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21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새롬_서혁준_정원희_염현호_이정윤 이호억_정미라_정휘진_정인선_윤준영
아트 디렉터 / 배수현_양정선 프로그램 매니져 / 구인성_박경민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49-12번지 Tel. +82.2.588.5642 www.미술관.org
예술가는 가슴으로 이야기 한다는 말이 있다. 그들만의 철학과 사상이 담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이성적으로 해석을 하기 이전에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 그리고 한올한올 들인 정성과 노고를 미리 가슴으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연구를 바탕으로 은유와 비유를 통해 소통을 시도하는 간접적인 접근방식은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독립성으로 간주된다. 또한 예술이라는 맥락 내부에서도 동양회화의 특색으로서 회화와 시는 서로 자연스럽게 상호교환적인 의미를 가지며 예술적 성취를 함께 하고 인간의 내면을 다스리며 공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699~759)는 그림을 소리 없는 시(無聲詩)라고 보고 시를 소리 있는 그림(有聲畵)이라고 하였다. 중국 북송의 문인 소식(蘇軾,1036~1101)은 "왕유의 시를 음미하면 그림이 있고, 그림을 살펴보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찬미하였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시중유화(詩中有畵)·화중유시(畵中有詩)론이다. 시가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어 심중에 그림의 상을 떠오르게 하며, 그림 또한 시적인 취미를 담고 있어 시상을 불러일으킴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림과 시의 조화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지고 전해지기에 생명이 불어넣어진 예술이라고 일컬어진다. ● 2012년『畵中有詩: 그림 속에 시가 있다』展은 회화 속에서 시적 음미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한국화 신진작가 10인을 선정하였다. 작업노트에 담겨있는 시적 언어로 점철되어 있는 그들의 글은 심중에 시각적 상을 떠오르게 하고 그림을 음미하고 있자면 시적인 언어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저마다의 작품이 내는 다양한 마음의 소리는 미세한 먹의 농도 차이와 강렬한 색감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운율 그리고 다채로운 은유로 표현되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작품은 그림의 행간 사이로 드러나는 그들의 고뇌를 읽게 한다. 이들은 소소한 일상의 삶의 흔적 그리고 자신의 단상을 담아 노래하고, 현대 사회의 도시 속의 삶을 비판적으로 풍자하기도 하면서 치유와 사유의 공간을 제시한다. 아울러 한국화의 지속되는 담론,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의 방황과 고민, 대안들을 이들 신진작가의 시선을 통해 보고자 한다.
참여 작가 이정윤은 하얀색과 사슴에 영혼을 담으며, 내면의 자유로운 영혼과의 조우를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작업도 첫 선을 보인다. 여백과 색면의 힘을 보여주는 정원희는 일상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포획하여 순간에 충실한 오늘의 감정을 기록하며 사유의 공간을 제시한다. 그의 화면은 비워둠으로써 시적 심상으로 가득 찰 수 있는 것이다. 정휘진이 그려내는 장소와 사물들의 섬세한 붓 터치에는 체취가 느껴지는 삶의 흔적들이 담겨있다. 그녀는 낡은 사물들을 통해 일상에 찌든 현대인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인간의 치열한 일생을 함축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는 서혁준의 그림에서는 시간의 무게, 중량감이 느껴진다. 그는 흐릿하면서도 강하게 새겨진 기억들을 대나무 숲을 통해 드러낸다. 이호억은 자신의 단상을 운동 유도 장치와 식물의 속성에 빗대어 이를 자신의 정체성을 담는 기호로 상징화한다. 이는 식물의 정착성과 안정감을 추구하면서도 살기위해 늘 이동해야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두 기호가 교차되는 지점을 넘어 자신과 세상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미라는 낯선 땅의 순수한 영혼들을 중첩 기법을 통해 화폭에 담으며, 보이는 형상 너머 보이지 않는 형상마저도 드러낸다.
윤준영과 염현호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시적으로 제시한다. 공간과 도시에 관심을 지닌 윤준영은 인간과 인간의 전유물로만 가득 차버린 도시를 거대한 하나의 섬에 비유하여 도시와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고찰한다. 염현호의 코일에 감긴 인간 군상은 억눌린 인간의 형상을 상징한다. 절대적 자유를 보장하는 듯 포장하는 현대사회에 비판적 시선을 던지며, 형식적인 자유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형상화한다. 먹선의 엷은 농담 차이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변화는 역설적이고 시적인 은유를 보여준다.
무비(정인선)과 김새롬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통해 치유의 과정을 드러낸다. 무비(정인선)은 상처를 치유하는 소통의 기본 도구를 '선'이라는 조형의 기본요소로 상정하고, 선과 색을 통해 삶의 리듬을 그려낸다. 작품의 소재인 화장실은 그녀에게 온전한 자신의 도피처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김새롬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진리와 영원한 세계를 탐구하며, 정인선과 같이 안식을 위한 이상적인 공간을 구축한다.
이렇듯 이들 작품은 자신을 둘러싼 삶의 단면과 기억,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현대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 스스로의 치유 과정을 화폭위에 시적으로 담고 있다. 그들에게 체화된 전통적인 재료와 표현 방식을 자유로이 구사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아내는 것이 한국화 신진 작가들의 2012년의 현주소이다. 어쩌면 회화나 시(詩)라는 은유적인 표현이 담긴 매개체들은 경쟁사회에서 그 설득력이나 의미가 점점 쇠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다 더 풍부한 감성의 영역을 가진 예술가들이 끈질기게 전달하는 시적인 화면을 통해 예술적 충만함을 충전하고 더불어 이제 막 사회로 한 발 내딛은 그들의 이야기를 보아줌으로써 그들 청춘의 고단함 또한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배수현_양정선
Vol.20120217d | 畵中有詩: 그림 속에 시가 있다-한국화 신진작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