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展 / PARKEUNJEE / 朴恩芝 / painting   2012_0201 ▶ 2012_0207

박은지_뱅글뱅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1

초대일시 / 2012_0201_수요일_05:00pm

주최 / 갤러리 이즈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1. ● 모든 사람의 본성은 악하며, 세상의 구조는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으면서 유지된다. 그것이 내가 강박적으로 믿는 세상의 진실된 모습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나는, 그 부조리한 세상은 나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은 그 사악한 세상 바깥에서 마치 텔레비전 화면을 보듯이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나 자신도 내가 믿고 있는 부조리하고 끔찍한 세상에 속해있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알고 있다. 나는 웃고, 세상을 즐긴다. 즐기는 척 한다. 현실을 도피한다. 내가 '이 디스토피아'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라 '저 디스토피아'의 관조자인 척 스스로를 기만한다. 그것은 얄팍한 거짓말이다.

박은지_스튜디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72.7cm_2011
박은지_처형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1
박은지_엄습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8×155cm_2011

2. 디스토피아 속에서 나는 약자다. 심지어는 그 세상의 구조를 뒤엎을 의지도 없는 한 마리 양이다. 그러니까 결국, 나의 현실도피/자기기만/거짓말은 그 한 마리 양을 위한 방어기제다. 하지만 이 현실도피/자기기만/거짓말은 아주 연약한 것이다. 그 거짓말의 틈새를 뚫고 새어 나오는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맨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고, 기계들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그 와중에 물이 폭발적으로 치솟는다. 디스토피아의 가짜 관조자로서의 내가 아니라, 저 깊은 곳에 살고 있는 한 마리 양이 이미지를 흘리고 있다. 그녀가 보는 세계, 그녀의 현실도피, 그녀의 욕망이 물을 통해 분출된다.

박은지_공장 1_켄트지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12
박은지_공장 2_켄트지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12
박은지_아기고양이는 부러워_Ed. 6/25_종이에 과슈, 색연필_36×48cm×6_2011

3. ● 어쨌든 사악한 세상이고 거짓된 나 자신이다. 거짓된 내가 사는/살고 싶어하는 세상은 천진하고 귀엽고 아름답다. 동화 속의 세상, 어여쁜 동물들과 꽃과 새가 있는 세상. 해피 엔딩이 모두를 기다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은 얄팍한 거짓말이다. 하지만 거짓이라고 지금 아무리 이 문장들 속에 외쳐 봤자, 문장에 마침표를 찍자마자 나는 그 가짜 세계 속으로 돌아가 관조자 놀이를 계속할 것이다. 한 마리 양 역시도 언제나처럼 모호한 이미지들을 다시 흘려 보내기 시작한다. 일단은, 아직은, 당분간은 이런 상태도 괜찮다, 라고 나/나는 말한다. (그런데 이것도 거짓말이다.) ■ 박은지

Vol.20120202k | 박은지展 / PARKEUNJEE / 朴恩芝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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