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11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경인미술관 Kyung-In Museum of Fine Art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1번지 Tel. +82.2.733.4448~9 www.kyunginart.co.kr
시간을 깁다 ● 조하나의 작품에 부쳐 조하나가 지은'바느질'의 시각적인 이미지는 19세기 조선시대의 조각 보자기와 자수(刺繡) 보자기에 닿아 있는 점에서 전통적이다. 그녀의 작업은 세모(三角) 또는 네모(四角) 꼴(形)들이 다양하게 변용된 면(面), 그리고 각각의 면을 채운 색(色)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형(形) ․ 면(面) ․ 색(色)의 기본 요소들 사이에 혈관처럼 숨어 있던 선(線)들은 마침내 화면의 맨 위로 꽃술처럼 피어나 하나의 이야기(意)가 되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네모난 틀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바느질이 궁극적으로 회화(畵)를 지향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바느질이 지어낸 이야기들은 형(形) ․ 면(面) ․ 색(色) 그리고 선(線)들의 변용으로 미지의'공간'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작품 「달동네1」명주, 감침질, 92x95cm 은 네모난 틀로 규정된 하나의 면(面)을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면(面)으로 분할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조선시대의 보자기인 명주조각보와 모시조각보의 방식과 동일하다. 그러나 「달동네1」에서는 전통적인 요소인 세모와 네모라는 기본 꼴(形)을 다양한 크기와 모서리의 부정합(不整合)으로 변용함으로써 하늘과 맞닿아 있는 달동네의 이미지를 추상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하였다. 다양한 크기의 네모꼴로 분할된 하늘과 작은 세모꼴 지붕의 집들로 뒤덮인 커다란 삼각형의 산(山)으로 이분된 화면은 차가운 색의 하늘과 '뜨거운'색으로 응집된 삶의 공간으로 대비를 이루어 절묘한 질서를 획득하였다. 「달동네1」은 기하학적인 조형언어를 차용하였으나 인간의 일상에 베인 다양한 꿈의 조각들이 일관되게 하늘을 향하고 있음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달동네1」의 이분법적 구성은 「달동네2」명주․문릉단, 감침질, 110x110cm 와 「달동네3」옥사, 응용쌈솔, 200x50cm 에서 하나의 요소만을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분화되었다. 「달동네2」에서 다양한 색상으로 분절된 조각들의 응집체인 삶의 공간을 조망하던 시선은 「달동네3」에서는 카메라의 렌즈를 끌어당기듯이 대상에 밀착되었다. 세모꼴과 네모꼴로 구성된 중첩된 집들은 공간을 압축한 듯이 이차원적으로 표현되었으나 「달동네2」에서 차가운 하늘과 대비를 이룬 따뜻한 노란빛의 단일색조를 화면 전체에 확장함으로써 작품에 사용된 전통적인 요소들은 다른 차원의 조형언어로 전환되었다. 더하여 하나의 면으로 인식되는 하얀색의 집에서 연장된 노란색의 하늘에 선(線)만으로 중첩된 또 다른"달동네"의 배치는 색으로 이분된 평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미지의 공간(空間)을 설정하였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달동네3」에서 화면 전체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데 이르렀다.
「달동네2」에서 보여 준 선(線)의 표현은 「돌담길」명주, 감침질․자수(징금수․사슬수), 110x50cm 에서 화면의 전면에 부각되었다. 「달동네1」에서 보여준 면색(面色)을 이용한 화면의 분할은 더욱 과감해졌고, 전면에 배치된 따뜻한 색조의 돌담은 곡선(曲線)으로 구획된 네모꼴들을 중첩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이들 각각의 조각들은 동일한 형태와 색조로 통일되어 하늘과 대비를 이룬다. 이 대비의 경계에는 「달동네2」에서와 같은 도드라진 선(線)으로 표현된 돌담 너머로 무한히 확장된 '깊은 공간'을 창출하였다. 「돌담길」에서 보여준 면과 면 사이에 설정된 공간의 표현은 「지와지붕1」명주, 문릉단, 감침질, 90x40cm 과 「기와지붕2」옥사, 꼬집기, 80x65cm 에서 다시 면(面)과 선(線)을 분화시키는 표현방식으로 이어졌다.
전통적인 여인들의 전유물로 알려진 규방공예(閨房工藝)'바느질'이 21세기에 지속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조하나의 작업은 독창적인 표현이 가능한 수단임을 보여준다. 그것은 물들인 바탕감을 자르고 덧대어 잇는 그녀의 작업이 조형적으로 전통적인 자수 보자기와 조각 보자기에 닿아 있지만 그 보자기에 담긴 이야기가 전혀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바느질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혈관에 비유할 수 있겠다. 시간을 기운 보자기가 감싼 조하나의 '보따리'가 풀어낼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 박경자
Vol.20120111b | 조하나展 / JOHANA / 趙하나 / fiber cra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