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진展 / KIMHAEJIN / 金海珍 / painting   2012_0323 ▶ 2012_0412 / 일요일 휴관

김해진_옥상1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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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323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미고 gallery MIGO 부산시 해운대구 관광특구 20길 팔레드시즈 2층 Tel. +82.51.731.3444 blog.naver.com/gallerymigo

옥상, 도시의 우울 그리고... ● 최근 김해진이 그리는 풍경은 주로 옥상이다. 옥상은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의 잉여 혹은 여백이다. 별다른 쓸모는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 공간에 시선을 멈춘다. 이상하게도 김해진이 그리는 옥상은 도시의 무덤처럼 느껴진다. 사람의 시선에서 멀어져있는 이 공간은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소외의 공간이자 기능과 효용의 사각지대다. 작가는 이 공간을 쉼 없이 그리고 있다. ● 김해진이 보여주는 옥상은 욕망이 개입할 수 없는 혹은 개입되지 않은 개활지이다. 다행히 쓰임이 없어 사람의 관심에서 사라진 이곳은 밤이면 온전히 혼자일수 있었던 내면의 집과 같은 곳이다. 누구나 혼자 이 공간에서 깊은 사색을 즐기기도 하였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미래를 생각하기도 했을 터이다. 하지만 김해진의 작품에서 옥상은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나 통로가 전혀 없거나 매우 한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겨우 수영장에서나 볼 수 있는 철로 만들어진 계단정도가 전부이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이곳은 세상과 나를 분리 시켰던 '고립'의 공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김해진_옥상2_캔버스에 유채_24×33.5cm_2012
김해진_옥상3_캔버스에 유채_181.8×223cm_2012
김해진_옥상4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1

난 김해진의 작품을 보면서 문득 김기덕을 떠올렸다. 김기덕 영화에서 봤던 이미지와 작가의 작품에서 받았던 인상이 순간적으로 오버랩 되었다. 김기덕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식적인 삶을 비껴나 있지만 오히려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무의식적인 상처와 광기가 버무려진 그의 영화는 오랫동안 잔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김기덕의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들 - 예를 들어「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주산지,「악어」의 한강,「섬」의 고산지,「수취인불명」의 동창리 등 -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지만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인해 무척이나 낯설게 묘사된다. ● 김해진의 작품을 보며 김기덕을 떠올린 이유는 바로 '고립'의 정서 때문이다. 김해진의 작품이 등장하는 공간과 김기덕의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은 분명히 일치되는 지점이 있다.「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호수가 한가운데 떠있는 공간,「섬」의 낚시터,「악어」의 물속,「나쁜 남자」의 좁은 방 등 김기덕 감독은 숨 막힐 정도로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이어나간다. 배와 같은 수단이 없으면 다른 장소로 이동이 불가능한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공포와 고립의 정서를 더욱 배가 시킨다. 김해진의 옥상 역시 올라올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막다른 공간이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참담함은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한 무엇으로 증강시킨다. 뿐 만 아니라 김기덕의 비관적인 세계관은 김해진의 작품에서도 섬뜩하게 조우한다. 사실 김기덕의 작품 전면에 흐르는 비관주의는 우리들 삶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이다. 극단적인 인물묘사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상처와 그로인해 드러나는 광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김기덕의 영상은 어둠과 폐허로 묘사된 김해진의 풍경과 너무도 닮아있다.

김해진_옥상5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김해진_옥상6_캔버스에 유채_37.5×45cm_2012
김해진_옥상8_캔버스에 유채_181.8×446cm_2012

그런 면에서 김해진이 그리는 옥상은 현실적인 공간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건물위에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다기보다는 공중에 떠있는 듯 묘사되어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감돈다. 바로 이 부분이 김해진의 작품이 일상적인 풍경화의 범주를 넘어서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가 그리는 옥상은 그래서 단순한 현실의 공간이아니라 어떤 뉘앙스를 품고 있다. 작가는 이미 2010년도부터 '버려진 풍경'이라는 주제로 황폐화된 도시의 이면을 형상화 해왔다. 어둠과 고독이 깊게 베여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밀폐된 방, 어둠속의 폐허, 잡초가 지배하고 있는 농구코트나 옥상을 헤집고 다녔다. 폐목자재로 만들어진 '이상한 도시' 시리즈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거대한 폐허임을 웅변한다. 그런 면에서 김해진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그리고 너무도 비극적이다. 작가는 '옥상'이라는 공간을 통해 '출구'가 사라진 우리들의 희망을 가슴 아프게 드러낸다. ■ 이영준

Vol.20120323h | 김해진展 / KIMHAEJIN / 金海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