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2012_0216_목요일_03:00pm_정현목
참여작가 / 손자일_윤다미_정현목_황세진
주최 / 롯데백화점 중동점 주관 / 롯데갤러리 중동점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 10:00am~08:30pm_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중동점 LOTTE GALLERY JUNGDONG STORE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40번지 롯데백화점 중동점 10층 Tel. +82.32.320.7605~6 gallery_jd.blog.me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단어 중에 하나는 바로 '명품(名品)'일 것이다. 명품 코, 명품 연기, 명품 한우 등 외모를 수식하는 외적인 의미에서부터 내적 의미의 수식에 이르기까지 '명품' 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의 부러울 것 없는 최상의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 '명품(名品)'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혹은 그러한 작품'을 뜻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생활에서 명품이란 단어는 고가의 고급 브랜드를 지칭하는 의미로 더 쉽게 소통되고 있다. ●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명작(名作)으로서의 가치는 브랜드를 떠나 명품 본연의 조건이자 희소한 물건 이상의 가치라 할 수 있겠으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품이 지니고 있는 긍정적인 가치는 잊은 채 단순히 고가의 물건을 지칭하며 부의 과시욕으로써 명품을 갈망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선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고가의 명품이 일부 계층만을 위한 차별화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면 그것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가의 물건이 될 수 밖에 없는 명품 조건의 특별한 가치에 차별성을 두는 안목(眼目)이라면 명품 소비의 긍정적인 방향이라 하겠다.
이번 'Confusion of worth _ 가치의 혼돈'展 은 현대인들의 명품 선호현상에 대해 비판의 시선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진정한 명작으로서의 예술적 가치(Worth)는 상실 한 채, 단순히 사치품으로서의 경제적 가치(value)만을 부여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명품의 가치를 재고하는 시간을 주고자 함이다. ● 부의 가치가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고 고가의 물건을 소유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오늘, 어떤 상품을 소유하고 소비하느냐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영향력을 파악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이 만연해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의 명품에 대한 집착과 선호사회를 헛된 욕망이라 비판하고 바니타스(vanitas)정물화로 풍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값비싼 사치품의 소비가 아닌 명품으로서 지니고 있는 조건의 특별한 가치와 그에 준하는 비용을 지불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가치(worth)와 가치(value)를 혼돈해서는 안 될 것이다. ● 4명의 작가들이 표현한 작품을 통해 이러한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모든 이들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말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한번쯤 우리의 소비 가치에 대해서 되짚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롯데갤러리 중동점
NobleArt-노블아트 노블아트란; noblesse: no•blesse〔〕〔F=nobility〕 n. 1 (특히 프랑스의) 귀족 (사회) 2 고귀한 신분[태생] + art : art 1 예술;[종종 pl.] 미술;[집합적] 예술[미술] 작품 2 (잡지 등의) 삽화;【인쇄】 (본문에 대하여) 삽화, 도판 3 (특수한) 기술, 기예;(특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 동업자의 조직 ⇊ noblesse: no•ble•art 1 명품을 예술[미술]품으로 만든 작품 2 명품을 재해석하여 그 가치를 더욱 높임 3 명품의 본질을 찾음 ● 현대인들은 몸과 마음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인생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영위하고자 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 코드를 추구한다. 그 중 일부는 사회적 well-being인 로하스(LOHAS)의 삶을, 또 다른 일부는 상위 1% 여피족(Young Urban Professional)적인 삶을 영위하고자한다. 그들이 소비하고자 하는 것들은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 우는 최고의 브랜드이며 이 브랜드의 가치는 장인정신과 희소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명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철학을 담아, 상품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것은 예술가들의 예술 생산 활동과 다름이 없다. 마치 패션에 오뜨쿠뛰르가 이의 한 예가 되겠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명품은 예술적 가치라기 보다는 단순 제품으로서 소비된다. ● 디자인(제품)과 예술적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페라가모에서 나오는 모든 구두는 예술품처럼 손으로 만들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 인가? 다른 사람은 절대 만들 수 없는 오리지날리티가 있는가? 구두를 만드는 사람은 장인이라고 불리는데 장인은 예술가가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 나의 작품은 소비상품으로서의 명품의 이미지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그 명품 내면의 모순을 시니컬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명품 디자인이 가지는 조형성을 3D로 재구성함과 동시에 병치되는 소재의 결합으로 그 시각적인 아름다움 이면의 것을 표현하고 있다. ● 이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는 시각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함이고 흑백논리와 같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공존적인 이중성을 인정하고 거울처럼 나의 해석을 관람자들에게 작품을 통하여 투영하는 것이다. ■ 손자일
'Neo-vanitas' 연작은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 라는 기독교 성경의 전도서에 등장하는 메시지가 담긴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현대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본인은 덧없음을 상징하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의 모티프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욕망의 단상을 사실적인 정물화로 새긴다. 화면은 실물 크기로 그려져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지만 만질 수 없다. 현대인이 탐내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치품, 허영심 가득한 상차림으로 가득하다. 마치 '그림의 떡'처럼 소유하고픈 대상들이다.
지금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 욕망의 끝은 무엇인가? 내가 탐하는 것들과 더불어 덧없음을 상징하는 정물들을 함께 놓아본다. 타다 남은 양초, 떨어뜨리면 깨져 버리는 유리잔,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 버리는 향기 같은 사라짐을 그림으로 붙잡는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사치스러운 정물은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을 유혹한다. 물질을 탐내는 인간의 삶은 너무나 짧고 유한하기 때문에 이러한 매혹적인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집착한다. 그런데 치장할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면서, 욕망하고 소비하는 어느 순간 그 아름다움은 이내 사라져버린다.
빛이 있는 곳에 늘 그림자가 따라 다니듯 삶과 죽음도 경계에 맞닿아있다. Neo-vanitas연작은 그 경계에서 고독하고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는 현대인의 초상이자 현대사회의 풍경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가치로 삶을 채우고 있는가. ■ 윤다미
Still of Snob ● '명품(名品)'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혹은 작품'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사용되는 명품이란 단어의 의미는 주로 고가의 외국 브랜드 제품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에서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모방 제품의 유통 및 소비 현상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는데, 명품과 모양 및 기능이 거의 동일할 뿐만 아니라 특정 브랜드의 로고까지 그대로 따라 한 소위 '짝퉁'의 대량 유통이 만연하고 있다. 본인의 작품에서는 과도한 명품 선호가 짝퉁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현대 사회의 특수한 현상을 대표적인 가짜 명품 상품인 가방을 통해 풍자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상품을 구입하여 사용하는가 하는 것은 상품 소비자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고가의 명품 가방을 소유하는 것은 곧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인 자본을 충분히 소유하고 있음을 증거한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이라 불리는 고가의 외국 브랜드 제품을 소비한다. 대중매체의 발달은 이러한 고가의 상품 소비라는 상류층의 경제적 행위를 일반 대중에까지 보급하였다. 이러한 소비 의식의 보급 과정에서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위장하기 위해 구입하는 가짜 명품 중 대표적인 것이 가짜 명품 가방이다. 현대 사회의 속물(스놉)적 소비 구조는 소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메커니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가짜 명품 가방이란 곧 이러한 메커니즘의 문제점을 드러낸 대표적인 상품이다.
본인의 작품은 현대 사회의 속물(스놉)적 소비 구조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본인은 작품 의도를 강조하기 위해 바니타스 정물화라는 서양 회화의 오랜 표현 양식을 모티프로 가져왔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바니타스 정물화는 오랜 역사와 함께 정물의 다양한 상징체계를 구축하였다. 본인의 작업에서는 오랜 역사 속에서 확립된 도상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가짜 명품 가방의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 사회의 소비 구조를 해골, 모래시계, 꺼진 촛불, 시든 꽃과 과일 등의 대표적인 바니타스 도상들을 통해 풍자적으로 다루고자 하였다. 가짜 명품 가방과 바니타스 도상들의 배치와 구성은 기존 정물화의 형식을 많이 차용하여 이루어졌다. 반면에 사진 촬영의 기술적인 방법에서는 현대의 광고 사진 기법을 많이 차용하였다. 광고 사진의 이성적 그리고 감성적 호소의 소통 방식을 역으로 이용하여 가짜 명품 가방과 바니타스 정물들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을 통해 가짜 명품 가방의 소비가 지닌 허무함을 다루었다. 본인의 작품이 관람자에게 현대인의 소비 패턴과 욕망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였으면 한다. ■ 정현목
언젠가 천 시장을 둘러보던 중 꽃무늬 천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다양한 꽃모양과 패턴, 화려한 색감이 항상 날 멈춰 서게 하곤 했다. 흔히 사람들은 아름답다는 것의 대명사로 '꽃'을 말한다. 이러한 꽃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각과 다른 시각으로 만들어 낸 것이 꽃무늬 천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는 것을 응용하고 변형시켜 상업화 시키는 것이다. 즉 나에게 꽃무늬 천이란 상업적 이윤이라는 획일적인 목적 하에 변형된 아름다움이다. ● 첫 번째 전시에서는 꽃 자체를 이용하여 실제의 허구의 간격을 시각적 편견을 통하여 나타내려 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물질에 대한 욕망과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중요시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다루기 위해 꽃무늬 천이라는 재료를 이용한 것이다.
흔히들 미를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 중 꽃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예로부터 절세미인을 '한 떨기 꽃 같은 자태'라고 표현하는 등, 아름다움을 내포하는 은유적인 상징으로 오래도록 많이 쓰여 왔다. 꽃은 다양한 종류와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그 의미 또한 개인마다 다르게 부여하겠지만 작가는 현시대의 왜곡되고 변형되어져 가는 미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꽃을 소재로 하여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어그러져 가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에 따른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이를 꽃으로 입히고 있다. ● 요즘은 '된장녀'라는 말이 지고 '신상녀'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다. 매일매일 변하는 유행의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여성들의 관심은 새로이 발표되는 유명 브랜드나 명품에 그 관심을 쏟고 있다. 너도나도 뜨는 브랜드에 관심을 집중하여 스타일을 획일적으로 만들어가고 자신만의 미나 개성을 망각한 채 그 흐름에 맞춰가기 위해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유행의 선두주자로 남에게 인식되기를 바라고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진짜 자기의 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도의 상업화 전략과 시각적 충격으로 무장한 쏟아지는 광고 속에서 허덕이며 우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기 보다는 외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힘들게 번 돈을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 유행은 계속 변하고 한 시즌이 지나면 또 아무 의미 없어져 버리는 그냥 '물건'을 위해서 말이다.
나는 소비의 상징으로 자주 표현 되어지는 구두, 옷, 가방 등에 더해 내가 한번쯤 소유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코사지, 스카프, 카메라, 우산, 이불, 쿠션 등을 그린다. 그림에 그려진 모든 물건들은 명품 아니면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이다. 그 제품의 본래 기본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꽃무늬 천으로 나의 의도를 더해 재해석 한다. 이 모든 꽃무늬는 멀리서 보면 그려진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모두 꽃 문양 패턴의 천이 밑그림 모양에 따라 잘라 붙여져 있다. 천을 잘라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로 음영을 주는 방법으로 약 200여 개의 화려한 꽃무늬 패턴의 천을 다양하게 선택해 스케치한 밑그림대로 잘라 붙인 후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채색함으로써 실재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실재의 것을 실재가 아닌 도구 즉, 꽃무늬 천이나 아크릴 등으로 표현함에서 생기는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름에 의해 접혀 진 부분에는 각각 다른 부분의 천 조각을 사용하여 부분까지 세밀하게, 그 크기에 맞게 천을 하나하나 잘라내어 정교하게 붙여 실감을 준다. 이런 방법을 이용한 정교한 작업으로 오랜 시간을 거쳐 그려진 그림에는 결국 모든 물건마다 꽃무늬 패턴이 들어가 있는데 심지어 꽃을 그린 그림의 꽃잎 하나하나에 조차 꽃무늬가 들어가 있어 그 지나침으로 인해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 정도의 지나침에 멀미가 날 정도로 포화되어 표현된 그림 속의 꽃무늬들은 그 어느 하나 양보하지 않고 서로 시선을 받으려 하고 있어 그림 앞에 서있는 관람자로 하여금 피로감이 느껴지게 할 정도이다. 그림 속의 꽃은 더 이상 아름답다 하기 보다는 인공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는 나의 의도된 설정이다. ● 상업적으로 변형 되고 획일화 되어가는 외형의 아름다움이 각광받는 이 시대는 일부 사람들에게 그 흐름에 발맞춰 가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라는 착각에까지 빠지게 만들어 심함 내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적인 것에 일시적으로 투자하는 끝없이 거듭하여 반복되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수많은 꽃무늬가 그려진, 상업성이 다분한 신상구두나 옷, 가방 등의 물건들을 가득 그려 넣음으로써 미에 대한 갈망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고 이러한 갈망을 채우기 위한 일부의 과도한 물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상업적인 욕구를 과도하게 쫓음으로써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적이고 왜곡된 추구가 만연한 일부 현실의 실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일종의 바니타스를 나타내려 했다. ■ 황세진
Vol.20120203d | CONFUSION OF WORTH 가치의 혼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