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형과 구(球)로 만들어낸 몇 개의 다른 심리적 단편들

박지훈展 / PARKJIHOON / 朴志勳 / installation   2012_0204 ▶ 2012_0225 / 일,월요일 휴관

우리는 둘 다 서로의 감옥에 갇혀있다 We Are Both Locked Inside Each Other's Prison_ 스틸, 당구공_11×16×11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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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204_토요일_07:00pm

프로젝트-한국현대미술과 텍스트

기획 / 김수영 협력 / AIK 아트 인스티튜트 키타큐슈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솝 GALLERY SOAP 1-8-23, Kajimachi, Kokurakita, Kitakyushu, Fukuoka, Japan 802-0004 Tel. +81.93.551.5522 g-soap.jp

박지훈은 작업을 통해서 다각적인 인간관계가 만들어내는 물리적, 심리적인 차원을 진술해왔다. 그의 작업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불특정적인 여느 날이라는 임의성(arbitrariness)을 가지며,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동시다발적이면서도 매우 혼란스런 현대사회의 단면을 은유한다. 작가는 이 세상을 휘감고 있는 혼돈과 불확정성을 미술이라는 장치를 통해 증거하고 기록한다. ●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삼각형'과 '구'로 몇 가지의 다른 심리적 단편들을 구성하여 인간사회의 속성을 조망한다. 상징으로써 의미를 압축하는 이 작업을 이해하는 데는 우선 보는 이들과 모종의 약속을 전제로 한다. 먼저 '프레임(frame)'이란, 이번 프로젝트의 기본 구성 (삼각형과 동그라미)을 재 생산해내는 '틀'이다. 그 틀 안에서 만들어낸 삼각형과 동그라미(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구')들은 제각기 다른 구조의 변주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삼각형'과 '구'라는 도식은 대상(인간)을 지시하는 가장 간편한 기호로써 역할을 한다.

로켓 발사기 A Rocket Launcher_스틸, 당구공, 고무_115×20×24cm_2011

작가는 여기서 이분법적으로 정의된 '상식의 틀'을 문제 삼는다. '프레임'이란 원형(prototype)은 따라서 우리의 삶을 지나치게 획일화하고 규정하고 지시하는 인식의 틀이며, 이와 대치되는 우연히 선택된 오브제 (이번의 경우 당구공)는 인간의 조건을 대신한다. 그가 선택한 '엄숙하지 않은' 오브제는 의인화(personify)의 단계를 거친다. 억압되고 도태된 '이들'은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강구해내는데 이때 우연성과 불확정적 요소는 무의미(nonsense)한 유머와 결합된다. 이처럼, 틀이란 구조와 그것에서부터 발생하는 조임과 왜곡, 뒤틀기, 연결과 같은 가변적 요인들이 어떠한 언어적 연결고리와 변이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이 작업은 출발한다. ● 「6줄 현악기」 「로켓 발사기」 「프로토타잎A」 「우리는 둘 다 서로의 감옥에 갇혀 있다」 「삐뚤어진 망나니들의 연합」 「낭비는 낭비를 만든다」 「잉여가 되었지만 주목받는」과 같은 '삼각형'과 '구'로 만들어낸 일련의 '심리적 단편들'은 각각 사회적 긴장, 관계의 모순, 제도적 틀, 구속, 허무하기 짝이 없는 통상적 반복(routine), 무기력, 권력과 폭력성 등 일상에서 파생되는 다각적인 관계들을 여실히 드러낸다. 짤막짤막하게 구성된 각각의 '불편한' 단편(편린)들을 통해 제시된 불가해한 인간상에서는 '낯선 친숙함(uncanny)'이 느껴진다. 이것은 죽음을 향한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며, 우리의 이성으로 인해 놓치고 마는 그 무엇에 대한 하나의 신비스런 이야기로 귀결된다.

낭비는 낭비를 만든다 Waste Makes Waste_ 두루마리 휴지, 스틸, 우드, 당구공, 고무_138×45×100cm_2012

방법적인 측면에서 박지훈의 작업을 보자면, 그것은 미리 결과를 예측하고 논리적으로 한 걸음씩 내딛어 가기 보다는, 모험심이나 무모함과 같은 비결정적인 변수들을 통해 경험하고 관찰하고 학습하며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도달한 지점이라 하겠다.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이고도 '어눌한' 조형언어와 부조리한(absurd) 결합 방식에 의해 작업을 구상하며 사회 속의 조화와 부조화의 파편들을 접목해낸다. 이로 인해 파생된 '생경함'은 다행스럽게도 그의 작업을 모방 혹은 관성이라는 악습(창작의 딜레마)에서부터 피해가게 한다. 그의 작업이 예술의 제도적 시스템에서 역사적 맥락의 합의의 장을 벗어날지는 모르더라도, 적어도 이것은 황량한 바다 위에 떠 있는 희미한 부표와도 같은 존재감을 갖는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사회에 대한 조건의 문제와 더불어, 새로움의 기준을 넘어서는 예술의 역할에 대해 질문한다. 그의 이러한 작가적 실천은 마땅히 있어야 할 '사회적 틈'으로서 기능하며 조정과 치유를 위한 정지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너에게로 가까이 Close To You_스틸, 자석, 당구공_155×21×13cm_2012

무명 인물이 등장해 신변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사건들을 대사와 몸짓으로 연기하는 노(能)의 막간에 행해지는 교겐(狂言, 미친 사람의 허튼소리)처럼 작가는 대화적 코미디를 구사한다. 그의 작업은 막간(틈새)을 통해 궤도를 벗어난 사회에 던지는 불완전한 '표정'이자 '비명'과도 같다. 작가는 스스로를 논리와 이성으로 위장된 질서를 상상력과 무관심으로 위협해서 분열적인 상태로 치닫게 하는 어린아이나 광인의 심리를 은폐하고 있는 지점에 위치 지움으로써 익명적으로 사회 전체를 조망하고, 목적과 의지 없이 행동함으로써 이데올로기의 허황함과 불합리성을 보여준다. 그는 '해체'나 '파괴', '재구성' 혹은 '탈주'란 극단적 선택을 강구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교묘히 지워 없애며(cannibalistic) 획일적 틀 속에서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심리적 게임들을 재구성한다.

너에게로 가까이 Close To You_스틸, 자석, 당구공_155×21×13cm_2012_부분

이처럼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낸 그의 작업은 인간의 삶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수없이 모호한 감정과 다양한 온도를 포함한다. 사회적 위치와 연관 지을 수 없는, 환경에서 단절되어 버린 인간이 자기 존재의 근원적인 상황과 대결하고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절박한 행위나 행위의 부재를 암시하면서 ● 히틀러가 사라진 시대에 독재자란 무엇인가? 작가는 지금 특정한 유행, 사회적 편견, 지배와 조작과 같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구조적 폭력과 그것에서 파생하는 허다한 인간상을 무의미한 유머로 드러낸다. 그는 공존과 소통의 문제를 다루면서, 비평적 주시를 통해 사회 속의 공허하고 모호한 내면을 응시하고 폭로한다. 박지훈의 작업은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자 '그 누군가'를 위한 레퀴엠이다. ■ 김수영

잉여가 되었지만 주목받는 Marginalized Yet High-lighted_스틸, 당구공, 고무_112×38×35cm_2011

이 프로그램은 2011년 5월 키타큐슈 갤러리 솝(GALLERY SOAP)에서 열린 『동아시아 현대문화 심포지엄』에서 한국 참가자 김수영씨가 발제한 주제였던 「한국현대미술과 텍스트」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됩니다.

Vol.20120204b | 박지훈展 / PARKJIHOON / 朴志勳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