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러나, 그리고

2012_0317 ▶ 2012_0401 / 매월 첫째주 월요일 휴관

임현경_마음의정원_장지에 채색_193×129cm_2011

초대일시 / 2012_0317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민경_김민주_임현경

후원/협찬/주최/기획 / 갤러리 골목

관람시간 / 11:00am~10:00pm / 매월 첫째주 월요일 휴관

갤러리 골목 Gallery GOLMOK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4-23번지 1층 5호 Tel. +82.2.792.2960 www.gallery-golmok.com

'그래서', '그러나', '그리고'는 우리의 삶에서 흔히 사용하는 접속부사이다. 앞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를 적절하게 이어주는데 (그래서), 그 앞뒤의 내용이 상반될 때 (그러나), 그 내용을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그리고) 사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각자의 작업에 있어서 우리의 관계는 이 부사들로 정의 내릴 수 있다. ● 우리들의 작업은, 동양화라는 장르, 그 중 전통적 산수화 혹은 화조화에서의 자연적 매체를 차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비슷한 소재들을 가지고 잠재되어 있는 보이는(visible) 상과 이면의 보이지 않는 (invisible)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또 이러한 이야기들이 우리들을 연결시키고 연관 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우리가 사용하는 소재들 대개는 동양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그러나'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각기 다르게 표현한다. 우리는 이 전시를 통해 각 3인 작가들이 어떻게 본인만의 색깔로 이를 재해석하며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 '그리고' 각자가 생산해낸 함축된 메시지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며, 또 나아가 이러한 메시지를 관람객과 함께 어떻게 소통해 나가는지를 시도한다. 뿐만 아니라 '그리고'는 그림을 그리거나 의미를 옮긴다는 동음이의어이기도 하다. 즉 우리들이 살아가는 동안 마주치고 생활하고 활동하고 대화하고 만들어간 우리의 관계에 대해 '그림을 그리면서, 혹은 그림을 그려가면서' 이어준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임현경_나무와 돌과 새이야기10-3_장지에 채색_188×60cm_2010

임현경의 작품은 전통 동양화 제작방식인 병풍을 바탕으로 하여 생명력의 순환을 일대기처럼 화폭에 담아낸다. 그녀는, 작은 씨앗과, 연약한 생명체에서 탄생되어 있는 나무, 암석, 새, 땅, 돌밭, 가시덤불 등의 이미지들을 한데 모아, 그 안에서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화면의 중심은 가장 생명체가 만발한 상을 보여 낸다면, 양 옆 끝 화면은 생명의 잉태, 혹은 소멸과 같은 장면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그녀의 삶에서 중심이 되는 신앙적인 깊이를 화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본인의 자아를 그림을 통해 드러내었다고 볼 수 있다.

김민주_산수유람_장지에 먹, 채색_76×64cm_2011
김민주_배를저어가자_장지에 먹, 채색_120×160cm_2011

김민주의 작품은 전통적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변용하는데 의의를 둔다. 전통과 현대적 소재들 해학적 상상의 모티브들로 이어주면서, 화폭에서 보다 흥미롭고 새로운 시각적 발상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집안에 가득한 폭포수, 지붕을 뚫고 나가는 나무숲, 집인지 연못인지 혹은 집안인지 집밖인지 알 수 없는 이미지들 속에서 삿갓을 쓴 정체 모르는 사람이 유유자적하게 공간의 안과 밖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게 하고, 우리가 구분 짓는 경계들을 부수고 모호하게 하며, 현대의 바쁜 삶에서 생각과 삶의 여유를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김민경_mountian a seeing spot 23_장지에 채색_80×110cm_2011
김민경_The moment-episode 3_장지에 채색_103×140cm_2011

김민경의 작품은 산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경험과 사고를 반영한다. 산을 형상화 시키는 요소들인 바위, 돌, 나뭇잎, 풀, 꽃, 흙, 뿌리 등을 위주로 하여, 순간적으로 포착된 각각의 개체들을 공간 속으로 이미지화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산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종이' 라는 한정된, 하지만 확장된 공간 내에서 요소들을 변형하고, 배치하고, 재단하고, 또 구성해 나가면서 이미지를 구축해나간다. ● 임현경이 화조화나 민화, 김민주가 전통적 산수화에서 소재들을 차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소재를 배치하게 되면서 변용을 하였다면, 김민경의 작품은 산수를 바탕으로 하지만 전통적 동양화의 기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임현경과 김민주는 그림 내에서, 현대적 혹은 서양적 소재인 분수, 현대적 가옥, 흔히 사용하는 사물들을 그려내면서 전통과 현대의 소통적 역할을 한다면, 김민경은 재료적인 면에서 전통적인 필 대신 인두를 사용함으로, 태워나가면서 획을 형성해 나간다는 데서 이들과 다름을 보인다. 비슷한 소재, 같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각자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은,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이 화폭 속에 녹아들었을 뿐만 아니라 색깔 있는 작업을 위한 각자의 다양한 실험과 시도들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오랫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작업해온 세 명의 또래 여성작가들의 이야기들을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전시됨으로, 각자는 동양화의 자연적 이미지를 도구로 하여, 재현해낸 이야기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또 서로는 작품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으며, 관계를 더 공고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뿐만 아니라 3인의 작가들은 관람객들에게 각자의 혹은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전달하면서, 그들에게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함과 낯섦, 전통과 현대, 오래됨과 새로움을 적절히 차용하고 변용해 나간 우리들의 이야기를 관람객들과 소통하면서 굳어진 동양화의 이미지를 좀 더 새로운 도전의 장르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공간인 이태원이라는 지역적 공간에서-보는 이에게 익숙함과 낯섦,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 오래됨과 새로움과 같은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가장 전통적인 소재를 가지고 현대적으로 풀어나가는 3인의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드러낼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갤러리 골목이 대중과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교류의 장으로서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이 전시가 그 역할을 이행하는데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민경

Vol.20120317c | 그래서, 그러나, 그리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