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307_수요일_6:00pm
찬조출품 / 이대범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일요일 휴관
가회동60 GAHOEDONG60 서울 종로구 가회동 60번지 Tel. +82.2.3673.0585 www.gahoedong60.com
조경산수(造景山水) ● 인간과 그 삶의 흔적이 없는 풍경은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보기 어렵다. 호수에 발을 담근 채 반 세기 너머 서 있는 폐교각과, 먼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고압선 철탑, 들녘 저 편에서 다가오는 아파트 무리, 댐 건설로 생긴 오래된 호수, 바퀴자국에 패인 신작로...
이러한 것들은 이미 우리의 '풍경'(거대도시 서울에서는 이러한 '풍경'조차 보기 어렵다)이 되었고, 나는 춘천에서 만나는 일상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러한 풍경을 보듬고 있다. 무심한 듯 빠른 변화가 진행되는 '일상'과, 지금만큼이나마 지켜졌으면 하는 '풍경,'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기이한 모습이 지금 우리의 산수가 아닌가 한다. ■ 오종은
살아볼수록 사는 일은 참 허술하고 엉성하기 짝 없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드물다 는 것도 이맘때엔 사실이자 이치로서 수용하게 된다. 한심하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예술이라는 발광의 업이라고 뭐 다르겠나―뭐 하는가 싶고, 그럴수록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것―사진이든, 그림이든. 나이 먹어갈수록 미혹迷惑은 깊어진다. 해법이 있긴 있을까? 이를테면, 지음의 업으로부터 배움의 업으로? 조립의 법으로부터 해체의 법으로? 더부살이에다 빚쟁이 같은 삶, 또 그러할 예술에 대한 자의식을 파국에 이르도록 밀고가기? 글쎄. 흜-? ■ 김학량
오래된 사진에서 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40여 년 전 안양천변을 걷고 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안양천변을 걸었을 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터. 나 역시 삶의 대부분을 안양천변을 걸었으며, 뛰었으며, 스쳐지나갔다. 사진 속 그가 걸었던 풍경을 눈과 손으로 아로 새긴다. 어렴풋하던 그 시간, 그 풍경에 나를 보낸다, 그 풍경에서 나를 건진다. 나를, 나를, 나를... 그리고 지금. 또 다른 풍경이다. 한 남자가 그리고 내가 거닐던 풍경이 사라졌다, 풍경이 지워졌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지워졌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것들의 소리를, 소문을 듣고자 한다.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이고, 촉수를 세워 매 순간을 몸으로 기록하자. ■ 이대범
이번 만남을 주선하는 입장에서 한 마디 ● 같이 노는 일도 즐겁고 때로 배울 점이 있는 법. 혼자서는 구축하는 법에 따르지만, 둘 이상이 있을 땐 해체하는 법을 따라야 한다-눈치 보기가 그것. 허물어지면서 일으키기. ● 작정해둔 목적은 없다. 불즉불리不卽不離의 인연법을 다시 한 번 새기는 것으로 족하다. 김학량은 오종은 주변을 서성거린다. 어딘가를 배회하는 일은 늘 스스로를 뒤흔드는 쪽의 삶-법. 그러다 문득 친구 하나를 불러 같이 놀자 했다. 색다른 문법을 가지고 합석할 터인데 궁금하다. 그런 것이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 이즈음에 생각키는 것이, 살아볼수록 풍경을 체험하기가 수월찮다는 점이다. 풍경은 체험할 수 없는 대상·개념·주제·육신인 것 같다. 육접肉接 할 수 없는 육신. 일종의 유토피아이면서, 환멸의 대상. 그러다 보면, 1920 년대 육당·노산·지용·백석 같은 선배들이 풍경 앞에 육신을 접던, 결 다른 여러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삶의 법이 달라진 만큼 풍경이 우리를 접하는 법도 달라졌을 테지. 허나 이런 건 쉬 변치 못하는 법: 풍경을 "얼마나 잘보고 못 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비판하였느냐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 *김기진, 「제6회 선전 작품 인상기」, 「조선지광」, 68호, 1927. 6.)라는 점. ● 사진이든, 드로잉이든, 회화든, 글짓기든, 풍경을 '체험'할 수 없는 함량미달의 존재들이, 장쾌하게 내달리는 물줄기 속에서 지푸라기 하나 잡는 일일 뿐이진 않은가 몰라. 그러니 우리가 하는 일이란 기껏해야 어떤 잠정의 이미지나 허깨비·유령·욕심을 베껴내는 일에 지나지 않겠지. 사진 寫眞이 아니라 사가寫假. 따라서, 진경眞景을 포기해야 할 때. 그렇게 하면 슬슬, 평소 놓쳤던 질감質感, 풍경의, 그리고 그림·사진·드로잉·개념 들의, 나아가 우리 사는 일-법의 질감을 비로소 의식하게 될런지 몰라. ● 그래도 풍경은 늘 저만치 내빼고, 우리는 맨날 그 뒤꽁무니만 쫓느라 피곤하다. 빌어먹는 일이다. ■ 김학량
Vol.20120309g | 사진이든, 그림이든,-오종은_김학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