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거사 八色居詞

2011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展   2012_0209 ▶ 2012_0307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2_0209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혁_구본아_김순임_김진기 김효숙_오종은_이주리_장진

후원/협찬/주최/기획 / OCI미술관

관람시간 / 10:00pm~06:00pm / 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 Tel. +82.2.734.0440 www.ocimuseum.org

OCI미술관은 시각예술작가들의 창작 공간과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자 2011년 4월 1일부터 인천광역시 학익동 소재에 창작스튜디오를 오픈하여 8명의 입주작가의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기 선정 작가인 김진기, 김효숙, 오종은, 이주리(이상 서양화), 구본아, 장진(이상 한국화), 강혁, 김순임(이상 입체, 영상)은 그동안 상호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 창조적 활동을 생산하면서 저마다의 비전을 향해 달려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 11월 19일(토)에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하여 평론가 및 미술전문가와의 일대일 매칭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별 작업을 재조명하고, 창작물에 대한 관람객 및 예술관계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자유로운 소통의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이번 그룹전시는 그간의 성과를 한자리에서 확인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평면, 입체, 미디어에 이르는 현대미술작가 8인 8색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강혁_수평선, 지평선 3_디지털 프린트_84.1×119cm×3_2011

강혁은 회화, 오브제,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연과 문명, 가족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어왔다. 특히 자연을 소재로 한 일련의 영상작업들에서 자연의 본성에 대한 형식실험을 거치며 질료의 순수성과 특성을 부각하는 표현양상을 보인다. 문명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주지하는 상처 프로젝트는 상처를 안고 사라져가는 존재의 허무와 유한성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그 중 「40일간의 상처, 25번의 상처」는 남북 분단이 2011년 현재 66년을 이어오는 정치적 현실을 66일간 상처를 안고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기록을 형상화한 것이며, 또한 2010년에 일어난 연평도사건에서 250여발의 사격을 받았던 것을 25번의 상처를 받고 썩어가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분단의 아픔이라는 정치사회적 상처를 넘어 인류의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을 토로하고 있다.

구본아_시간의 이빨_한지에 먹, 금분, 은분_180×203cm_2011

구본아는 동양화 장르에 현대적 표현 양상을 수용하고 전통의 재해석을 시도하는 등 시대정신을 아우르며 현대적 동양화의 지평을 넓혀가는 데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묵운(墨韻)이 짙고 다양한 색감을 내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통해 초현실주의와 같은 환상적이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구본아는 삶이 바로 소멸이라는 관점을 폐허라는 주제를 통해 구현해 왔는데 허물어져 가는 벽, 먼지, 돌과 같이 사라지는 대상에서 다시 생명의 소산을 발견하고 그러한 순환구조를 세심한 필치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는 채움과 비움, 그리고 자연과 문명의 순환을 태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체화했으며, 「시간의 이빨」에서는 자연과 문명의 화해에서 오는 경외심을 다루고 있다.

김순임_Mind Space; The Space 37-Macau, 2011_207개의 마카오 돌멩이, 실, 글루건_가변설치_2011

김순임은 다양한 장소에서 만난 대상들을 주관적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를 돌, 나무, 천, 실과 같은 자연 재료를 써서 설치, 조각, 평면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표현해왔다. 주로 작가와 대상과의 '만남', 만남에 의해 생성되는 '기억'을 진솔하게 형상화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작가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장소에서 얻은 체험을 작품 제작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며, 작품이 자리하는 공간 자체의 분위기를 중요시하여 공간의 특징에 맞는 오브제를 선택하고 공간과 어울리게 작업하는 설치 방식을 주로 적용해왔다. 또한 체험에서 선택된 오브제들은 그 물질의 본성이 살아있으면서도 독특한 스타일로 재창출되는데 이는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이야기하듯 풀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방식에서 나온 결과이다.

김진기_나운동의 밤_패널에 혼합재료_102×130cm_2011

김진기는 삶의 양면성에서 야기되는 불완전한 감정의 잔여물, 그리고 그 흔적들을 표현주의의 거칠고 과장된 회화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정서와 욕망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열정적인 회식을 갖고 난 뒤의 테이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먹고 남은 음식들이 쓰레기처럼 참혹하게 버려져 있는 장면에서 회식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와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즉, 불야성을 이룬 밤거리의 현란하고도 관능적 풍경이나 묘하게 어긋난 남녀간의 감정선 등, 일상적인 일들과 신변잡기적인 에피소드들이 뒤죽박죽 얽혀있는 그의 작품은 불통과 변칙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 그리고 그에 따른 자아의 망실 등을 직설적인 어휘로 포착해낸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김효숙_부유하는 나의 도시-지하철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94×130.3cm_2011

김효숙은 건축현장이 갖는 과도기적, 불안정적인 특성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 증후를 표현하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잦은 이사를 경험하면서 건축현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회화적 출발을 이루었다. 집은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기 보다는 허물어지고 해체되어 무중력 상태의 파편들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기체처럼 자유롭게 부유하는 듯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아노미 상태의 심리, 관계와 관계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욕망의 분출과 같은 다양한 내면의 표상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또한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익명의 사람들은 무채색으로 주춤거리거나 서성이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통념과 구조 속에서 자신의 컬러, 정체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들에 대한 비유라고 하겠다.

오종은_nuclear bomb-1_나무에 혼합재료_129.8×199.7cm_2012

오종은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야기되는 모호함과 이중성에 대해 고민해오고 있다. 꿈과 현실, 소통과 차단, 욕망과 결핍, 진실과 거짓 등에 대한 심리적 불안과 분열의 양상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양자의 간극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모든 양면적 현상들이 상대적 가치를 확인하는 잣대라는 철학적 관점으로부터 회화의 주제와 소재를 선택한다. 즉, 내면의 시선이나 꿈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볼 수 있다는 관점이나 '아름다움이란 기이한 것'이라는 보들레르의 시선과 같이 일시적이고 변덕스러운 아름다움에 대한 낭만주의적 상상을 통해 미의 순수성을 찾고자 한다.

이주리_공사장-심리적 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62cm_2011

이주리는 공사장의 풍경을 소재로 하여 파노라마처럼 광대하게, 그리고 속도감 있게 표현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목적의식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겠다는 자율의지를 통해 주제와 소재를 자연스럽게 결정한다. 또한 계획적인 조형어법을 구사하기 보다는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는 범위에서 흐리게 지우거나 긁어내어 완결되지 않는 느낌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렇게 일상의 것들이 기묘하게 변주되도록 하는 능청스러운 자유로움에서, 의도한 혹은 의도하지 못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부각되도록 한다.

장진_달빛 프리즘_한지에 수묵_60×120cm×2_2011

장진은 달빛, 구름, 별, 산, 나무 등 자연의 요소들을 주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순간 포착하여 전혀 새로운 이미지와 조형성을 갖춘 현대 동양화를 구사해왔다. 그는 바닥에 놓인 판 위에 물감을 붓고 그 위를 문지르는 반복 행위를 거친 후, 그 결과를 종이에 찍어내는 일련의 단계를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추상표현주의의 드리핑 기법이 가미된 행위의 과정이 작품 속에 수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적, 실험적, 역동적, 즉흥적 과정은 시적인 감성을 담보한 우연의 효과, 즉 추상적 사유공간으로 발현되어 과거와 현재, 주체와 객체 사이의 주관적 소통을 낳게 된다. ● 입주작가들은 제한된 입주기간 동안 창작활동에 전념하여 전도유망한 작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함께한 1년여의 시간이 작가마다 향후의 예술창작활동에 조금이나마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는 좀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한편 지리적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 최정주

Vol.20120209b | 팔색거사 八色居詞-2011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