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 Dual Perspective

김정주_목정욱展   2012_0329 ▶ 2012_0427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2_0329_목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월간객석_운생동 건축사사무소

관람시간 / 11:00am~07:3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ART SPACE GALLERY JUNGMISO 서울 종로구 동숭동 199-17번지 객석빌딩 2층 Tel. +82.2.743.5378

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 ● 사진의 영역에서 우리가 단 한번도 본적 없던 세상의 이미지를 출현시킬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효과로 상정할 수 있지만, 디지털 이미지 편집과 예술이 다른 이유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손맛이 들어간 경우와 아닌 경우로 구분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과정을 거쳐 출력된 사진 이미지보다 암실에서 제작된 사진의 가치를 좀 더 예술적으로 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 디지털의 혁명 이후, 사진계에도 예술을 평가하는 가치와 방법과 제작, 보존, 유통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변화를 겪었고, 또 진행 중에 있다. 누구나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고, 여느 작가들의 행위와 다르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진이미지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행위 때문에 수 많은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 수 많은 이미지 중에서 예술사진과 아닌 사진을 구별한다.

김정주_The City4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06
김정주_Magic Land 8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07
김정주_The NET_설치_가변크기_2009

특히나 예술가의 사진은 우리가 흔히 어디서 봤던 사진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것이 예술사진이 되고, 또 그만의 독창성으로 인정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아래,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김정주, 목정욱 작가의 사진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들은 자신의 화면에서 극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감성을 전달한다. 김정주의 사진에서는 강박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도시의 구조를 볼 수 있다면 목정욱의 사진은 그와는 정 반대로 도시의 건물이 무너지고 폐허 되는 장면이 드러난다. 세련되게 구축되고 있는 건물의 외관, 재개발을 위해 건물을 무작위로 무너뜨리고, 폐허 시키는 도시의 또 다른 장면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싼 도시환경이 이렇게 두 가지 모습으로 우리의 삶과 마주하게 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드러내고 싶은 지점은 극적으로 두 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시의 건축적 풍경 혹은 도시의 일관된 외적 모습의 전달 뿐 아니라, 이렇게 극적으로 대조적인 시각이 우리의 주변을 물리적으로 덮고 있듯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가져야 되고 혹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마음과 인식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즉 구축되고 무너지고, 창조되고 파괴되는 극적인 현상과 대조적인 삶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대조적인 시각들이 공존해야 됨을, 더 나아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2005년부터 2012년 까지 단일한 오브제로 여러 개념과 결과물을 도출한 김정주의 작업세계와 더불어 영국 유학 이후, 한국에서 두 번째 소개되는 목정욱의 「Urban Photography Research」개념도 면밀히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정주_The NET_설치_가변크기_2012
김정주_죽은 자연3 Dead Nature 3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106×150cm_2011

분절된 시간의 밀접한 유착관계 ● 김정주와 목정욱의 대조적인 상황에 대한 연출에는 시간의 개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구축되고 무너지는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무의식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침투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화면에 과거의 공간과 시간의 문제를 화두로 삼아 작업을 제작한 키리코의 「시간의 수수께끼」와 같은 작업에서의 시계가 등장하지도 않고,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작에서와 같이 어떤 특정 사전이 기억 속에서 계속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흘러내리는 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정주의 집착적 구축과 목정욱의 허무한 파괴와 폐허에서 오는 일종의 흐름은 분명 이중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그 분리된 존재들이 끈끈하게 유착되어 있음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 즉, 창조되고 파괴되는 과정에서 시간적 개별 단위들이 일종의 하나의 흐름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인간의 의식을 개개의 정신 기능이나 관념들의 집적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는 이론과 연결된다.(스티브 컨, 박성관 옮김,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휴머니스트, 2004, p. 74~77 참조.) 단편적으로 조각난 의식은 자신에게 보이지 않으며, 이러한 의식적 흐름은 연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는 것이다. 즉 상반된 모순이 유착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다름아닌 정신이 천천히 혹은 급류의 소용돌이처럼 흐르기 때문이다.(베르그송에 따르면 "정신의 모든 심상들은 자유로이 흘러가는 주변의 물속에 잠겨 물든다." 인간의 정신생활에서는 단일한 속도란 없다. 정신생활은 "날아다니기도 하고 가지 위에 차분히 앉아 있기도 하는 새들의 생활과 닮은 것 같다." 위의 책, p. 78.) 이처럼 우리는 구축과 폐허에서 오는 상반된 상황을 대면하는 순간, 이 둘의 밀접한 유착관계를 단번에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수많은 과거의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그때서야 비로서 이 둘의 시간과 정신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층을 만들게 된다. ● 제임스와 베르그송은의 논의에서는 이러한 의식의 흐름, 생각이라는 것은 불연속적인 부분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 의식의 모든 순간은 늘 변화하는 과거와 미래의 종합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흐른다고 보고 있다.(같은 책, p. 78~79.) 이처럼 우리는 이 둘의 상반된 두 개의 시선에서 짧게는 몇 년, 몇 십 년 길게는 몇 백 년 인류의 역사, 즉 수없이 쌓고 무너뜨린 시간과 공간의 법칙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목정욱_the Urban Topography Research figure 05_C 프린트_70×95cm_2010
목정욱_the Urban Topography Research figure 03_C 프린트_130×180cm_2010
목정욱_the Urban Topography Research figure 02_C 프린트_110×150cm_2010
목정욱_the Urban Topography Research figure 06_C 프린트_130×180cm_2010

도시의 구축을 통해 보는 하나의 시선 - 김정주 작업에 대해(2005~2012) ● 오밀조밀 스템플러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세상을 제작하고 또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김정주의 작업은 그 집중력과 응집력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그의 이미지 앞에 돌연 멈춰 서게 한다. 치밀하고 숨막히게 쌓여 있는 작은 철골 구조의 도시이미지는 2005년부터 사진 작으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블록 삼아 가지고 놀았던 스템플러가 이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제작해 내는 도구가 되었다. 그가 사용하는 스템플러는 너무나 일상적인 소재이며,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오브제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이고 흔한 오브제가 그의 화면에서는 낯설어지길 희망하며, 종국엔 단일하고 작은 스템플러가 거대한 집합체를 이루며, 도시가 되고 환경이 된다. 즉, 종이에 찍히고 마는 단일한 스템플러 개체가 쌓이고 쌓여 네모난 상자가 되어 건물이 되기도 하고, 다리가 되기도 한다. ● 그의 초기작업이 「The City」 시리즈는 2005년부터 2007년에 거쳐 진행되었으며, 본 시리즈는 도시에 펼쳐지는 가상과 실재의 환타지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자신이 놓인 환경에 대한 괌심을 출발로 작업의 소재를 찾은 그에게 스템플러로 도시를 구축하고 세우는 문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어릴 적 집에서 마치 장난감 블록같이 그것을 쌓고 무너뜨리는 흥미로움에 한껏 보냈다면, 이제는 이 소재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 환경을 구축하게 되었고, 이러한 실재의 도시환경의 구축은 좀 더 또 다른 편집적인 상황을 출현시킨다. 개별적 소단위의 조각들이 점점 커다란 맥락의 마을과 도시를 이루게 될 때, 여기서 실재와 가상의 혼재가 드러나게 된다. ●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측면의 도시를 메우는 건물과 다양한 오브제의 실재의 출현으로 시작하여, 2005~2007년 사이에 그 실재적인 터전의 구축과 더불어 환타지적인 가상마을도 차츰 그의 화면에 개입되기 시작한다. 하나의 맥락으로 만들어진 오브제들이지만, 사진으로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이 하나의 마을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모양을 하고 가상의 스템플러 세트장이 된 것이다. 사진이라는 결과물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기 이전에 이 모형도시는 김정주가 연출시키는 현실너머의 환타지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세트장이다. ● 따라서 이 시기에 「The City」에 이어서 확장된 환타지로 구축되는 「Magic Land」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점점 더 실재가 아닌 몽환적인 가상적 세계가 그 모형을 빼곡히 채우기 시작했고, 점차적으로 사진의 퀄리티 또한 세련된 실재와 가상의 공간을 좀 더 자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에게는 환타지 자체 그대로를, 어른에게는 어릴 적 아날로그 감성의 추억의 공간을 현대적인 언어와 시각으로 탈바꿈하여 많은 이들이 김정주의 사진을 통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문화를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 디지털이미지의 산출 값이 픽셀이라면 이러한 개념이 김정주의 사진에서는 스템플러의 하나 하나의 단위가 픽셀 값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픽셀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한히 증폭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김정주의 또 다른 작, 투명한 벽「The NET」은 이러한 단위의 기본 틀이 된 30x30의 평면 틀을 만들어 이 판의 증폭으로 벽이 완성되었다. 이 작업은 2009년도에 최초로 시작되었으며, 핀란드의 헬싱키에 머무르면서부터였다. 「The City」와 「Magic Land」에서는 3차원의 도시와 환타지 공간을 연출했다면, 이때부터는 이러한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으로 펼치는데 열중했다. 항상 자신의 놓인 공간에서 자신의 작업을 다시금 되묻곤 하는 그의 습성이 또 반영된 결과이다. 도심의 높고 낮음이 없는 평면적인 공간에 놓이게 되면서 그는 점차 스템플러를 높게 쌓기를 거부한다. 한없이 펼쳐져 있는 해안선과 수평적 공간의 모습 등, 자신의 보고 느낀 것들을 거침없이 솔직하게 표출한 작업이 바로 이 「The NET」이다. 이 작품을 통해 사진 틀에 있던 스템플러들이 마치 자가증식이라도 하는 양 화면 밖으로 나오게 된다. ● 집요하게 쌓아 올린 도시와 환타지 공간과는 또 다른 대지와 하늘의 표현이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투명한 벽 시리즈는 2012년 좀 더 다른 모습으로 정미소 벽에 설치되었다. 사진 한 장의 완성을 위해 다양한 단위로 쪼개지고 채워지는 스템플러가 벽에 평면적 유닛들이 채워졌고, 이를 통해 사진 속에 있던 스템플러의 재료적 측면을 실질적으로 다시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_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展_2012
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_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展_2012
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_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展_2012
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_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展_2012
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_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展_2012

도시의 폐허로 보는 또 다른 하나의 시선 - 목정욱의 작업에 대해(2010~2012) ● 목정욱의 작업은 도시의 건물이 한 순간, 찰나에 폭파하는 장면을 화면에 담는다. 영국에서 유학시절에 탄생된 그의 최근작 "Urban Photography Research"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자 하는 개념이 압축되어 있다. 유학 시, 사진을 생산해 내는 과정에서 그는 "Image Maker"라는 수식어를 새겼으며, 이때부터는 이 세상에서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을 작업의 중요한 화두로 작용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상적 삶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과도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그에게 새로운 시각은 다름아닌 자신만이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적인 장면들이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을 떠나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경험과 기억의 파편들을 재 수집하고 편집하여 한 장의 이미지를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 오래된 역사를 바탕으로 꾸며진 유럽의 도시와는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한국 도시 공간의 외관은 어쩌면 그에게 굉장히 낯선 이미지였을 것이다. 이렇듯 유난히도 자신의 낯선 공간으로 인도하고 있는 도시의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새로운 도시 외관을 창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파괴를 감행하는 폭파공법이었다. 그는 이러한 폭파공법 영상의 과정을 보면서, 도시의 거대한 건물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극적으로 담아 내기 시작하였으며, 이때부터 그는 도시의 폐허와 파괴의 문제뿐 아니라, 도시가 생성되고 순환될 때 인간이 느끼는 잔잔하면서도 극적일 수 있는 심리작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도시문화 그리고 도시를 형성하게 될 때 반영되는 심리적 요인에 대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 이처럼 우리는 김정주와 목정욱의 작업을 통해 하나의 인생이라는 게임 판에서 건물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는 심리적 작용을 동시에 얻었다. 이번 전시는 작업을 통해 도시와 우리의 삶 안에서 구분되는 대조적인 두 개의 시각을 제시할 뿐 아니라, 두 가지의 시각이 우리의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 지점을 살 펴 볼 수 있는 전시다. 도시 건물의 구축과 그 것이 폐허가 되는 것을 소재로 작업에 임하는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구축되고 폐허가 되는 도시의 순환적 모습뿐 아니라, 우리의 삶 안에서 구분되는 대조적인 두 개의 시각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사람의 양면성과 그것을 받아 들이는 우리의 두 개의 마음과 눈을 인식시키고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이은주

Vol.20120329j | 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 Dual Perspective-김정주_목정욱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