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321_수요일_06:00pm
2012 미술공간現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푸른빛, 파라다이스 ● 우리가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것은 단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그곳은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더욱 가고 싶은 곳이며,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신비롭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파라다이스를 상상한다. 상상을 총동원해 자신들의 황홀하고도 멋진 자기만의 꿈과 희망을 투영시킬 수 있는 곳이기에 더 매력적이다. 그곳은 각자의 빛깔과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작들을 통해 드러나는 김주희의 파라다이스는 푸른빛이다. 푸른색 천위에 반짝이는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그 곳에서 자유로이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그림 속 파라다이스는 현실에서는 존재 하지 않는 곳이지만 열기구, 수영장, 폭포, 사람 등 현실에서 존재하는 소재를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에 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다. 현실 세계에 없는 것을 화폭 안에 만들어내기 보다는 물에 뛰어 들고 싶은 심정, 열기구를 타고 훌쩍 여행을 가버리고 싶은 마음, 반짝이는 것에 대한 동경 등을 반영함으로써 파라다이스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제작과정에 있어 푸른색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작가의 선호색인 푸른색은 전체화면을 구성하는 주된 색으로써 이용되었다. 작가는 청록 빛이 감도는 오묘한 색감의 푸른 천을 먼저 고르고, 색과 어울리는 물의 이미지를 연상한다. 그리고 푸른 천 위에 수영장과 수영하거나 다이빙하는 사람들을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낸다.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억누르고 있던 모든 짐들을 떨쳐버리고 자유로이 파라다이스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을 나타낸 것이다. 이때 푸른색이 시각적으로 주는 시원함은 자유롭고 싶어하는 그들의 심정과 어울리는 듯하다. 몇몇 작품에서 보여지는 열기구나 유람선 역시 같은 맥락에서 그려진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에, 파라다이스를 상징하는 폭포를 보다 가까이서 구경하고 있는 것은 이상향에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채색이 완료되면, 반짝이 가루를 천의 표면에 붙여 폭포를 만들어 낸다. 가루를 접착시킨 후, 채 마르기전에 날카로운 것으로 반짝이 표면을 긁어내어 물결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물보라를 아크릴물감이나 반짝이로 표현해내면 작품은 완성된다.
작품에 반짝이 가루를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작가는 '반짝이 가루는 현대인들의 소비적이고 감정적인 예술의 단면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라 언급한다. 반짝이 가루를 현대인의 소비 지향적 측면의 상징으로 본다면, 물에 뛰어들고 있는 사람들은 욕망 혹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뛰어들고 보는 모습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다이빙하는 사람들은 불안한 위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작품과 조우하면서 폭포가 파라다이스를 상징하고 있는 만큼, 반짝이는 표현기법은 결과적으로 이상향을 더욱 신비한 곳임을 강조시킨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밝은 분위기와 푸른색이 주는 청량감, 반짝이 가루로 인한 시각적 화려함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푸른색 화면에서 일괄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폭포라는 공통된 화면구성에서 각 그림마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집과 사람들의 표현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중 선텐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다이빙 후 물에 빠져서 발부분만 보이거나 물보라만 일고 있는 모습 등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시선을 끈다. 물에 빠졌음을 암시하는 물보라를 표현한 작품과, 수상스키를 타고있는 사람이 표현된 작품에서는 사람을 이끄는 배는 그리지 않고 줄과 사람으로 그린 점이 위트있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준다.
전시작 중 여러 사람들이 수영 대회를 하는 그림이 하나 있다. 작가는 그것을 모든 근심과 걱정이 없는 파라다이스이지만,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경쟁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에서 그린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경쟁은 현실세계에서처럼 치열하기 보다는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 즐길 수 있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범주 안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 말하였다. 필자는 그 순간 토마스 모어(Thomas More)의 '유토피아(Utopia)'를 떠올렸다. 그가 언급하는 유토피아는 이상 국가론이라는 점에서 다른 개념이기는 하지만, 현실을 분석하고 진단 후에 제시한 점이라는 것, 작가가 무한 경쟁주의에 대하여 회의를 드러내고 이상경을 나타냈다는 점과 유토피아가 현재와 다른 세상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유사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작가의 파라다이스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모두, 걱정이나 근심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김주희의 작품들은 현실비판적 측면, 즉 소비지향적 삶, 경쟁주의적 사회에 대한 비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진 않다. 그러나 먼저 작품의 의도를 접하게 되면, 그림 속 이미지들이 마냥 현실과 무관하게 여겨지지만은 않는다. 이것은 작품이 지닌 설득력으로 볼 수 있다.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지내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행복한 상상으로 여길지, 혹은 반짝임 이면에서 현대인들의 소비적이고 감정적인 단면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관람자 각자의 몫일 것이다.
파라다이스에 대한 갈망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라면, 행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주먹 안에 쥐어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 않나 말이다. 필자는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끝없는 욕심이 현실에 대한 만족을 망각하게 하고 더 나은 상황 혹은 허상으로만 존재하는 이상향만을 꿈꾸게 하고 있진 않나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의 고된 상황을 잊게 하고 현재를 보다 충실히 살아가게 하는 작은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진행될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은 어떠한 개성 있는 방법으로 파라다이스를 표현하게 될지, 또한 보다 다양한 구도와 스토리들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작가가 상상으로 그려낸 파라다이스를 보면서 저마다의 파라다이스는 어떤 곳인지 떠올려 보기를, 그리고 전체적인 작품에서 전해지는 밝은 분위기와 색감, 화려함으로 인해 시원하고 기분 좋아지는 경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구나영
Vol.20120321g | 김주희展 / KIMJOOHEE / 金州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