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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트렁크갤러리 81 TRUNK GALLERY 81 서울 종로구 인사11길 22(구, 견지동 81번지) Tel. +82.2.737.3781 www.trunkgallery.com
윤근영–몸으로 사유하기 ● 미술사조에서 이제껏 누려보지 못한 최대의 권력을 획득하고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사조를 살아가는 작금의 작가들은 이성과 감성의 이름으로 점철된 태풍의 눈 한 가운데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순적인 사실은 모든 것이 미술이 될 수 있는 지금, 오히려 작가들은 감성과 이성 중 어느 하나를 자신의 중심으로 삼을 것을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은 감성과 이성의 공간 사이에 놓여있는 현상적인 결과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는 미술이 철학을 흡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도 맞물려 있다. 작가의 감성을 작품이라는 이름 하에 이성적으로 표현해야만 했던 미술은 철학의 개념을 수용하는 것으로서 스스로를 완성시키고자 했다. 때문에 철학의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감성과 이성 가운데에 있는 평행봉 위에서 나름대로의 중심을 잡아왔다. 이로서 이성 중심의 사고와 감성 중심의 표현이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각각의 사조들을 형성했다.
윤근영은 이와 같은 세태를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돌파하고 있다. 그는 작가와 작품이 같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관람객을 포함하는 작품의 본질적 성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자유로운 감각함은 보여지는 것 그대로 혹은 표출되어야만 하는 것으로서 증발해 버릴 수 있는 가벼움을 내포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윤근영은 되려 이러한 진실된 자유로움이야말로 우리를 깊은 사유의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하는 것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몸의 반응에 따라 지각하고 판단하며, 표현하는 윤근영의 작품들은 작가의 자유로운 감각함에서 출발한다. 이로서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작가의 의도를 초월해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침잠의 공유를 제공한다. 또한 세계 속에서 일어서는 몸의 지각은 경험 혹은 지성주의로 모든 것이 해석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즉흥성의 무게를 뛰어넘는 묵직한 물질감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물질감은 작품의 외적 형태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닌 작품이 지니는 깊은 사유의 폭에서부터 솟아나는 것이다.
이른바 개념미술의 시대에서 미술은 철저한 이성과 지성 중심의 작업구조를 자초했다. '몸으로 사유하기'에서 출발하는 윤근영의 작업은 개념미술의 범람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의 가능성으로서 존재할 뿐만 아니라, 되려 기존 개념미술의 결과물들보다도 좀 더 완성된 형태로써 본질적인 작품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형상이 곧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 혹은 형상 자체에 대해 느끼는 즐거움은 일시적 충동의 결과물이 아닌 올바른 욕구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생각을 통한 생각의 표현이 아닌 행동에서부터 우러난 생각의 표현은 작가가 굳이 작품에 대한 의미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작품을 창작한 당시 그 사유의 깊이를 충분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는 몸을 통한 감각함이 지시성의 단계를 넘어 작품을 사이에 둔 관람자와 작가가 좀 더 생생한 의사소통의 장에서 조우할 수 있게 만든다. 윤근영의 작업 혹은 삶의 방식은 '할 수 밖에 없음'이나 '해야만 하는 것'의 문제를 떠나 '실질적인 지각하기'의 단계로 도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그것이 관객들을 작가와 거의 동일한 사유의 깊이로 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윤근영의 작업에 대한 나름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물론 '전시'라는 개념에서 작가가 이를 의도하지 않았을 망정, 인지는 하고 있다고 전제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표현 욕구가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창작물로서 존재한다. 이와 같은 작품의 의미에서 작가의 감정적 형태가 일차원적인 의미로 강요되지 않는 윤근영의 작업은 우리는 잊고 있었던 본질에 대한 인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윤근영의 작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장진택
Vol.20120304c | 윤근영展 / YUNGEUNYEONG / 尹勤榮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