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Fallen Leaves

전종대展 / JEONJONGDAE / 全鐘大 / photography   2012_0222 ▶ 2012_0228

전종대_낙엽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24×20inch_2011

초대일시 / 2012_0222_수요일_05:00pm

미술공간현 기획展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정지된, 흐르는"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대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아름다워질 수 없는 피사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피사체에 뭔가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사진 고유의 경향을 막아낼 방법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 수전 손택,『사진에 관하여』

전종대_낙엽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24×20inch_2011
전종대_낙엽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24×20inch_2011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에게 의미를 부여하려는 사진'이라는 개념은 전종대의 작품을 설명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것이다. 이러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자연 현상이자 자연물인 낙엽을 선택하였다. 작가는 지난해 겨울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산 속에서 온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낙엽을 인상 깊게 본 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한다. 그는 낙엽 더미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추린 다음 검정 종이 위에 낙엽을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진한 갈색의 낙엽과 검정색의 화면이 대비되면서 낙엽의 이미지는 선명하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한국화에서 주로 쓰이며 유연한 속성이 강한 한지에 인화하는 마지막 단계를 거치면서 낙엽의 거친 질감은 더욱 부각되게 된다. 무엇보다 낙엽의 이미지는 실제 보다 크게 보여질 것이므로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대상의 즉물성을 극대화하는 극사실주의 회화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가능하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낙엽의 표정을 재현한, 낙엽의 초상'이라고 축약하여 설명했던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종대_낙엽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24×20inch_2011
전종대_낙엽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24×20inch_2011

무엇보다도 작가는 낙엽을 떨어진 나뭇잎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한정지어 생각하지 않았다.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를 띠는 낙엽은 개별적인 자연물이지만 생장과 소멸의 순환이 반복되는 자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의 낙엽 사진에 담겨있는 이러한 상징성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가 '등가물'이라고 명명한 일련의 구름 사진을 상기시킨다.(광활한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찍은 '등가물' 연작(1923-1931년)에 대해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내면을 제시한 것, 즉 내면의 등가물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미술비평가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구름의 이미지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대기의 상태를 가시화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빛에 의해 (사진으로) 각인된 구름의 모습은 자연을 상징하는 기호라고 보았다. 「낙엽」 또한 나무가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인데, 앞서 언급했듯 낙엽의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이러한 상징성이 더욱 강하게 전달된다.

전종대_낙엽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24×20inch_2011
전종대_낙엽_한지에 잉크젯 프린트_24×20inch_2011

한편 낙엽이 진 풍경을 찍은 사진을 감상할 때와 커다란 낙엽의 이미지만으로 채워져 있는 작가의 작품을 대했을 때 관람자들이 느끼는 정서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가을의 정취를 담고 있는 풍경 사진과는 달리 「낙엽」에는 생명력 가득한 시기를 거쳐 현재의 상태로 변화된 나뭇잎의 특정한 순간이 응축되어 있다. 온화한 표정을 한 채 노년기를 맞이하는 사람의 주름진 얼굴을 떠올리는 것도 푸른 잎을 찍은 사진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멈춰진 순간을 보여주고 있지만 낙엽이 되기 이전과 이후를 동시에 상상하게 함으로써 시간이 정지되어 있음과 흐르고 있음이 동시에 인식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연의 순환처럼 어떤 것이 먼저이고 어떤 것이 나중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관람자의 머릿속에서는 시간의 경계가 마구 허물어진다.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를 말해주는 듯한 작가의 작품 앞에서 명상과 관조의 시간을 갖게 되는 누군가의 모습을 언뜻 그려본다. ■ 이윤진

Vol.20120222a | 전종대展 / JEONJONGDAE / 全鐘大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