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30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1층 Tel. +82.2.734.9258 gana.insaartcenter.com
Ducks can fly, you know? ● 어느 여름날, 무더위에 지친 김병장은 경계근무를 서다 기분전환을 위해 후임병과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의견이 충돌하게 되었다. ● "에이~ 어떻게 오리가 날아 다닙니까? 그럼 '오리 날다'란 노래는 뭡니까?" "야, 원래 오리는 철새 아니야? 그럼 오리들이 계절마다 이동할 때 걸어가냐?" ● 말다툼은 계속 이어졌고 근무를 마치고 막사에 도착한 뒤에도 설전을 이어갔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다 틀린 주장이 아니었다. 오리는 수많은 종류가 있고 그 중 가축으로 사육되는 종들이 날 수 없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는 오리의 이미지는 그런 가축오리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김병장과 후임병의 열띤 토론은 적당히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김병장은 그 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억울했다. 다수가 갖는 인식의 편향성이 자신의 주장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였다. ● 몇 해가 지난 지금도 그때의 일을 기억한다. 잊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일을 그동안 수없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여러 방면에서 인식이라는 것은 참 무서웠다. ● 이후 '철수'로 성장한 김병장은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오리처럼 보였다. 태어나자마자 눈이 마주친 것이 엄마라고 각인해버리는 오리의 모습 같았고 스스로에게도 그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결국 철수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것이 진리가 되어가는 현실 속에 뒤뚱뒤뚱 살게 되었다. ● 그리고 서서히 그러한 현실이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 다만, 잘났다고 꽥꽥 거리는 우리 가짜오리들을 어딘가의 창공에서 내려다 보고 있을 진짜오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간직한다. ■ 철수
Vol.20120307j | 철수展 / CHULSOO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