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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302_금요일_06:00pm
워크샵 / 2012_0310_토요일_03:00pm~05:00pm
주최,기획 / 봉산문화회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2층 4전시실 Tel. +82.(0)53.661.3081~2 www.bongsanart.org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다르게 생각하라, 또 다른 기억을 위하여 Think different, for different memories ●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다르게 생각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독특한 해석과 그들의 다른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책은 기억이다 ● 이지현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는 말 수 적은 전형적인 경상도 아버지와 교감하는 애틋한 매체로서 오래된 '책'이 있다. 누렇게 색이 바랜 책 페이지의 부서진 글자 조각으로 퍼즐놀이를 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신문지를 가늘게 찢어서 화면에 붙이는 작가의 초기 실내풍경화 작품에 등장하는 글자들도 이 기억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책은 인류의 사상, 감정, 지식 등 모든 인간 활동 정보의 기록이며, 시대성을 담은 기억이기도하다. 작업을 위해 작가는 주로 60~70년대 시간의 기억을 간직한 서적과 성경, 악보, 잡지, 사전, 고전 등 헌책들을 오브제로 선택한다. 그리고 이 선택에 대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사회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세계를 깨달았던 시간의 기억, 자신을 만들게 해준 그 시대의 책들을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로 선택한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책은 자신의 여러 기억을 묶어 돌이켜보고 다르게 생각해보는 물건이다.
책, 다르게 생각하기 ● 작가는 어릴 적 시골마을 도랑 한 구석에 죽은 토끼의 사체가 부패되는 과정에서 충격과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해체, 책에 대한 작가의 '다르게 생각하기'는 해체와 재생이다. 책의 글자와 사진 이미지의 실체를 겨우 식별할 정도로 일일이 잘게 뜯어내어 해체하고, 그렇게 뜯어낸 조각들을 다시 조심스럽게 붙여 원래의 형태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상태로 재생 공작하는 것이다. 읽을 수 없는 책, 물질 혹은 촉각적 질료로서 이 책은 원래의 책과는 달리 정체성이 모호하고 무엇인가 밀도감이 부족하며 부유(浮游)하는 보푸라기 질감의 독특한 아우라를 통하여 꿈꾸는 사물을 상상하거나 사물의 본질 혹은 실존을 질문하는 듯하다. ● 입구와 마주하는 5미터 높이의 전시장 벽면에 가로 10줄과 세로 9줄로 정렬하여 설치한 90권의 책(이지현_012FE0810 dreaming books-90 books_380×333×9cm_책_2012)은 신의 계시에 응답하는 그리고 인간의 눈으로는 읽기 어려운 인류의 기억을 새겨놓은 기념비를 보는듯하다. 가까이 다가서면 거칠게 해체·재생하면서 드러난 상처와 기억, 사실적인 존재감이 읽혀진다. 한편, 사물을 구성하는 입자 사이의 관계와 그 공간에 관한 현대물리학의 설명을 예시하는 확대된 사물의 구조를 보는 듯 하기도하다. 돌이켜보고 다르게 생각하며 수만 번을 뜯어내고 작은 조각으로 해체하는 행위에서 새로운 전망을 갈구하는 구도자의 수행을 감지하기도 한다. 그 벽면의 우측에는 붉은색 조명을 품은 성경책 한권(이지현_012FE1201 dreamina book-bible_책, LED, 아크릴 보드_25×17×6.5cm_2012)을 세워 구역의 경계를 짓듯이 설치해 놓았다. 짐작이지만, 이 작품은 '말', '글자', '책'이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다른 신성과 관계되는 어떤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이다. 또, 뜯겨져서 해체되었지만 성경책이라는 자태를 유지하는 것에서도 숙연함이 연출된다. 큰 벽면의 반대편 바닥에는 나비형상을 닮은 제법 큰 크기의 사전(이지현_011DE1201 dreaming book-호랑나비의 꿈_44×28×10cm_책_2011)이 놓여있고, 벽면에는 미술사 책(이지현_011DE1202 dreaming book-Red Book(gogh)_책_40×30×10cm_2011)이 펼쳐져 전시되어있다. 우리말의 개념과 서양미술사를 다시 생각하고 해체·재생하려는 것일까? 이는 아련하고 성스러운 혹은 역사성이 깃든 '다르게 생각하기' 기억 공작이며, 인류의 참에 대한 애정 표현이 아닐까싶다.
미래 기억 공작 ● 작가의 공작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책의 낱장을 뜯어내고 이를 재구성하여 붙이고 쌓고 말아서 책이 가진 다른 조형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신성한 순환을 끊임없이 가시화하려는 작가의 공작성은 다름 아닌 미래의 새로운 기억을 위함이다. 작가의 전시작품을 보고 있으면 박물관의 오래된 유물을 관람하는 것 같다.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가? 작가는 인류의 오랜 기억을 해체하고 재생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본연의 신성함을 지시하려는 것이 아닐까? 이 전시는 작가가 공작해 낸 자신만의 다른 기억이면서, 동시에 관객의 미래 기억이 펼쳐지는 신성한 무대이며 환경이기도하다. 다시 말해, 가늘고 날카로운 도구로 책을 해체하는 작가의 다른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찾는 우리 모두의 전망이 되는 것이다. ■ 정종구
dreaming books -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 ● 내 작업에서 텍스트보다 어떤 부분에선 이미지가 더 강하게 와 닿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와 같은 작업방식이 매우 독특해서 결과론적으로 이미지가 먼저 와 닿지 않나 생각 합니다. 책을 해체하면 문자 즉 텍스트는 읽을 수 없게끔 사라지고 그냥 이미지만 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삼국지와 방금 출간된 소설책을 해체 했을 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내용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단지 시간의 흔적인 칼라정도로만 남아 있을 뿐, 이미지가 앞서 읽혀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규모의 책 작업보다 한두 권의 책 특히 사진이미지를 포함한 책은 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민한 것 중에 하나가 타이틀입니다. 책 내용이 타이틀로 들어가서 비슷비슷하게 이미지화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합니다. ● 우리시대는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혼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자신이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초창기 도덕, 교련 같은 교과서로 작업을 한 것도, 내가 사는 도시의 지도를 뜯은 것도, 그런 이유에 대한 물음을 하고자 작업한 것입니다. 책은 우리시대의 스토리이자 기록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어떤 면에서 개별 책들의 각각의 내용보다 책은 그냥 시대의 상징물로 본 것입니다. 뜯어서 알 수 없게 만든 것, 또렷하지 않은 내용과 이미지, 이런 것들이 자아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시대 정체성을 대신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읽을 수 없게 만들었고 의도했기 때문에 이게 뭐지 하는 정도의 질문을 끌어 왔으면 개인적으로 만족한 것입니다. ●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는 내가 이 작업을 하는 동안은 고민과 동시에 풀어야할 중요한 개념입니다. 읽을 수 없지만 이미지를 통해 그것을 대신해 읽을 수 있게, 일상의 책이 특별한 물질로 동시에 작품에 드러나기를 원합니다. 개념적이면서 아름다운 작업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이지현
□ 워크숍 내용 소개 - 전시작가의 작업과정과 작품을 이해하는 좀더 적극적인 감상방식으로서 시민이 참여하는 예술체험프로그램입니다. - 제목: 작가와의 대화 - presentation - 일정: 3월 10일 (토) 오후 3시 - 장소: 봉산문화회관 2층 제4전시실 - 대상: 모든 연령 - 참가문의: 053-661-3517 - 내용: 대략 1시간에 걸쳐 몇 가지 소 주제를 정해 강의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시민으로 하여금 전시작품과 본인 작업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주제는 다음과 순서 『Ⅰ Book & Installation』/『Ⅱ Photo』/『Ⅲ Painting』/『Ⅳ collage Painting』/『Ⅴ 질의 응답』으로 할 예정이며 자료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고자 한다. - 문의: www.bongsanart.org / 053) 661-3081~2
Vol.20120303g | 이지현展 / LEEJIHYUN / 李支鉉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