체를 이루며 그 형태가 무너지지 않게끔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결코 중심이 흔들리지 않겠다는 작가의 강인한 의지와 함께 무한경쟁의 현대 사회에서 느끼게 되는 고독이라는 감정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져, 정형화 되어 있는 자연물-작품의 정의-에 대한 강제적 재인식을 감상자에게 요구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즉, 작가로써 느끼고 있는 현실에 대한 괴리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인 것이다. 또한, 적절한 장식적 요소의 가미는 감상의 대상으로써만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순수예술의 틀을 벗어나 보다 확장된 개념의 대상으로써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주희_TREE(조용한자리싸움)_종이에 먹_100×72cm_2011

상위 개념의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하위 개념의 생명체인 세포가 끊임없는 자가 증식을 통하여 상위 개념의 생명체를 지탱하고 있듯, 적절한 장식적 요소의 가미는 세포의 자가 증식처럼 상위 개념의 순수예술을 보다 강하게 지탱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적 요소의 가미에서 벗어나, 정형화 되어 있는 한국화의 틀을 뛰어넘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 달리 표현 한다면, 한국화의 정형성에서 벗어난 이종교배의 결과물이 타자(他者)로 부터 한국화라 불리어 지는 것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스스로 새로운 종의 생명체라 선언하는 느낌이다. 이는, 단순한 재료적 특성에 의한 분류를 거부하고 미적 요소의 유무에 따른 큰 틀에서만 존재하고자 하는 현대의 이기적 존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주희_머무르다_종이에 먹_30×100cm_2011

표현대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인데, 어떤 이는 나무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나뭇잎으로 받아들인다면, 이성적 사고에 의해 구체적 형태를 느낀 그 순간에는 구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고 규칙적인 기하학적 요소들이 불규칙적인 배열을 통해 하나의 형태를 구성하고 있음을 발견 했다면 추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형태적 구분이 무의미 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기존의 구분에서 벗어나 어느 방향이건 스스로 진행 할 수 있는 강한 자생력을 가지고 있는 작업의 결과물은 작가의 젊음이 가져다 준 치기의 산물이 아니라, 작업에 임함에 있어서 축적되어온 강인한 의지가 시각적으로 나타난 결과물인 것이다. ● 한국화라는 틀, 추상이라는 틀, 자연적 재해석이라는 단어의 조합으로 작가의 의지를 표현하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좁다. 화면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 녹아 들어간 작가의 감정이 단순한 몇 센티미터의 화폭으로 이해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백동주

이주희_머무르다_종이에 먹_50×50cm_2011

나의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면 / 가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나뭇잎들의 속삭임 / 나는 또 숲을 만나러 갑니다... ● 자연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소재를 제공하고 다양한 조형적 표현의 대상으로서 그 시대속에 공존해왔다. 과거에는 자연 이미지가 풍경화에 자주 등장하였으며, 자연의 재현이라는 측면으로 그 시대의 자연관을 표방하며 화면에 구성되어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 있어서의 회화적 표현이 사실적인 재현만이 아니라는 인식의 확산으로 20세기 이후의 현대회화는 대상의 재현에서 벗어나 작가의 주관적인 내적 표상으로 다양한 표현양식을 만들며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자연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순수하고 친숙한 요소로 근접해있다. ● 누구나 한번쯤은 나무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안정감, 친근감, 아름다움으로 인해 자연과 동화되어 버린 자신을 문득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본인을 자연의 일부로 자연을 느끼며 자연은 본인의 창작활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주희_머무르다_종이에 먹_50×50cm_2011

청명한 날, 잎이 무성한 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빛을 향하고 있는 나뭇잎들이 불규칙한듯한 규칙을 지키며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나뭇잎들은 먼저 햇빛을 향한 나뭇잎들의 그림자에 안기기도 하고, 뒤늦게 방향을 잡은 나뭇잎들을 감싸안아주기도 하면서 햇빛을 향해 맑은 연둣빛을 반짝이고 있다. ● 잎맥이 훤하게 다 비치는 잎과 여름의 녹엽보다도 약한 그림자 색은 사이사이 눈부신 빛을 머금고 있다가 바람이 불면 그에 맞는 소리와 함께 맑고 투명한 향연을 이루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새롭게 하고 감정을 신선하게 만든다. ● 이러한 감정의 신선함은 감성을 북돋우어, 눈을 감고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형상을 떠올리며 눈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귀를 막고 눈으로만 보아도 그 시원한 소리가 가슴까지 들릴 정도로의 감성을 순식간에 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 이주희

Vol.20120330b | 이주희展 / LEEJUHEE / 李周熹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