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IT SLIDE

전은숙展 / JEONEUNSUK / 全恩淑 / painting   2012_0303 ▶ 2012_0314

전은숙_scene hotel_캔버스에 유채_96×193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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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304_일요일_05:00pm

스페이스함은 렉서스프라임社가 지원하는 미술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 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LET IT SLIDE ● 회전문이 돌고 있다. 한 치의 의심과 주저 없이 일정한 속도와 간격으로 문이 회전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장소로의 이동을 위해 수없이 많은 회전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 주춤하거나 혹은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수를 세면서 그 문을 통과하기도 한다.. 만약 주춤하는 순간 문 사이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간격을 타고 다른 장소로 옮겨지며, 또다시 주춤해서 통과하지 못했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회전문이 도는 순간 실내의 공기가 나와 함께 건물 밖으로 이동되고, 또 그 간격만큼 차가운 공기가 실내로 옮겨진다. 우리는 '후우욱후우욱' 둔탁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고 있는 회전문 앞에서 산뜻하게 미끄러지듯 통과하기를 꿈꾼다. 작가 전은숙은 인생의 큰 의식을 앞두고 지금 이 회전문 앞에 서있다.

전은숙_scene_캔버스에 유채_97×161cm_2012
전은숙_runway final ceremony_캔버스에 유채_97×161cm_2011

작가 전은숙은 2005년 첫 번째 개인전『self plastic surgery』를 시작으로 그녀가 줄곧 몰두해오던 현대소비사회의 욕망과, 또 그 욕망의 대상과 소유에 대한 작업을 해왔다. 도시의 젊은 여성들이 선호할만한 호텔과 클럽의 번드르한 네온아래 카펫의 눅눅함이 숨어있듯이, 화려한 조명 속에서 순간 푸석한 자신을 들킨 것 같은. 글래머러스한 파티에 온전히 몸이 맡겨지지 않는 내가 발견된다. ● 2010년 작가의 세번째 개인전『렌즈훌라』에서 발표한 작품「렌즈훌라」,「패잔병」등 에서는 자줏빛 어두운 클럽에 다소 비켜져 서있는 내가 있다. 매일이 화려한 파티이기를 소망하는 도시 속 젊은 그들의 시선에서 불편함이 보이는 것이다. 그 편치만은 않은 시선은 작가 전은숙만의 것일 수도 있고,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군중 속을 빠져나간 그녀, 혹의 그의 시선일수도 있다. 작가는 이 매끄럽고 번쩍이는 장소와 그 속에 잠시 머문 군중의 순간순간을 화면에 그린다. 그 순간은 부연설명이 필요치 않은, 마치 매일의 손님을 맞이하는 객실의 침대시트처럼 새롭고 일회적이게 된다.

전은숙_b day ceremony_캔버스에 유채_91×116.5cm_2012
전은숙_w scene_캔버스에 유채_60×72.5cm_2012

이번 전은숙의 네번째 개인전『LET IT SLIDE』는 작가의 개인적 상황이 개입되었다. 인생의 큰 의식(ceremony)을 앞둔 그녀 역시 의식의 특별함을 소망한다. 그 특별함을 위해 그들은 예행연습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 예행의 동선들을 고스란히 화면에 장면(scene)으로써 정지시킨다. 비스트로의 실내를 리듬감 있게 표현한 작품「scene」, 호텔아케이드에 이쁘게 장식되어있을 법한 풍성한 꽃다발들, 그리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하객들의 모습에서 누구나 꿈꾸는 순조로운 진행이 기대된다. 작가는 이 순간의 번지르한 눈요기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몇 초 후면 바뀌는 광고마냥 그냥 지나쳐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작가가 지나쳐버리라는 그 단편적인 탐닉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련의 욕실시리즈와 보랏빛 색면 등에서 뿌연 실내에 비스듬히 비켜서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 작품「w_scene」,「rinu_scene」,「크랩트리_scene」은 들여놓은 발과 주인공의 소지품들이 나열된 욕실안을 내려다본 장면으로, 낯선 욕실로 들어가는 작가의 시선으로 인해 그의 두 손에 들려있을 더미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속도감 있는 색면으로 표현된 작품「scene_hotel」역시 객실에서 그 아래를 내려다보는 주인공의 부재를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다.

전은숙_rinu scene_캔버스에 유채_60×72.5cm_2012
전은숙_acade scene_캔버스에 유채_40.5×60.6cm_2012

객실의 침구와 가구들. 온기 없는 욕실에 늘어선 이방인의 소지품들. 생의 의식(ceremony)을 연상시키는 패션쇼의 한 장면, 호텔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길들의 무심한 단면. 전은숙의 『LET IT SLIDE』展에서 우리는 인생의 다음 장(場)으로 넘어가는 장면 속에 감추어지거나 드러나 있는 '그녀' 혹은 '그'의 부재와 서로의 손에 들려있을 더미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의식을 앞둔 전은숙의 두 손에도 어김없이 그녀의 더미들이 들려있다. 필자는 작가가 그녀의 더미들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회전문을 통과하기를 바란다. ● 작가 전은숙은 지금 회전문 앞에 서있다. 회전문은 일정한 속도와 간격으로 여전히 돌고 있다. ■ 이경림

Vol.20120303k | 전은숙展 / JEONEUNSUK / 全恩淑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