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展 / KIMBYUNGCHUL / 金昞澈 / painting   2012_0308 ▶ 2012_0316 / 일요일 휴관

김병철_밤과 낮의 요정_캔버스에 유채_116×91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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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피치 GALERIE PICI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2-22번지 Tel. +82.2.547.9569 www.galeriepici.com

거품, 물방울로 형성된 유기체적인 아우라 ● 거품하면 생각나는 것은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물리적인 형상처럼 비누거품, 맥주거품, 탄산소다 거품, 거품목욕처럼 가시적인 것과 동시에 추상적인 버블 경제, 버블파이터 게임 등이 연상된다. ● 그러나 과거부터 거품은 생명과 탄생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venus)의 그리스 어원은 '물에 떠오른 거품(foam)'에서 유래하는데,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사이프러스 파포스(Paphos)의 바다 거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 이처럼 거품은 많은 상상을 요하는 신비적인 요소와 상징적인 테제로 작용한다. 김병철의 작품은 거품이라는 최소한의 형태를 요하는 미니멀한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가 사용하는 색채 또한 절제되어 있다. 블루와 코발트 등이 사용된다. 작품은 거품으로 대체된 순수한 점과 색으로만 구성된다. 그러나 무수한 거품 뒤에는 미세한 톤의 변화가 있다. 예리한 핀으로 찌르면 곧 터질 것 같은 최소한의 기체로 형성된 거품 그림은 추상인 동시에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어 가는 장난감의 레고 같은 존재와 최소한의 조형요소인 점과 픽셀에도 대체되는 인자다. ● 조밀하게 이루어진 거품들은 약간의 크기의 차이와 강약의 차이로 구체적인 형상을 구축해 나가는데, 의자 모양과 궁전 및 신전의 모양 큐브 및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끊임없이 생성해 나간다. 이는 마치 세포가 끊임없이 분화하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김병철_영원한 영원하지 않은 의미의 질문_캔버스에 유채_90×72cm_2012
김병철_영원한 영원하지 않은 의미의 질문_캔버스에 유채_90×72cm_2012

김병철의 작업은 손의 노동과 눈의 망막으로 그리는 것으로 시간의 축적과 밀도를 동시에 보여 주는 작업이다. 세필로 정교하게 미시적 시각으로 세포가 분열하듯이 거품이 쌓이면서 형태의 표면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은 무수한 시간의 축적과 노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거품 하나하나를 그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화면에는 독특하고 새로운 실제적 형상이 발생한다. ● 작품은 독특한 색채처리로 더욱 환상적이다. 물감을 여러 겹 발라 중첩의 마티에르를 형성하기보다는 물감을 최대한 캔버스에 깊이 배어들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 화면에서 색채가 자연스럽게 스민 보글보글한 거품은 군집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조합을 보이며 명료한 실체의 모습과 간격의 설정, 서로간의 부피와 두께로 부상하거나 희미하게 사라져가거나, 윤곽이 흐려 와해되거나, 뚜렷한 윤곽과 실체를 대조시켜 보이는 등 거품의 다양한 크기와 집합이 이루어진다. ● 이와 같이 그의 작품은 거품이라는 메타포는 실재와 환영과의 간극을 보여 주는 것으로 실제(實際:사실의 경우나 형편이라는 의미)와 실재(實在: 사실로서 현실에서 존재함의 의미)를 묻는 작업들이다. 물방울 혹은 거품은 우리들에게 순간적인 물리적 현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에겐 투명한 실존이며 극명한 존재감일지 모른다.

김병철_일말의 관심_캔버스에 유채_90×72cm_2012
김병철_괜찮은 발견_캔버스에 유채_53×45cm_2012

본래 실루엣과 환영 그리고 실체의 차이는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메트릭스의 가상 현실과 매트릭스 밖의 현실처럼 우리의 삶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장자(莊子)의 호접몽 또한 꿈에서 꿈인 줄 모르고 깨어나서야 꿈인 줄 알지 않았는가. ● 그림은 거품 덩어리지만 응집하고 분산되면서 그 형태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거품은 미세한 개체이지만 일종의 존재론적 연대를 이루어 자신의 내적 원리와 본질로 움직이며 구체적인 형상을 초현실적 형상으로 구축해내고 있다. ● 마치 실루엣을 연상시키는 거품이라는 액체가 고체로 환원되는 미묘한 경계에서 뭔가 비상을 꿈꾸는 움직임과 변화, 탄생과 소멸을 포착하는 것으로 수없는 반복을 통해 삶의 각성과 사유에 이르는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다.

김병철_녹색조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0cm_2011
김병철_엄청난 대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5×60cm_2011

김병철의 거품 그림은 멀리서 보면 단순한 형태를 거시적으로 품고 있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수없이 얽히고설킨 생선 알처럼 생물학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모든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 거품은 부수적으로 따르는 자연 현상이다. 거품이야말로 생명의 약동이 시작되는 출발점으로, 거기에는 보이지 않은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 하나의 점을 거품이 대신하는 것으로 최소 단위의 점으로 구성된 픽셀(화소)로도 보인다. 아니면 이 픽셀이 모여 이루어진 더 큰 단위일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무수히 많은 은하수가 모여 소주우를 형성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것은 자연과 생명의 원형으로 핵의 유기적 세계다. ● 결국 가장 나약하고 여린 소미립자 같은 거품이 모든 형상을 아우르는 완성된 작품으로 변모되는 과정은 마치 수수케기를 보듯이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공간감을 관객에게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손의 회복과 장인적 기질을 통해 김병철이 표상하는 거품, 물방울의 기호는 기표적 의미의 차원을 넘어 초현실적 상징의 세계로 보는 이의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 김선태

Vol.20120309l | 김병철展 / KIMBYUNGCHUL / 金昞澈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