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색 Shadow's Color

김보영展 / KIMBOYOUNG / 金寶煐 / painting   2012_0313 ▶ 2012_0319

김보영_사라진 공간_캔버스에 유채_53×65.2cm_2012

초대일시 / 2012_0313_화요일_06:00pm

후원/협찬/주최/기획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7480 cafe.naver.com/woosukhall

그림자라고 하면 빛에 반대되는 그늘진 곳이자 색도 소리도 없는 형체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눈에 보이는 그 어두운 빛깔, 오로지 그 색밖에 없는 것이 그림자인 것 같기도 하다.

김보영_풍경I, II, III_캔버스에 유채_80×100cm×3_2010
김보영_나무들I, II_캔버스에 유채_130×162cm×2_2011

나의 작업은 도시 거주자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들을 소재로 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눈 여겨 보는 풍경은 주로 사람의 손이 많이 닿은 자연물과 여러 시설물로 둘러싸인 환경이다. 사람들이 주로 일터나 집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의 도시를 가보면 알 수 있듯이 도시를 이루는 각종 기자재와 구성방식은 거의 동일해지고 있다. 동시에 도시는 보이지 않는 구획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무질서한 공간이다. 여러 차례의 도시계획이나 행정적 구분 같은 구획들이 크고 작게, 때로는 서로 겹치기도 하면서 공간을 잘라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보영_그림자의 색I_캔버스에 유채_130×193.9cm_2012

나는 이러한 반복과 무질서함이 우리의 반복적인 일상이 공간에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우리가 하는 일이 한정되어 있듯이, 우리가 속한 공간 또한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며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시만의 색채를 발견하는 일이다. 매일의 반복 속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미세한 변화들이야말로, 똑같은 공간 속에서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특별한 색채를 발견했을 때의 경험을 글로 기록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 "그림자의 색"을 관찰하고, 그림자의 희미하고 너울거리는 성질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일환이다.

김보영展_서울대학교 우석홀_2012

늦은 밤, 조명에 의해 여러 가지 색과 방향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들은 매일 걷는 길에서 가장 새롭고 신비해 보이는 요소이다. 귀가 시간의 그림자는 인공조명의 색에 의해 다양한 색과 방향으로 드리워지며,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순간적으로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졌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주황이나 초록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게 이러한 그림자의 색들은 귀갓길의 노곤함, 주어진 일과와 사람들로부터 떠나 조용히 걷는 경험, 주변에서 들리는 인기척 등과 결합해서 공허하면서도 안락한 색으로 기억되었다. 때론 하늘의 색도 그렇다. 아주 까만 밤이 있는가 하면, 안개 낀 하늘에 조명이 번진 것인지 붉거나 노랗게 보이는 날도 더러 있다. 나는 이러한 것들이 내가 속해 있는 일률적이고 인공적인 환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라 생각했다. ■ 김보영

Vol.20120313e | 김보영展 / KIMBOYOUNG / 金寶煐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