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영경 : '나에게 말을 걸다-치유로서의 미술' ● '드로잉을 하면서 항상 고민인 것이 모델과 나의 관계 아니면 감정들의 끌림, 그림들의 설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관해 계속 생각 하게 된다. 최대한 드로잉 작업할 때는 주변의 신경을 죽이고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작가와의 대화 중) ● 작업실 여기저기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의 드로잉, 웅크리거나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드로잉속 사람들은 나와 눈을 맞추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드로잉속 사람들은 음영경 작가 자신과 너무도 많이 닮아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나와 눈을 맞추지 않은 채 낮은 톤으로 차분히 자신의 작업 이야기를 이어가는 작가는 곧잘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상황으로 빗대어 이야기하곤 했다.

음영경_someone_OHP 필름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인간의 형태 ● 음영경의 작업에서 가장 주된 소재는 인간의 신체이다. 시간성과 서술성이 부재한 채로 흰 종이 위에 배경과의 아무런 관계 장치 없이 인간의 모습이 자리한다. 작업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작가는 매우 얇은 펜(그것도 한 가지 펜만 고수하고 있다)을 이용해 수천, 수만 번의 드로잉으로 완성시킨다. 그러한 펜의 흔적들은 흡사 자코메티가 그의 조각 작업에서 철사를 여러 겹으로 감아 만들어낸 것처럼 수없이 많은 선이 쌓이고 쌓여 인간의 형체를 지탱하고 있다. 지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의 작업에는 모두 배경이 배제되어 있다. 그것은 흰 여백으로 남게 되는데, 따라서 작가의 작업은 형태와 흰 여백으로 구성된다. 나아가 흰 여백은 작업의 일부로서 거리감과 입체감을 도와주고 있다.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와 입체감이 신체 드로잉에서 빠져 있는 대신에 그 여백이 감각의 확장을 돕고 있다. 이것은 화가 자신과 대상과의 거리와 관련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작가가 드로잉 작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비틀어져 심하게 왜곡되어진 신체에서 표현되는 감각을 어떻게 읽어나갈 것인가에 관해서는 아직 해답을 내릴 수 없다. 개별적 작업으로는 소외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리즈의 연작 속에서는 힘을 획득하는 작업 속 인간들의 형태를 어쩌면 작가가 현재 이어가고 있는 작업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음영경_someone_장지에 펜_가변크기_2012

작가는 근작에서 이집트 문명과 잉카문명 속에서 나타나는 인체의 형태와 관련하여 전작과는 조금 다른 작업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것은 전작과 같이 모두 인간 형상에 관한 탐구로 세부들이 완벽하게 제거된 모습으로 재현 되고 육체는 덩어리로서 우리에게 보여 진다. 감성을 자극하는 이전의 작업과는 달리 특징적 대상성과 공간감이 극대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음영경_someone_장지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정체성의 표출 ● 음영경의 드로잉 작업에서 보여 지는 인간의 형상은 작가가 만들어낸 환타지로서 그림 속 사람들은 종이 위에 독립된 공간을 구성한다. 그들은 작가에게서 떨어져 나온 부분으로 작가의 창조물이자 페르소나로 작가의 이야기를 대신하고 있다. - 나약한 모습으로, 얘기하는 모습으로, 부끄러운 모습으로, 때로는 사랑하는 모습으로.

음영경_someone_OHP 필름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치유로서의 미술을 미술사 속에서 살펴보면 '환타지'와 '지성', 이렇게 큰 두 가지 축으로 이어져 왔다. 내적인 그림과 외적인 그림 사이에서, 내적인 그림이 표현되어 졌을 때 만들어지는 창조물로서의 생산물과 수용 사이에서, 인지와 학습에 의한 습득 사이에서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수많은 타인의 모습으로 보여 지며 자신의 꿈과 사랑과 욕망의 실체에 관한 재현은 작가 자신에 있어 치유의 과정일 수 있다. 타인의 몸짓이나 손짓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정신세계를 대신 말하려 한다는 것은 작가가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작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관한 관심의 표출로 읽을 수 있다. ● 사람의 형상을 재현한다는 것에서 세 가지 사항을 얘기하자면 정신, 영혼, 신체 (이것은 즉 생각, 감정, 욕망이다.)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완벽하게 인간의 신체가 주를 이루는 그의 작업은 우리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신체를 통한 정신적인 형태 구현의 과정이라 하겠다. 극도의 외로움이 표출되는 형상과 지나친 사랑의 모습 속에서, 수많은 페르소나를 생산해내는 그는 아마도 그것을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음영경_someone_OHP 필름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드로잉 외에도 설치와 영상, 사진작업을 병행하는 작가의 작업을 모두 살펴보면 작가가 작업을 통해 위안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회로부터 침입당하는 '나'라는 존재의 방패막이나 그 상처의 치유책이 그의 작업으로서 생산되어 지는 과정이다. 그의 작업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마치 유기체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무언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 김선정

음영경_someone_OHP 필름에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Young Kyung Eum: 'Talking to Myself - Art as Remedy' ● "When I draw, I always think about my relationship with the model, the attraction of feelings, and creating the settings. I try to focus as much as I can without any distraction when I draw."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 Her drawings, which are occupying the space in her studio, are crouching or turning their back at me, but the people in most of the drawings are staring at me. They are trying to talk to me. The people in the drawings look so much like the artist herself. I could see that she is rather introverted and shy as she talked about her work in a soft voice without even making an eye contact. She liked to compare her stories with the stories of others. ● Shape of People The major material in Eum's work is the human body. People are placed on white paper without any relativity with the background, lacking time and description. As you look closely into her work, you would easily see that the artist completes her work by drawing thousands of times with a very thin pen (one type of pen only). The imprints of this pen accumulate countless lines to support the shape of people as Giacometti ties his sculpture with several layers of wires. I use the expression 'support' because there is no background in her work. There is only a white negative space. Therefore, her work consists of shapes and white negative space. The negative space becomes a part of her work to give a sense of distance and dimensions. The drawing is lacking the ideal proportion and dimensions, but the negative space helps with the expansion of senses. This is related to the artist's distance to the object, and this is what the artist ponders most deeply when she draws. She cannot provide an answer as to how to read the senses that are expressed by the distorted and deformed body. Although each work is isolated, the series gains power with the shapes of people that could possibly provide an answer. ● In her recent work, the artist is producing somewhat different pieces related to the shapes of human bodies found in the Egyptian or Incan civilizations. Like her earlier pieces, they reproduce the shapes of people without any detail, and the bodies are presented to you as lumps. Unlike the earlier pieces that stimulate your sentimentality, they maximize the characterized object and the sense of space. ● Expression of Identity The shapes of people that you see in Eum's drawings are the fantasies created by the artist. The people in the drawings create an independent space on the paper. They have broken off of the artist to tell her story as her creations or persona, posing as a weak person, talking, being shy, or being in love. ● Art for remedy, in the art history, has taken two forms: 'fantasy' and 'intelligence.' When the internal drawing has been expressed in between internal and external drawings, you should focus on the relationship between perception and learning for the acceptance of product as a creation. The reproduction of her dream, love, and desire in the form of countless others can be a process of remedy for her. Talking about her spiritual world while talking about others' body or hand gestures can be read as the expression of her interests in how others look at her and how she appears to others. ● The three factors of reproducing the shapes of people are the spirit, the soul, and the body (which represent the thoughts, the emotions, and the desire). In this context, her work that is mainly about human bodies is the process of creating the spiritual shape through the body that is most natural to us. She, who produces many personas in the shapes of extreme loneliness and excess love, is probably expressing herself. ● The artist also works with installations, videos, and photography. Her work clearly shows that she is consoled by her work. The shield around the existence of 'myself' that is intruded by the society or the remedy of her wounds are produced in the process of her work. The people that appear in her work are herself who is living as an organic body in a place isolated from the world, but constantly sending out signals, hoping to communicate with the world. ■ Sun Jung Kim

Vol.20120314l | 음영경展 / EUMYOUNGKYOUNG / 陰永暻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