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tial Transition

정미옥展 / CHUNGMiOK / 鄭美玉 / painting   2012_0210 ▶ 2012_0223 / 일요일 휴관

정미옥_Accumulation 1122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0

초대일시 / 2012_0210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유엠갤러리 UM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7-9번지 디지털온넷빌딩 1층 Tel. +82.2.515.3970 www.umgallery.co.kr

삶의 언어로서의 선(線)과 공(空), 그 긴장과 일탈의 수사학 ● 정미옥은 조형요소로서의 선이 함의(含意)할 수 있는 세계를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일관성 있게 천착해온 작가이다. 점, 선, 면은 조형의 최소 단위이면서도 언어로서 표상하고 함축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암시하고 투영할 수 있는 직관의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선은 점이 움직여나간 흔적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본질을 내포하고 있다. 점이 정적인 것이라면, 선은 움직임의 흔적으로서 일단 동적인 기운을 함축하고 있고, 주변의 공간을 가로질러 어떻게 움직여 가는가에 따라 차갑고(수평선) 따뜻하고(수직선), 무한한 움직임(대각선)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직선이야말로 차갑고 따뜻하고 무한한 움직임의 가능성을 지닌 가장 간결한 형태라고 할 만하다. 작가는 이 같은 직선의 묘미에 심취하여 지금까지 일상 삶의 이마쥬와 사념들을 기하학적인 선의 반복과 중첩, 충돌과 습합, 긴장과 이완 등의 언어로 투영해왔다. (중략)

정미옥_Accumulation 1123_캔버스에 유채_145.5×89.4cm_2010
정미옥_Accumulation 1124_캔버스에 유채_145.5×89.4cm_2010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돌아보면, 작가는 '반복' 연작을 중심으로 직선들이 겹치고 충돌, 습합하면서 이루어내는 공간의 다층적인 층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투영해왔다. (중략) 자연과 인간 삶과의 유비(類比)에서 선의 밀도를 삶의 줄타기와 같은 긴장으로 풀어내던 금욕주의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시원한 공간과 여백, 밝고 다양한 색채가 등장하는 것이 최근의 작업이다. 어느 작가는 "화지 위에 점 하나 잘못 찍혀도 가슴에 못 박히듯 아프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작가에게 있어서도 선의 밀도나 방향성, 포백(布白)과 채색 등, 모두는 예민한 감성과 연계되어 있다. 선 하나가 잘못 찍히거나 풀려도 마치 줄타기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지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낀다. 역시 그의 작업은 '영혼의 줄타기'이고, 그는 곡예사와도 같다.

정미옥_Accumulation 1127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0
정미옥_Accumulation 1128_캔버스에 유채_130.3×80.3cm_2010

최근의 주요 작업 모티브는 '반복 속의 차이'다. 작가는 말한다: "반복 속의 연속인 나의 삶은 한 인간으로서는 동일한 패턴 속에 괄호 지을 수 있겠지만, 한 개체로서는 결코 어느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차이를 내재한 삶이다." 그의 작업들은 이처럼 일상의 진부한 반복에 대한 자의식과 그 틈새를 건너뛰며 살아내고 있는 작가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선과 선 사이의 긴장관계와 때로 일탈을 꿈꾸는 이완의 표출은 반복에 내재된 차이가 빚어내는 시각적 변주이고, 작가는 이러한 변주를 통해 삶의 지평을 우주적인 시․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정미옥_Accumulation 1129_캔버스에 유채_130.3×80.3cm_2010
정미옥_Movement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2.7cm_2009

우리는 '존재하는 것', 즉 '있음'(有)만을 있다고 생각하는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만, 실은 '없음'(無)이야말로 '있음'을 있게 하는 더 큰 존재라는 것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이제 선이 그어지고 찍히기 이전의 빈 공간에 주목한다. 그동안 선다발로 빼곡히 채워졌던 화면을 지양하고, 더 큰 울림의 침묵을 적극적인 언어로 끌어드리고 있다. 즉 '그리는' 행위 자체의 무화(無化)를 통한 무념의 흔적들을 그대로 떠올려보여 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작가는 보다 절제된 침묵의 의식공간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수렴하고 있다. 기하학적인 선과 면으로 세계의 보편적인 질서를 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일부 현대 미술가들이 신봉했던 신지학(神智學)에서는 자연의 신비를 깊이 파고 들어가 학문적 지식이 아닌 직관에 의해 사물 대상과 자아의 합일을 통한 정신적 접촉으로 어떤 물상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한다. 이 작가의 작업에서 감지되는 언어의 절제는 문득 신지학의 그것을 돌아보게 한다. 동 서양의 문화를 막론하고, 많은 이론가와 작가들이 세계 표현의 한 방법과 통로로서 신지학의 경계를 의식해왔지만, 작가는 이에 더하여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이긴다"는 동양의 예술사유에도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선들을 더 줄이고 나면, 공간은 본래의 공(空)으로 환원될 것이고, 아마도 의식의 순수한 형해(形骸)만이 남아 물리적 공간은 텅 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부터 정신적인 것은 극대화되고, 존재하는 무와 허공의 심연에서 또 다른 흔적들이 부유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유(有)는 무를 통해서만 존재하고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에서 만나는 선과 면과 색들은 어느 선다발의 모서리쯤에서 한 발을 잘못 디디면 우주 허공의 심연에 떨어질지도 모를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무의 심연을 품고 아슬아슬하게 떠 있다. (중략) ■ 장미진

Vol.20120210a | 정미옥展 / CHUNGMiOK / 鄭美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