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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이안 GALLERY YIAN 대전시 중구 대흥동 153-5번지 이안과 병원 1층 Tel. +82.42.220.5959 www.galleryyian.com
인간은 삶의 여정에서 각각의 수많은 경험을 기억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것들을 무의식적으로든 혹은 의식적으로든 차곡차곡 쌓아가며 한 개체로 성장하게 된다. 그 기억은 현재 그 사람이 행하는 모든 것의 기원이 되고 그 한 사람을 '이렇다 혹은 이럴 것이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경험의 기제(機制)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 수많은 기억 중에서도 특히 상처, 슬픔, 아픔, 충격적인 사건 등에 대한 기억을 좋은 기억에 비해 더 크고 강하게 인식한다. 또한 어떻게든 그 기억을 자신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의식적으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 기억을 자신의 기억 속에서 몰아내려 고개를 가로저을수록 그 기억은 점 점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은 기쁘고 행복한 기억보다는 아프고 불행한 기억을 더 강하게 인식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인간은 늘 부정(否定)에 더 빨리 반응하고, 강하게 인식한다. 또한 그'부정'의 감정이 가진 아주 복잡 미묘하고 다양한 복합(Complex)적인 감정들 때문에 자신과 타인을 더욱 힘들게 하고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은 항상 그 부정을 긍정(肯定)으로 바꾸려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하고 그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자 하는 부정과 긍정의 이중적인 감정의 상관(相關)을 반복한다. 그 반복 속에서 인간은 자기 나름의 모습․형태를 갖추어 나간다. 특히 남다른 감성과 창작의 삶을 사는 예술가들에게는 그 일련의 반복적인 감정의 상관을 더욱 예민하고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관념을 작품을 통해 풀어내고 어떻게든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을 치유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여 예술가의 작품이 대중의 눈에 그저 한 개체로의 물건(thing)이라도 그 작품 안에는 작가의 기억, 삶, 세상에 대한 시선 등의 복합적인 감정의 선들이 표현되어지고 녹아 있는 것이다. 마치 무언가를 치유하려면 그 곪아버린 상처를 헤집고 밖으로 드러내야 마침내 치유가 되듯이 예술가의 작품은 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의 표출이든 부정적인 감정의 표출이든 간에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작품을 통해 찾으려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그렇게 예술은 한 개인(작가)의 삶 혹은 기억의 복잡하고 다양한 복합적인 감정(Complex)의 비(非)가시적 의미망을 통해서 우리 전체로 확장되어 인간의 미적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서로를 치유하는 힘을 발현하는 것이다. 혹여 우리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알 수 없는 작품 혹은 대상일지라도 그 안에는 그 '무언가'가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늘 그 '무언가' 때문에 서로가 기뻐하기도 하고 힘들어 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이자 숙명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여상희는 그녀의 삶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아픈 기억이었던 '대상포진'에 관해서 작업해오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단순히 그 '대상포진'의 일차적이고 물리적인 의미만으로는 작업의 주제로 삼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프고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물집. 마치 흉측하고 괴기한 그것들이 그녀의 몸을 점령하고 파괴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아주 강렬히 그녀의 뇌리에 깊이 박혀 한동안 그 기억으로인해 그녀의 삶은 아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 아픈 기억들이 예술가로서, 여성으로서 그녀가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의 선(線)은 일반 대중이 느끼는 그것에 비해 더 강했을 것이며 그간의 그녀에게 일어났던 고통의 기억,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자신의 의지 등의 복합적인 감정과 감성을 작품 주제로 삼았을 것이 분명하다. 작가로서의 삶을 택한 그녀에게 있어 그 강렬했던 경험과 기억은 그녀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마침내 세상과의 소통을 갈구 하는 예술로 승화 되고 그녀 자신은 작품을 그리고, 만드는 동안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곱씹고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감추고, 혼자 감내해야 했던 그 아픔을 스스로 치유했고 여전히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녀의 신작은 그간의 그녀의 작품들 붉은 계열의 식물, 별, 불가사리, 쿠키, 사과, 꽃, 뇌, 고니 등의 형상을 가졌지만 실은'대상포진'에서 연상되는 세포, 점령, 파괴, 즉 그녀가 느꼈던 부정적이며 비(非)가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그것을 감추고 아주 조심스럽게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고자 하는 것에서 벗어나 작품제목 'Destroy-for Occupation' 에서 알 수 있듯이 작은 오브제- 대상포진'을 대변하는-의 군집의 설치를 통해 미시(微視)적인 시선에서 거시(巨視)적인 시선으로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흰색, 금색 등을 사용하여 그녀의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작가로서의 그녀 스스로도 이제는 고통스럽고 아팠던 기억에서 점점 해방되고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송동근
Vol.20120308i | 여상희展 / YEOSANGHEE / 呂尙姬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