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314_수요일_06:00pm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0:30am~08:00pm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 Gallery yedam Contemporary 서울 종로구 삼청동 26-2번지 Tel. +82.2.723.6033
소위 절대적이라고 지칭하는 것들의 지속성은 얼마 만큼인가? 그리고 그것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절대적'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절대성에 관한 이러한 질문들은 종교와 현실, 혹은 이상과 현실 간의 부딪침이 일어나거나 그 사이에 간극이 나타난 국면에서 활발히 논의되던 것이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절대성에 관한 논의의 행태가 변화하고 있으며 그 빈도 또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절대성에 관한 논의의 대상이 종교나 신과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로부터 물질적인 것으로 바뀌어가고, 절대성보다는 상대성에 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상당부문 기인한다. 현재 절대적이라고 믿어지는 속성들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면서도 아주 사소한 이유들로 인해 한순간에 증발되어 버릴 수도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지젝(Slavoj Žižek)의 저서 제목처럼 우린 『무너지기 쉬운 절대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그 '절대성의 절대적이지 않음'에 기민정, 유한이 두 작가의 시선이 머무른다.
십자가, 식충식물, 마리아, 붉은 색, 작은 사람들... 기민정 작가의 「Gula」 시리즈는 현실의 탐닉과 절제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Gula(굴라)는 라틴어로 본래 '목'이라는 뜻이나 가톨릭에서는 '탐식의 죄'를 의미한다. 탐닉들 중 작가는 '식욕'을 가장 생욕적이고 생리적인 현상이며 이를 통해 육체의 무게가 지탱됨을 인식하게 된다고 보았다. 사실 종교적 의미에서 탐식을 포함한 여러 욕구들은 죄의 원인으로 규정되어왔으며 이성을 발휘하여 절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은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욕망을 추구하고, 외부로부터 주어지고 강요된 미의 잣대에 맞춰 몸과 얼굴을 변형해 나가는데 다름 아니다. 절제라는 것도 더 이상 종교적이거나 이성적인 의미로서가 아닌 물질 사회에 자신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며 특히 식욕은 그 변형된 절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이 되고 있다. 작가는 종교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참 의미를 가진 절제의 현실이란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이러한 모순적인 현실을 식충식물과 여러 오브제를 통해 보여준다.
식충식물은 식물에게서 동물적인 탐식의 욕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상식의 경계가 무너진 대상이다. 이런 경계의 허물어짐에서 우리는 새로운 느낌과 불편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러한 감정은 욕구의 충족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단편적인 면을 제 3의 대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불편함인 것이다. 이성적 절제의 상징물인 십자가, 마리아상, 그리스도상 등의 오브제가 함께 구성되면서 모순적 상황은 단적으로 제시되며 앞서 언급한 불편한 감정은 극대화된다.
쉽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도시. 유한이 작가는 '레고'를 이용하여 화폭에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한다. 도시의 색은 무지갯빛처럼 화사하고 그 모양은 장난감 블록으로만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신기하고 귀엽기 그지없다. 도시 하늘에 머무르는 구름 역시도 구름과 거품이 혼합되어 진짜와 가짜 사이의 느낌을 오고 간다. 이런 가상의 도시에서 뚝딱뚝딱 블록들로 빠르게 지어진 건물들의 속도만큼 그 해체, 사라짐도 용이하다는 것을 우린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해체와 사라짐은 화폭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도시의 익숙하거나 오래된 풍경 혹은 주변의 여러 현상들은 쉽게 사라지고 해체된다. 그렇다고 해서 익숙하거나 오래된 기존의 것들이 절대적 가치를 가진 대상들이라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요점은 그 무엇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다. 더 나아가 작가의 관심은 빠른 생성보다는 빠른 소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품구름은 소멸의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재이다. 도시의 하늘에 흩뿌려진듯한 거품구름은 비눗방울처럼 '톡'하면 바로 터져버릴 것만 같다. 그 방울방울 사라진 구름은 건물의 화려한 색감과는 대조적으로 잿빛이다. 소멸은 곧 잿빛이고 불현듯 아주 갑작스럽고 쉬운 방법으로 찾아온다. 작가의 말처럼 도시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삶은 농담 같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우린 '무너지기 쉬운 절대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민정, 유한이 두 작가를 포함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소위 절대적 기준이라는 잣대와 실제 그 절대성의 속성들이 무너지는 일련의 현상들을 만나게 된다. 두 작가의 작품은 이런 현실에 대한 경고를 시각적 즐거움과 맞닿을 수 있는 접합점을 통해 적절히 녹여내었다고 본다. ■ 박우진
Vol.20120315h | 기민정_유한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