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다 사라지다

이성구展 / LEESEONGGU / 李姓九 / sculpture   2012_0314 ▶ 2012_0320

이성구_24k 금, 알루미늄_178×53×16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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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협찬/주최/기획 / 이성구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이성구는 인체를 다룬다. 환조가 아닌 부조로 다룬다. 작업 대부분이 그러하다. 자연스레 회화적 연출과 설정이 개입한다. 주된 제작기법은 소조다. 재료를 깎아 들어가 인체형상을 찾아내거나 끄집어내기보다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몸과 맘을 하나하나 더해가며 궁극의 형태를 빚어낸다. 주지하다시피 인체는 조각이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다루어 온 소재인 동시에 모티프다. 이성구의 그것은 전통 성형방식이었던 흙으로 만든, 이른바 모델링에 의한 인체가 아니다. 주형으로 떠낸 주물도 아니다. 이성구의 작업은 놀랍게도 용접술에 의한 소조다. 작업의 시종이 까다롭고 지난한 용접술에 의해 비롯되고 마무리된 독특한 방식의 순수 용접소조작업이다. 오늘날의 현대조각을 가능하게 한 직접적인 계기이자 제작방식인 용접술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확한 이해가 살아있음이다. 또한 가스와 용접봉, 토치 등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등 재료와 도구에 대한 탄탄한 실천적 기본기가 뒷받침되고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 이처럼 이성구는 무모하리만큼 용접술만으로 인체모델링 및 배경작업을 진행한다. 용접술을 사용한 대부분의 조각이 선묘적인 특성을 강조한 철조작업이거나 전통 모델링의 수직본능을 매력적으로 극복한 다양한 형식의 추상작업임을 감안할 때 그의 용접소조작업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추상적인 모티프를 강조한 작업도 있지만, 이성구의 작업은 대부분 구상조각이다. 엄밀히 말하면 구상표현적인 특성이 강한 용접조각이다. 재료나 기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드러운 라인과 표정을 보이는 편안한 느낌의 작업은 아니다. 무언가 매끈한 상태의 인체형상이라기보다는 다소 불편한, 어떤 고통스런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존재의 극적 몸부림이 두드러진다. 용접봉으로 지지고 녹이며 땀땀이 이어나간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울퉁불퉁한 표면은 보는 이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매기에 충분하다.

이성구_스테인리스 스틸_109×57×25cm_2012

그의 인체는 온전하지 않다. 부분적으로 절개되었거나 절단된 면을 강조하듯 드러내고 있다. 손, 발, 머리가 통째로 잘려나가 있거나 주요 부분이 왜곡되거나, 과장, 생략되어 있다. 물질만능의 세태 속에 거세된 인간 실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불꽃 튀는 치열한 과정을 거쳤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굳어버린 표정이 차라리 애처롭다. 바싹 말라버린, 푸석푸석 건조한 현실풍경이다. 누군가에 의해 유기질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박제된 듯 바삭한 동체가 눈길을 끈다. 무언가에 의해 활활 타버린 후 급속하게 냉각, 건조된 느낌이다. 화석화된 기억, 좀비와도 같은 공허함을 상기시킨다.

이성구_스테인리스 스틸, 스틸_77×70×17cm_2012

작업 진행 과정상 이성구의 작업은 가역과 불가역의 경계를 오간다. 거역할 수 없는 불가역성, 또한 가역적인 부분이 공존한다. 물리적인 변위, 변형, 변환이 쉼 없이 교차한다. 일체의 세속적 욕망과 잡념이 불꽃 속으로 녹아든다. 용접봉과 함께 녹아든다. 혼융되어 있다. 용접농(膿)을 남길 따름이다. 상처와 함께 고름을 남긴다. 남겨진 농. 이성구의 작업은 농들의 교집합, 합집합에 다름 아니다. 예쁠 것도 없는, 투박하게 뭉뚱그려진 뭉툭한 점으로 하나되어 만난다. 몸을 녹이는 자기희생을 통해 또다른 존재의 가능성을 매개한다. 그것은 자기존재의 증명이자 세상에서 부딪히며 입은 상처와 얻은 교훈에 다름 아니다. 얽히고설킨 세상만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짓무른 상처들이 이성구의 마음 깊숙이 고스란히 전이된다.

이성구_스테인리스 스틸, 스틸_117×43×27cm_2012

수많은 용접봉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씨줄과 날줄로 작용한다. 그의 용접술은 이들의 직조가 쉼 없이 일어나는 배틀이다. 작업장은 직조하는 틀이기도 하고 전장이기도하다. 그의 호흡이 가뿐 이유다. 이미 조각과 함께, 용접술과 함께 뜨겁게 융착, 응착되어버린 떼어 놓거나 갈라놓을 수 없는 견고하게 결착된 새로운 형국이다. 그러나 그의 조각은 투각(透刻)과도 같아 보인다. 긴장이 넘치고 일견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은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가 엮어내는 공감 가능한 세상이야기, 속 깊은 이성구의 에피소드를 따라 들어 가보자. 학부시절부터 줄곧 집중해온 용접술에 대한 고집과 자신감이 아낌없이 투여되어 있다. 그의 작업은 당대의 사회문화적 이슈를 추리하며 자신을 걷잡고 다듬는 사유작용이다. 기지(旣知)의 경험과 판단으로부터 벗어나 자신과 세상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존중하려는 의지다. ● 이성구는 조각가답게 드로잉을 많이 한다. 그의 공격적인, 직접적인 용접봉 드로잉 이면에는 탄탄한 연필 드로잉이 있다. 조각가로서의 의지와 용접술이라고 하는 기법과 재료에 대한 물오른 자신감이 작업 구석구석에 묻어난다. 바지런하고 민완(敏腕)한 청년작가다. 창작주체로서 일방적인 행위와 치밀한 계획, 탐색을 전제하기보다는 재료의 성결을 순응하고 존중하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이 빛난다. 마무리를 각각 달리하여 동일 기법과 재료가 선사하는 이질감과 양면성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이성구의 작업은 용접표면의 흔적을 따라 들어가는 즐거움과 함께 그 이면의 고통과 어둠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성구_스테인리스 스틸, 스틸_86×61×39cm_2012

이성구의 작업은 선, 점, 면 순으로 진행된다. 몇몇 선들이 녹아들어 크고 작은, 두껍고 얇은 점을 이루고 그 점들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면을 이룬다. 용접봉과 토치를 통해 풀어내는 작가의 호흡이 구석구석 녹아든다. 그에게 있어 선은, 다름 아닌, 가늘고 기다란 용접봉이다. 이질적인 혹은 같은 종류의 용접봉, 이른바 용재를 맞댄 후 용접봉으로 지진다. 서로가 서로를 녹인다. 식은 후 갈아내거나 잘라낸다. 원하는 이미지를 끄집어 낼 때까지 수 없이 반복한다. 일반 공업용 용접술의 과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성구 역시 아르곤가스와 토치, 용접봉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이들은 불꽃을 피우며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일견 단순해 보인다. 빠르게 변해만가는 현 세태와도 닮았다. 문제는 호흡이다. 이성구가 그들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용접과정에 그의 마음마저 녹아들고 있음이다. 용접 완료 후 특정 부위를 화학적 터치로 광을 내며 강조하기도 한다. 일종의 화룡정점이다. 연필 드로잉에서의 지우개처럼 화학용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방점을 찍는다. 용접의 상처를, 용접봉들의 농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이브한 표정도 이성구 용접술의 관전 포인트다.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거나 거스르며 반응하는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써 감추고 포장하기보다는 그냥 현실에 있는 그대로 던져 놓는 균형 있는 배짱도 접할 수 있다.

이성구_스테인리스 스틸, 스틸_73×49×36cm_2012

젊은 조각가, 이성구. 특유의 뚝심과 성실함으로 첫개인전의 부담감을 툭툭 털어냈다. 조각가로서, 용접 매니아로서 자신의 존재와 작업을 무리 없이, 당당하게 상장시켰다. 홀대받고 있는 조각에의 변함없는 애정과 특히 용접술의 여전한 비전을 담담히 보여주었다. 조각의 매력에 이어 용접술의 가능성에 흠뻑 젖어 있는 이성구의 다음 작업이 기다려진다. ■ 박천남

이성구_스테인리스 스틸_22×32×24cm_2012

Seong-gu Lee's To Exist or To Disappear ● Seong-gu Lee works on human body, and that in relief rather than carving in the round. Most of his works were done that way. are such. Naturally pictorial expressions and settings are involved. His major technique is modeling. He builds up an ultimate shape adding one by one with his body and mind as if painting a picture on a white canvas rather than finding or taking out a shape of human body by carving it out. As well known, human body has been not only a subject but also a motive that has been treated steadily in sculpture. However, Seong-gu Lee's works are not those made of earth in conventional modeling method, in other words, human body created by modeling. They are not molds, either. Seong-gu Lee's works are surprisingly made in a modeling by welding technique. It is a pure welding modeling work in a unique method, which starts and finishes the works by welding technique that is complicated from the first till the end. This means the constant interest and accurate understanding of the artist about welding technique, a direct momentum and production method that initiated today's contemporary sculpture, is vividly alive. And those works are possible because they are backed up by his actual basic skill to command tools and materials such as gas, welding rod and torch. ● As such, Seong-gu Lee makes human body modeling and background works only with welding technique, which can be thought reckless. In consideration of the fact that the most of sculptures using welding technique are metal engraving work that emphasizes the characteristic of line-drawing or various formats of abstract work that charmingly overcomes the vertical instinct of conventional modeling, his welding modeling work is extremely extraordinary. Some of Seong-gu Lee's works emphasize an abstract motif but most of them are representational sculptures, strictly speaking, welding sculptures with strong feeling of representational expression. As shown in the materials and technique, they are comfortable works that give a comfortable feeling with soft lines and shapes. He works on human bodies that he expresses remarkably in a condition of dramatic struggle of a being who wants to get out of somewhat inconvenient and painful situation rather than human bodies in somewhat smooth condition. It is enough to catch spectators' eye on the rough surface of his works for a long time, which has trace of welding work as it were - melting, welding and adding metal little by little with a welding rod. ■ Tcheon-nam Park

Vol.20120314g | 이성구展 / LEESEONGGU / 李姓九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