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리셉션 / 2012_0229_수요일_06:00pm
Section 1. Great Circle 참여작가 / 황인기_이원철_정정엽 Section 2. Human Nature 참여작가 / 정복수_안창홍 Section 3. Reality Bites 참여작가 / 박소영_노석미_표영실_노세환 Section 4. Neverland 참여작가 / 이동기_박형진_변대용
관람시간 / 09:3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INTERALIA ART COMPANY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7-17번지 레베쌍트빌딩 B1 Tel. +82.2.3479.0114 www.interalia.co.kr
『High Times, Hard Times』은 '좋을 때'와 '나쁠 때' 정도로 해석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삶이라는 대상을 전제로 조어된 말이다. 삶은 살아온 나의 이력에 관한 관찰이기도 하려니와 짧게는 오늘 나의 일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나의 오늘은 High Times일까? Hard Times일까? 내 삶의 High Times은 언제였으며, Hard Times은 또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때.라고 분명히 단언할 수 있을까? ● 괜한 질문으로 머릿속이 요란한 날. 생각을 끈을 힘껏,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져보려 애써보지만 게으른 나는, 현실의 오늘을 핑계로 이내 생각을 덮는다. 그리곤 다시 태연한 채 밥을 위한 글을 쓰고, 밥을 위한 전시를 만든다. 그러다 문득, 답답했던 마음을 탁! 치는 그림 한 장! 내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각에 대해 끝을 본 듯한 그림을 마주한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고민을 하고 심지어 그것을 잘 다듬고 정리했을 뿐 아니라 아름답게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들을 일컬어 예술가가 부르며, 그들의 작품을 보며 그들의 손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본다고 말한다. ● 시각예술가. 그들은 인생의 High Times, Hard Times을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의 작가적 삶과 작업을 두고 종종 '살다' 같은 '그리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그들의 삶이라는 것이 그들의 작업과 다르지 않음이요, 그들의 작업은 또 역시 그들의 사유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집요하게 평생을 두고 삶과 자신의 사유를 관찰하는 그들은 자신이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여 기술記述해 낸다. 자연과 같은 대순환을 통해(Section1. Great Circle), 인간 본성을 통해(Section2. Human Nature), 일상을 편린(Section3. Reality Bites)이나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신비한 상상(Section4. Neverland)을 통해서 말이다.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달라도 그 내용은 어쩌면 한 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고자하는 삶의 High Times, Hard Times을 살펴보고 싶었다. Section 1. Great Circle : 황인기_이원철_정정엽 ● 삶이란 얼마나 유한한 것인가.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진리를 동경해 왔다. 시지각 작가들은 단순한 동경과 칭송과는 다른, 삶으로 진리와 역사, 자연을 유입시키고 오히려 보다 더 스스로(自) 그러한(然)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한 만족을 준다. 인간 스스로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무한으로 갈 수 있는 불변의 진리를 탐구하는 것. 혹은 자연을 인간 너머의 거대 범주로 보지 않고 삶의 한 부분으로 유입시켜 거대한 원으로 존재의 대사슬 중의 개체자라는 낱개들을 본체자화 시키는 작가들의 놀라운 능력을 Great Circle이라 부르고 싶다.
Section 2. Human Nature : 정복수_안창홍 ● 본질적 인간이란 무엇일까. 육肉과 영靈, 혼魂이란 단순 수식으로 이해하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정복수와 안창홍은 인체라는 원론을 통해 삶의 High Times, Hard Times를 보여준다. 그들이 소재로 삼고 있는 몸은 나와 불리할 수 없는 절대 진리이나, 육肉과 영靈, 혼魂과 기氣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몸의 구조에 대해, 사유를 담을 수 있는 그릇에 대해 철저하게 인간을 분해하는 정복수. 모델을 통해 거죽의 인간이 갖고 있는 풍부한 포즈와 미묘한 개인적 욕망과 번뜩이는 감정을 보여주는 안창홍. 이제 인간의 거죽이라기 보단 soul, 혹은 spirits에 관한 이야기로 보이는 이들의 인물들. 그들은 관찰을 넘어 직감과 통제로서 인간의 몸을 보여준다.
Section 3. Reality Bites : 박소영_노세환_표영실_노석미 ● 단순한 일상을 담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무수한 High Times, Hard Times 속에는 일상이라는 편린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겠지만, 이들을 서로 묶어 엮은 데에는 일상이 아닌 현실을 날카롭게 쪼아 본 감각적 사실들에 주목하고 싶어서다. 과격하지 않음이 너무 말랑하게도 보이는 이들의 작법은 사실 현실을 물어뜯을 만큼 끌어안은 후에, 즉 객관화하기가 가능한 후에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감정들이다.
Section 4. Neverland : 이동기_박형진_변대용 ● 친근한 만화 주인공, 달콤한 상상의 동물과 소품, 사랑스런 아이. 이들은 삶의 Hard Times을 겪지 못한 선망의 대상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그들의 세계는 High Times만 존재할 것 같으며 영원히 노쇠하지 않는 Neverland처럼 말이다. 그러나 역시 오산이다. 네버랜드를 꿈꾸기 위해 작가들은 아토마우스와 상상 속 친구와 아이를 탄생시키지만은 않다. 그들은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처럼 탄생시킨 새로운 생명체에게 공포를 대신 맛보게도 하고, 우스꽝스런 모습을 자처하기도 한다. 사회를 고발하고, 인간의 소외를 걱정해주는 이들에게 Neverland란 어쩌면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같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일. 희망이란 고전적 아름다움은 풍성한 색감과 따스한 아이의 눈으로 부활하고 있다. Neverland. High Times, Hard Times를 겪고 난 객관화하기가 완성된다면 이루어질 수 있는 세상인가.
사회라는 구조 속 익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일생동안 개인적 정체성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시대성, 시대를 넘어선 불변의 진리에 대한 탐구와 진리에 대한 해결하지 못하는 부조리에 대한 의문 등 다양한 사고의 궤적을 거치며 나름의 이유로 삶을 영위한다. ●『High Times, Hard Times』는 그러한 다양한 시점을 겪은 후의 '객관화하기'를 마친 관찰자적 담론이다. 일정 기간이 흐른 후 마주한 궤적은 어떤 순간 High Times로 또 다른 어떤 순간은 Hard Times로 기억된다. 역사를 몸으로 겪으며 살아낸 작가들의 고백이자 창작이라는 고해의 찰나를 시지각으로 엮어낸다. 이 광범위하고 구획 지을 수 없는 다양성은 변화하나 불변한 진리라는 공통점으로 해석된다. ■ 김최은영
Vol.20120229d | High Times, Hard Times : 객관화하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