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203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류성훈_여다함_오재우_임흥순_장보윤
기획 / 강혜민_김효정_이은수_전나은_최지혜_한동석_호경윤
주최 / 갤러리 175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club.cyworld.com/gallery175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문자가 생긴 이래 계속되어온 역사적 기록들이 대변하듯, 우리에게는 기억의 부재를 반어적으로 증명하는 '아카이브 열망'(Archival Impulse)이 내재되어 있다. 삶의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기억에서 부터 공적인 사건의 기억들까지, 우리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흔적들을 붙잡기 위한 방편으로 모으고 기록하며, 그것들은 축적되어 역사의 일부가 된다.
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할 포스터는 소실되고 탈구되는 역사적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발견된 이미지나 사물, 텍스트 등을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을 현대예술가들에게서 나타나는 작업의 한 형태로 정의한다. 아키비스트 성향의 예술가들은 지극히 사적인 기억들에서부터 담론이나 역사적 사건에 이르는 다양한 재료들을 수집하고 기록한다. 이들은 거대 서사에 일방적으로 편입되고 묵살된 역사의 파편들을 발굴해내어 새로운 체계 속에 편입시키고 배열하는데, 이러한 재배치는 기억을 구성하는 '사실'을 본래의 맥락에서 떼어내 새로운 의미로 변형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과거는 물론 현재를 구성하는 무수한 기억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미술가의 서랍』은 '아카이브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현대 예술가들의 편집증적 수집과 기록, 그 아카이브 열망을 기획자 7인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는 '아카이브적' 경향의 국내작가들의 작업과 함께 그들 작업에 대한 인터뷰를 보여주며 동시대 국내외 작가들에게서 보이는 아카이브 작업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 기록,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전시공간 자체도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며, 예술가의 서랍이자 예술가에 대한 서랍이 된다.
전시의 구성은 회화양식의 역사적 맥락을 아카이빙하는 류성훈에서 거주공간에 쌓이고 제거되는 먼지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여다함, 공공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오재우,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위문 공연단 사진을 통해 사적 기억의 맥락화를 꾀하는 임흥순과 주인 잃은 사진첩의 기억들을 되살려내는 장보윤까지 5명의 참여작가와 그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아카이빙작업을 하는 이수영, 윤지원, 정윤석의 인터뷰가 더해진다. 다른 세션에서는 세 가지 다른 형태의 아카이브 예술을 이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재해석하여 구현한다. 먼저, 기억과 트라우마의 아카이브로서 끊임없이 확장되는 텍스트와 이미지들의 집합체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아틀라스」작업은 이에 대한 류성훈의 오마주를 통해 나타난다. 본래의 이미지의 기능과 가치를 벗어나 허구성과 낭만성을 나타내는 리처드프린스의 작업은 기획자들의 손을 거쳐 작업과 수집의 경계를 오가는 아카이브의 특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의 비밀엽서를 모으는 '포스트시크릿 프로젝트'는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여 이들에게 개인적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이어주는 아카이브를 경험하게 만든다.
예술가들의 아카이브 열망은 사적인 개인의 수집행위를 공적인 영역으로 이끈다. 수집과 기록을 통해 표출된 저마다의 관심은 '쌓임'으로서 그 자체로 힘을 갖게 된다. 수집과 기록에 대한 미술가의 열망은 텍스트와 이미지에서부터 물질 그 자체까지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현현되지만 그 시작과 끝은 같은 지점을 향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미술가의 서랍을 들여다보며 사소한 기억의 파편들을 쫒아 역사로 향하는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갤러리 175
Vol.20120205c | 미술가의 서랍 cabinet of artist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