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314_수요일_06:00pm
2012 미술공간現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집, 외로움으로 가둬나가다... ● 도시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낡고 허름한 건물. 그 집 앞 화분들은 사람의 손길을 오랫동안 받지 못했는지 다듬어지지 않은 채 그렇게 덩그러니 놓여있다. 과연 사람이 살고 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그 곳을 작가는 화려한 도시 속에 숨겨져 있던 보물을 찾아내듯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를 재현한 '바람부는...'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나의 눈길은 왠지 모르게 깨진 화분에 한참동안 머무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는 담백한 분위기를 연출해내었는데, 산속에 있는 외딴집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실제로 없었던 나무를 집 뒤에 그려 넣어주기도 하고, 사람이 살긴 했었으나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인적이 끊겼다는 느낌을 주기위해 문을 아예 그려 넣지 않기도 하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묘사되는 요소가 많고 채색된 부분도 있었던 것에 반해, 이후 그려지는 그림들에서는 대상을 간결하게 그려내면서 작품의 의도를 보다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작가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멀어져가는 시골 풍경들을 떠올리며 너른 광야에 홀로 서 있는 집 한 채의 느낌을 한지에 담아낸다. 집은 화폭의 작은 부분만 차지하고, 남은 넓은 부분에는 작은 동그라미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집 주위를 에워싼 동그라미들은 나무, 밭, 혹은 돌 등으로 연상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외로움'이라고 일컫고 싶다. 소재는 집이지만,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느껴졌던 감정이 외로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소한 풍경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남다르게 느꼈던 작가의 예민한 감수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림들에서, 과연 관람객들은 어떠한 장면과 의미로 해석하게 될까.
종이에 집을 그리고, 연필로 반복된 원을 그려나가는 작업 방식은 마치 집을 가둬나가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연필을 잡기 전, 때때로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느꼈던 소외감이나 TV라는 매체를 통해 접했던 자살에 관한 뉴스, 혹은 일상에서의 에피소드들이 파생시키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집이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에 영향을 준 것이다. 작품 속 집은 때때로 홀로 고립되고 고립시켜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으며, 우리를 가두고 있는 원인은 어떠한 피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타인일 수도 혹은 나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갈등의 상황을 부정하거나 합리화하는 등 자신을 힘들게 하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여 외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무의식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을 억압, 부인, 합리화하는 등 자기방어적 성향을 나타내는 심리의식은 프로이트의 『방어의 신경정신학』에서 언급하는 정신분석 용어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로 설명할 수 있다. 방어기제는 갈등의 적응적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 측면도 보이지만, 관점만을 바꾸는 습관화된 방어기제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부정적 측면 또한 지니고 있다. 화폭에서 느껴지는 단절적 요소들은 갈등 자체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가혹한 현실 앞에 도피해버리는 방어기제에 찌든 나약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그림은 일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을 누군가도, 타지에서 공부하고 있을 누군가도, 혹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켜나가고 있을 누군가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러한 그림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한번쯤 느껴보았을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러한 주제를 담아내고 이를 자신만의 담담한 분위기와 절제된 표현방법으로 작업해낸다. 연필을 세워서 그리는 방식을 고집하기에 선의 굵기, 혹은 강약의 표현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 절제된 표현방식과 반복적 작업행위가 스스로를 가둬나가는 듯한 느낌과 적절히 맞아떨어진다. 그 안에 우연에 의한 미묘한 연필선의 변화와, 만들어지는 패턴, 그림을 숨 쉬게 하는 작은 여백들이 발견된다. 외딴 집은 매우 외롭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혼자만의 안식을 느끼며 살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해본다. 그림 속 굴뚝에서 피워나오는 연기가 그의 무사한 존재를 알리고 있는 것만 같다.
동그라미들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정작 안이 비워져 있다. 집을 가두고 가두게 하는 그 동그라미들은 텅빔 그 자체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있는 집의 광경을 그려내는 동시에, 군중 속에서 느끼는 소외와 단절, 공허함 그 자체를 충실히 표현한다. ● 반복된 작업과정은 작가에게는 모든 것을 잊고 더욱 그리는 행위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완성된 작품은 관람하게 되는 누군가에게는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하는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러한 동질감에 의한 소통이 보는 이 스스로를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게 하고, 그것으로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 구나영
Vol.20120314f | 채효진展 / CHAEHYOJIN / 蔡孝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