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113_금요일_05:00pm
후원/협찬/주최/기획 / Space 15th
관람시간 / 10:00am~05:00pm / 구정 연휴 휴관(22~24일)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15번지 Tel. 070.7723.0584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는 그의 저서「 과학적 심리학 프로젝트」(1895)에서 지각과 기억을 서로 다른 마음의 체계라고 설명하였으며, 기억을 경험이 지닌 지속적인 세력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기억이 정서적인 연상, 우연히 발생하는 연상, 상징화 과정이라는 세가지 요소에 의해 연결되는 것으로 보았으며, 전의식적 형태에서 기억은 상징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요소(사물, 비사물, 행위, 상황 등)를 접했을 때 그와 연관되는 기억을 떠올리는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을 설명한 것으로, 그 특정한 요소를 가리켜 '기억의 상징(Emblems of Memory)'이라 하였다. 이렇게 특정한 요소를 통해 전의식 혹은 무의식 속에 잠재워진 기억을 불러오는 상황들은, 오늘날 시간의 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요한 플롯으로 자주 사용되어 왔으며, 근래에는 일부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방법으로 연구가 되고 있다.
도시 건축물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임우재는 '기억의 상징(Emblems of Memory)' 으로써 건축형태를 도식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억의 교차점으로서 건축물을 선택하여 드로잉, 사진, 조각설치를 통해 그의 개인적 사회적 경험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특정한 경험에서 시작된 기억의 부분들이 상징적 대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사회개념을 형성하는 과정과 연관이 있으며, 의식 혹은 기억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예술적 접근이라 하겠다. ● 임우재의 작품 속에서, 특정한 건축물은 특정한 도시를 상징하고, 그 도시에서 경험한 특정시간과 공간을 기억하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건축물은 개인적 경험을 상기시키는 '기억의 상징' 으로써 역할을 하게 되며, 상징이 된 건축물은 아웃라인과 변형된 창문만을 가진 가장 단순한 형태로 표현이 되어, 작가가 조형적으로 주장하려는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실루엣 이미지로 표현된 드로잉과 그것을 강조하기 위한 판화, 그리고 구성이 단순하게 커팅된 조각 설치는 개인의 기억 속에 상징물로 남아 있는 모뉴먼트와 같은 존재로 보여지고 있다. 작품 「Unlimited City」 시리즈는 각기 다른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의 형상들이 모여 하나의 작은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으로, 각각의 세부적 내용을 배제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극복하여 안정된 하나의 복합체로 표현하였다. 이는 각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지우고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공통된 의식의 재현으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특정한 이미지로 건물 표면이나 내면을 맵핑(mapping)한 사진작품들은 좀 더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The story of」시리즈는 건축물의 현재 모습과, 그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이미지를 중첩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각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의 특징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그 안에 감추어진 역사적 사실에 주목하였다. 건축물의 건설 배경, 건축 과정, 역할의 변화,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잊혀진 스토리를 통해 사회적 기억을 서사적 그리고 서정적으로 표현하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통해 한가로운 네덜란드인의 농장과 복잡한 맨하튼의 역사적 시간을 표현하였으며, 플렛아이언빌딩(Flatiron Building)을 통해 건축물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중첩하여 잊혀진 과거의 현장을 재현하기도 하였다. ● 기억의 상징으로서 선택된 건축물과 그 가상의 도시들은 과거의 시점에서 시작이 되었으나 현재성을 가지고 미래로 향하고 있다. 기억의 시간과 공간의 질서에서 해방되어 나온 '기억의 형태'로서 임우재의 작품들은 종결된 이미지가 아니라 새롭고 다양한 인식을 깨우는 씨앗으로서의 이미지가 될 것이다. 관람객은 작가의 개인적 기억을 통해 잊혀진 개인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며, 작가의 사회적 경험을 통해 동일한 경험에 공감할 것이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개인과 타인을, 기억과 재현을, 그리고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민은주
기억이란 사물이나 상황의 모습, 혹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저장한 후 다시 생각해내는 정신적 기능을 일컫는다. 보편적으로 특정 시간과 장소에 관한 인간의 기억은 연속되는 영상에 가깝다 할 수 있을 것이나 각각의 인상적인 순간만큼은 정지된 화면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은 주관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각인되고 재구성되며 그런 순간 순간들은 빛처럼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게 된다. ● 나는 각기 다른 경험과 기억에 바탕을 둔 사물 혹은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해석을 건축의 형태를 차용하여 작품화하였다. 여행 체험을 하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현대사회에서 빼곡히 들어선 건축물과 거기에 비치는 다양한 상(像)들을 본 기억들이 작품의 전반적인 토대가 되었다. 현대사회의 건축물은 도시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현대사회의 한 양상을 나타내주고 이는 건축양식, 소재 등을 통해 그 시대상을 드러내면서 다양하게 나타내고 그 자체의 비치는 특성에 의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나가는 사람, 거리 등은 변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건축물의 투영과 반영은 개인의 기억 속에 있은 쌓이고, 흐릿해지고 왜곡된 형상들과 유사하다고 여겼다.
작품제작의 방법론에서 본인은 개인적이고 파편적으로 남아있는 기억의 축적을 건축물의 실루엣 이미지와 창문의 변형을 통해 나타냈고, 건축이 가지고 있는 역사, 공간,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새로이 재해석해 보고자 했다. 실루엣 이미지는 그 실루엣이 환기시키는 사물을 떠올릴 수 있다. 실루엣이미지는 항상 본래 무언가를 상기시키며 보는 사람마다의 경험에 의한 각각의 기억 혹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존재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기보다는 실루엣 이미지를 통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경험에 의한 기억 혹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고자 했다. 먼저 본인이 경험했던 건축물을 바탕으로 드로잉에서는 실루엣 이미지로 나온 건축물을 기억 속에 한 장면, 단편으로 남아 있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하여 판화라는 방법으로 건축물의 단면을 찍어내고, 개인적으로 남아있는 건축물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각기 다르게 표현하였다. 또한 건축물을 레이저 커팅한 작품을 공간에 설치하여 나열함으로써 파편화 되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기억을 나타내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건축물에서 보여지는 가상의 파사드들 속에는 그 시대의 기술적 조건, 문화적 기억, 세계-인간 존재의 변화가 은밀히 집약되어 있는데 우리가 역사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헤게모니가 나타나듯 어떠한 것에 대한 기억들도 다양한 심리적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건축물에 대한 과거의 기억, 역사 등을 되짚어 보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현재 그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위상 혹은 특징과는 무관한 요소들을 꺼내어 과거와 현재 모습을 한 화면에 혼성모방함으로써 시각화하였다. ■ 임우재
Vol.20120113b | 임우재展 / LIMWOOJAE / 林祐在 / installation.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