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where Else

홍기성展 / HONGKISUNG / 洪起盛 / mixed media   2012_0204 ▶ 2012_0223 / 월요일 휴관

홍기성_by a coincidence of map 071_혼합재료, 피그먼트 잉크 드로잉_50×50cm_2011

초대일시 / 2012_0204_토요일_05:00pm

기획 / 갤러리 이레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주말_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이레GALLERY JIREH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8-12(법흥리 1652-405번지)Tel. +82.(0)31.941.4115www.galleryjireh.com

최근 작업이 마무리 될 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진정성'에 관한 물음이었다. 물론 나 역시 그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한 기억이 있다. 세상에 고개를 내민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진정성', 아니 그보다 우리가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수식어. 이제와 느끼는 것이지만 얼마나 기본적가치가 붕괴된 사회이면 당연한 것이 주목을 받아야 하는지 한편으로 씁쓸하기까지 하다. Cort공장 사람들, 먼저 간 진원이형, 미래를 저당 잡힌 젊은 세대, 만성병환자들... 사실, 그들의 삶을 팔아치우며 동시대성을 방패삼아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대다수가 원하는 특별한 고립상태의 주인공역을 즐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홍기성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며, 내 꿈은 헤게모니에 순치 된 애완용 예술가가 아니다... ■ 홍기성

홍기성_Garaeyeoul happening(가래여울(지명) 해프닝)_단채널 비디오_00:05:00_2011
홍기성_Hong satellite 001_혼합재료_45×115×25cm_2011

어느 유명한 미술평론가가 말하길, '예술이 뭐냐?' 하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은 .무지개 반사. 뿐이라 했다. 다행히도 오래 참아 온 예술가들은 마침내 예술에 대해 '정의 할 필요가 없는' 혹은 '정의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에 대해 정의하고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사실 지금도 작가에게 토끼눈을 하고 설득해주길 바라는 순간들이 비일비재하지만 한 발 앞선 관계자들은 암암리에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이 증명하고, 해석해내야 하는 이론인양 여겨지는 것은 작품이 가진 난해함 보다 더욱 못마땅하다. ● 예술의 범위가 확대되고 예술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니 걔 중에 최고를 가리려면 '최고예술작품 산출 공식' 따위를 구상해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본인의 작품설명+작품 구성요소/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정도가 되려나? 하지만 이제 전문가들의 오만함을 벗어내려는 긍정적인 태도로 인해 예술은 본연의 권위를 찾아가는 듯하다. 감상교육을 받아야지만 읽어낼 수 있는 것, 미술사의 기본 지식이 있어야지만 해석 가능한 것 등의 오만한 실드shield를 벗고, 예술은 단지 '느끼는 것' 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공식 따위로는 해석되지 않는 고귀한 것,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만큼 보이는 것이 바로 홍기성 작가가 바라는 예술이다.

홍기성_Hong Shipping 001_혼합재료_55×250×60cm_2011
홍기성_Hong airline 015 goodbye Mr.Strat_혼합재료_25×190×25cm_2011

사람들이 가 보고도 모른 것을 나 혼자 알아챘을 때, 이때가 여행 중 가장 짜릿한 순간일 것이다. 홍 기성 작가도 뭇사람처럼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작가는 짜여 진 루트에 반기를 든다. 길 뻗은 대로 걷고, 길이 막히면 돌아간다. 돌아가다 만난 것에 한참 빠졌다가 빠져 나오는 데서 만난 것에 다시 빠진다. 홍기성 작가의 작품은 그의 여행 관처럼 호기에서 비롯된 '우연'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티백tea bag이 쓰레기통에 들어가 꾸깃한 종이에 얼룩을 남겼다. 홍기성 작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방을 둘러보다 얼룩진 종이를 발견하고 그 위에 '어딘가Somewhere'라는 지역의 지도를 그렸다. 지도에는 '어딘가' 곡곡의 지명, 도로, 강줄기 등이 간략하게 표기되어 있다. 단순한 도형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단서는 누구든 지도 속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되어있다. 버려진 물질들로부터 탄생하게 된 '어딘가'는 아틀란티스와 같은 꿈의 낙원이 아니다. 누구도 갈 수 있는 '어딘가'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 에워싼 삶의 모습이자 우리가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향이기도 하다. ● 자, 그럴싸한 지도를 만들었으니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홍기성 작가는 탈 것을 만들었다. 탈 것의 주재료는 홍기성 작가의 사적인 방에서 나온다. 밴드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던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유명한 제조사의 기타를 하나씩 사 모았다. 허나 수집의 즐거움은 성인이 된 후로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기타 제조사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부당대우와 비인권적인 행태를 알게 되었고, 그는 갖고 있던 기타들을 모두 옥션 사이트에서 처분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처분된 기타들은 홍기성 작가의 손에서 다시 부활하게 됐다. 통나무로 만든 기타의 몸통은 사람이 올라타기 좋은 곡선으로 변했고, 끝자락은 중세시대 마녀들이 탈 법 한 마법빗자루의 모습을 갖췄다. 끝끝내 작가는 기타로 상상 속의 탈 것을 만들었다. 이 요상한 생김새의 탈 것은 날지도 기지도 못하는 '기타 모양의 빗자루' 또는 '빗자루 모양의 기타'가 되었지만 드디어 작가를 '어딘가'로 출발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홍기성_Hong airline 017 goodbye Mr.Hellcat_혼합재료_30×210×25cm_2011

라이더로서의 복장을 완벽히 갖추고 자전거와 함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처럼 마을버스 안에는 '기억의 망토'를 입은 홍기성 작가가 탈 것을 들고 당당히 '어딘가'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린 작가가 널찍한 골목 어귀에서 탈 것을 연주하니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작가는 여행을 하며 가지고 갈 소리 나는 물체가 필요했고 이왕이면 기타와 비슷한 것 이었으면 좋겠기에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기타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장 기본이 되는 부품 서너 가지만을 가지고 기타처럼 보이는 소리 나는 빗자루를 만든 것이다. 탈 것으로 하는 연주곡은 모 밴드가 사용하는 8~9개의 코드 중 4가지를 반복한 즉흥곡이다. '어딘가'의 아이들은 악기도 곡도 아닌 것들의 조합에 기타니 음악이니 깔깔대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에 연주하던 작가도 심심찮은 위로를 받은 모양이다. ● 일기 쓰듯이 해나갈 뿐이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홍기성 작가는 삶의 문집 같은 작업들을 진행한다. 작가가 펼쳐 논 이야기들은 다소 판타지적인 색채가 있지만 그의 실천적인 행위들로 하여금 다시 우리 삶 속에 놓여진다. 사람들은 간혹 지난 날 자신의 고생담을 무용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은 없는 법. 작가는 특이하려고 하는 것들에 작위적임이 싫어 오히려 평범하려 한다고 말한다. 평범함은 지루하고 고루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평범한 작품은 유쾌한 삶이 되고 철저히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된다. 신경성두드러기 때문에 매일 같이 약을 먹는 홍기성 작가는 두둑이 쌓인 약봉지로 조각배를 만들었다. 알레스카 여행에서의 기억으로 배를 만들고, 죽은 벗을 생각하며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한강에 그 배를 띄웠다. 물에 뜰지 의심되는 약봉지 조각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홍기성 작가의 마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배를 완벽하게 띄워 보내는 데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진심을 배에 실어 '어딘가'로 떠나보내며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과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홍기성 작가의 작품은 삶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진심을 다른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행위가 되었다. ■ 막걸리

Vol.20120204a | 홍기성展 / HONGKISUNG / 洪起盛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