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furniture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배수관展 / BAESOOKWAN / 裵洙寬 / sculpture   2011_1228 ▶ 2012_0103

배수관_giraffe family_혼합재료_29×20×13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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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배수관 조각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코사스페이스 KOSA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B1 Tel. +82.2.720.9101 www.kosa08.com

Homo Ludens에 관한 몽상 ● 배수관은 대상과 물질사이의 존재론적 관계성에 관심을 갖고 이를 조형적으로 풀어내기 위하여 작품에 장인적 노고와 조각적 형상성을 부여함으로써 인식과 존재간의 파동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대상보다는 사물에 근본적인 존재의미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물체와 물체, 물체와 공간, 물체와 인간 사이의 관계 등을 통해 창조보다는 존재간의 관계성 파악에 주력해 왔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3차원적 공간에 좌대와 입체로 존재하는 조각적 존재방식에 순응함이 없이 늘 새로운 형식과 문제의식으로 작품에 접근하고 있다. 이는 세상의 부조리와 속물근성에 대한 완곡한 비판에서부터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각성, 그리고 새로운 조형성의 탐구라는 숙명적 실험정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된다.

배수관_snail_혼합재료_10.5×32×12cm_2011

배수관_turban shell_혼합재료_2011

1. 이번 개인전에서 배수관은 노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행위를 '놀이' 중심으로 접근하는 보완적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호이징가(Johan Huizinga)의 '유희의 인간(Homo Ludens)' 개념을 차용하여 작업을 풀어내고 있다. 호이징가는『호모 루덴스』에서 모든 문화 속에 나타나는 유희의 기능에 주목하면서 고대 이후 모든 사회의 문화적 동력은 바로 유희의 정신이 구체화되는 놀이와 그 다양한 양태에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때 놀이는 결코 노동의 상대적 개념이 아니다. 호이징가에게 놀이란 목적을 두고 하는 노동이 아니라 노동 자체가 목적인 노동으로 목적 편향적 노동관으로부터 균형을 잡아주는 내적 원동력이다. 이처럼 노동을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면서 그 자체에 공정한 규칙과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는 놀이를 하듯, 동화를 읽듯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배수관은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 중에서 이러한 놀이의 개념에 가장 원초적으로 봉사하는 요소가 놀이기구라고 말한다. 놀이기구는 그네, 미끄럼틀, 철봉, 시소, 정글짐 등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의 영역으로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대표적 아이템이다. 작가는 과거 기능성이나 경제성의 차원으로 놀이터에 주로 설치되다가 근래 창의 개발을 위한 체험교육과 함께 어린이들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예술작품의 수준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놀이기구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놀이기구는 시설물을 주로 다루어 왔던 조경분야는 물론 건축, 디자인 및 예술분야까지 '거리의 가구'로써 관심을 끌고 있다. 배수관에게 있어 놀이기구는 공공성과 오락성, 그리고 실용성과 조형성을 겸비한 친인간적 예술품인 것이다. ● 2. 작품「달팽이」나「강아지」에서 보이듯이 작가는 어린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미끄럼틀을 달팽이 형상으로 조형화하여 예술성과 실용성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 놀이기구는 그 기능성에만 치우치다보니 철의 차가운 속성을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안전사고의 우려가 늘 상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작가는 단순하고 세련된 색채를 통하여 금속의 차가운 속성을 완화시키는가 하면 곡선으로 처리한 외형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조형적으로도 스트리트 퍼니처의 형태와 기능을 잘 구현해 내고 있다.「소라」나「놀이집」의 경우는 어린이들의 숨는 속성을 충족시키면서 뛰놀 수 있게 고안된 것으로 이 조형물은 자연과 주변의 친숙한 대상들이 친환경적 놀이기구로서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풍경」이나「하트」,「하늘구름」과 같은 조형물들은 놀이기구의 기능보다는 스트리트퍼니처로서 공공미술로써 미니멀조각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라 하겠다. 이것은 단순히 앉아 쉬는 곳이라는 기능성에만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자연, 물질, 기호, 상징 등 동시대의 예술적 담론이 파생적으로 돌출되면서 풍부한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아울러 예술과 인체공학이 결합하여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발상으로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공공적 가능성에 대한 작가적 고민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예술은 어느 사회에서나 항상 공동체 문화의 꽃이었고 공공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예술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근거는 예술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 예술의 사회성, 그리고 문화와 예술에 대한 천부적 권리인 문화향수권(文化享受權)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 임하는 배수관이 진보적 접근개념으로 공공미술의 영역을 논리적으로 확장하고 이의 적용가능성을 탐색하는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즉 배수관은 예술작품 그 자체에만 주목하는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가 아니라 한 사회, 문화 속에서 작동해야 할 소통과 공공성의 문제에 관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늘 대중을 향하여 열려있는 개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형식실험 뿐 아니라, 작품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그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작품 자체의 일부이고 동시에 작품의 사회적인 환원이고 이 과정을 통하여 그의 작품과 주제들은 보다 다양한 맥락에서 사회와 접촉하고 상호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넓은 의미의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배수관_leaf & twist_혼합재료_15×31×9.5cm_2011

3. 한편「나뭇잎」의 경우는 자연의 형태에 근접한 듯 하면서도 어린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켜 작품에 친숙하게 접근토록 하는 작가적 기지와 조형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있어 자연물의 양식화 된 형태성은 어떤 모방적 재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내적 느낌에 의한 외적 인지능력과 연계된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자연형의 시각적 재현도 기억이미지도 아닌 하나의 기호이자 창조로 유도된 오랜 진보의 맥락으로 파악해야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조형물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자연물 같기도 한 그의 작업은 과학적 필연성을 따른다. 외형의 색은 미학적으로 증식돠고, 형태는 기하학적으로 산포되면서 수학적 대칭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 우리는 거기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을 상상한다. 그리고 예술의 진지함에서 벗어나 놀이의 자유로움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관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상과 수용, 체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미술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놀이의 장을 제공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는 미술의 사회적 효용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험실의 역할을, 또 일반인들에게도 놀이와 예술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되고 있다. 이처럼 엄격한 과학적 질서가 만들어 내는 현실적 대응과 예술적 향기가 만들어내는 몽환적 효과, 이 양자의 패러독스가 바로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는 배수관 작업의 매력이다. 아울러 이 부분이 "진지한 노동이 인간으로 하여금 창조적 발상을 가로막고 진부한 패턴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고 말하고 우리가 놀이를 할 때, 더욱 창조적이고 생산적이 되며 이것이 문화를 만들어오는 원동력"이라고 역설한 호이징가의 말이 배수관의 '꿈'과 조응하는 부분일 것이다. ■ 이경모

배수관_play house_혼합재료_2011

호모 루덴스 Homo-Ludens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 호모 루덴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유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로 인간의 본질을 유희라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이다. 네덜란드 역사·문화학자 호이징가에 의해 창출된 개념으로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학문, 예술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흔히 인간의 특징을 표현할 때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라 하여 인간이 직립하면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서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정신적 우월성을 강조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표현도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인간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무엇을 만들어 내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을 만들기도 하였다. 호이징가의 호모 루덴스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한편으로 노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행위를 '놀이'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보완적 의미를 가진다. 즉, 호이징가는 인간은 호모 파베르(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호모 루덴스(유희의 인간)이기도 함을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주장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 중에서 이러한 유희의 개념에 가장 원초적으로 봉사하는 요소가 놀이기구이다. 이 놀이기구는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의 분류영역에서 놀이기구계에 속하며, 그네, 미끄럼틀, 모래터, 철봉, 시소, 정글짐 등이 있다. 놀이기구는 공원이나 놀이터, 유원지 등에서 타고 놀 수 있도록 설치 해 놓은 여러 가지 기구들로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대표적 아이템이다. 이러한 놀이기구가 과거 기능성이나 경제성을 고려한 차원으로 놀이터에 주로 설치되던 것이 근래 창의의 개발을 위한 체험교육과 함께 어린이들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예술작품의 수준으로 놀이기구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보니 시설물을 주로 다루어 왔던 조경분야는 물론 건축, 디자인 및 예술분야까지 놀이기구(거리의 가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요즘 전 지구적 화두인 '문화'와 '융합'의 시대적 흐름으로 볼 때 이 놀이기구를 포함하고 있는 스트리트 퍼니처라는 요소는 동시대의 철학적·문화적 담론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된다. 즉, 호모 루덴스의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의 현장인 도시공간에서 창의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스트리트 퍼니처의 학문적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 작품은 에스키스(esquisse) 모형 7점과 패널 3점으로 총 10작품이며 놀이시설과 벤치로 크게 나누어진다. 놀이시설은 동식물의 원초적 형상과 부합하는 놀이기능을 부가하여 조형적으로 구상하였다.「giraffe family」는 목이 긴 기린의 특성과 신개념의 그네를 접목한 놀이시설이다. 부부기린이 아이에게 그네를 태워주는 이야기이다.「snail」,「puppy」,「turban shell」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달팽이와 강아지, 소라의 형상에 각각 미끄럼틀과 놀이공간을 접목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소라는 막 바다에서 건져 올려 바닥에 물이 흥건한 효과를 파타일을 통해 처리하였으며 내부에는 다양한 색상의 빛이 투과될 수 있도록 하여 어린이들의 재미를 극대화 하였다.「leaf & twist」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으로 올라가기는 어렵지만 잎을 타고 내려오는 흥미 유발에 초점을 맞추어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이다.「play house」는 놀이시설이지만 동식물의 형상이 아닌 도형의 원리를 적용한 '놀이집'이다. 미니멀한 큐빅 박스에 두 개의 미끄럼을 배치하여 한 곳으로 들어가지만 어느 쪽으로든 나올 수 있는 선택의 재미를 부여 하였다. ●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의 저자 Nisijawa T. 에 따르면 '스트리트 퍼니처'라는 말은 외부생활을 위한 요소로서의 도구들의 존재를 한데 묶어 스트리트 퍼니처라 명명하자는 제안이 이미 1960년대 있었다.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영국이었으며 그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몇 가지 소책자가 발행되기도 하고 루브르미술관에서 전시회나 세미나가 있기도 하였다. 일본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때 이 말이 사용되었다. 스트리트 퍼니처를 직역하면 '거리의 가구' 라는 뜻이 된다. 이와 유사한 말로 사이트 퍼니처(site furniture), 또는 어번 퍼니처(urban furniture)라는 표현이 있고 도시의 요소 부품(urban element)라고도 한다고 그의 저서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스트리트 퍼니처의 개념이 현대에 들어와 다양한 장르의 관심을 받으면서 확대 재생산되어 기능성과 경제성만을 강조한 시설물과 순순예술 작품의 중간지대에 있는 모든 조형물을 일컫는 용어로 통칭되고 있다.

배수관_landscape_혼합재료_2011

최근 공공미술의 붐으로 경계를 초월한 관련 장르간 통섭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스트리트 퍼니처에 있어서는 조각이나 디자인, 건축, 조경 분야가 장르 구분 없이 넘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디자인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기능성과 합리성을 전제로 한 디자인의 논리적인 프로세스를 공공미술에서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디자인, 건축, 조경분야에서는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에서 진보한 예술작품으로서의 작가주의적 의지가 점점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건축은 이미 거대한 예술작품이 되고 있으며 조경공간은 외부 공간 자체가 우리의 삶을 담는 세련된 문화공간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처럼 미술과 디자인, 건축, 조경, 도시계획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의 여러 전문분야 가운데 가장 많은 접촉면을 형성하고 있는 지점이 스트리트 퍼니처이다. 벤치를 시작으로 놀이터, 게이트, 볼라드, 가림막, 펜스 등에서 공공미술은 좀 더 기능성과 경제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였다. 공공디자인은 반대로 기존의 기능성과 경제성만을 고려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저급한 제품을 양산해 오다가 이제는 예술성과 창조성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을 시작하였다. 스트리트퍼니처 중에서도 벤치가 대부분인 이유로, 아트벤치는 공공미술작가나 디자이너가 기능성, 공공성, 예술성을 고려할 때 가장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예술도시를 꿈꾸고 있는 서울시는 '창의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도시 시설물들이 기존의 조악한 수준을 탈피하여 예술(디자인)이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예전에 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아트가 장소의 공간적 폐쇄성에서 벗어나 거리로 나들이를 시작 한 것이다. ● 안양시도 안양공공미술 프로젝트(APAP)를 통해 안양유원지를 차원 높은 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이 공원에 설치된 작품들의 특징을 보면, 알바로 시저의 전시관을 비롯하여 국내외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공원 전체에 배치되어 있는데 특이할 점은 미술장르 이외의 건축이나 디자인, 조경 영역에서나 보아 온 직한 벽천, 교량, 보행로, 안내판, 간판, 조경, 수목, 건물 등의 작품이 더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외국에서 초대된 작가들이 미술의 확장된 개념으로서 스트리트 퍼니처를 예술적으로 승화한 작품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눈여겨 볼만하다. 공공미술과 디자인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간다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롯본기 힐스(Roppongi hills)와 가나자와(Kanazawa) 등의 지역에서 우치다 시게루(Uchida Shigeru)와 요시오카 토쿠진(Yoshioka Tokujin) 등 유명 아티스트가 작업한 아트 벤치를 거리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이러한 스트리트 퍼니처가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명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스트리트 퍼니처의 개념이 처음 사용된 영국의 경우도 나라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붉은 공중전화와 버스 등을 통해 영국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인류초기, 예술은 인간의 욕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생겨 난 자연스런 현상으로 부족 공동체의 염원을 담은 공공성의 표현이었다. 선사부터 고대, 중세, 근대 17세기까지 미술은 공적 영역이었으나 르네상스 이후 사유화가 진행됨으로서 미술과 삶이 분리됐고 공공개념의 쇠퇴로 이어졌다. 20세기 다다이즘과 팝아트의 등장 이후 1930년대 미국 뉴딜정책 일환으로 공공미술의 개념이 싹튼 이후 사유화된 미술을 대중 품속으로 되돌리고 예술과 삶을 통합하자는 담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김현돈, 2010)『왜 공공미술인가』의 저자 박삼철도 공공미술에 대해 "의미를 찾지 말고 사용을 찾아라!" 며 '사용미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삶의 현장에서 창의적으로 처신하는 예술가와 온 몸으로 작품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함께 만드는 사용미학은 민주적이고 소통적인 미학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르페브르도 삶의 총체성으로 도시를 성찰 할 수 있는 철학, 그리고 시간·공간에 어울리게 삶의 노래를 만들어 내는 예술은 도시에 대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럼으로써 마침내 도시 자체가 작품이 되고 도시인 자체가 철학자, 예술가가 되는 삶을 상상했다. 특히 르페브르는 "도시는 작업이어야 한다. 제품이 아니라 예술 작품에 가까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배수관_heart_혼합재료_25×31×6.5cm_2011

작품은 에스키스(esquisse) 모형 7점과 패널 3점으로 총 10작품이며 놀이시설과 벤치로 크게 나누어진다. 놀이시설은 동식물의 원초적 형상과 부합하는 놀이기능을 부가하여 조형적으로 구상하였다.「giraffe family」는 목이 긴 기린의 특성과 신개념의 그네를 접목한 놀이시설이다. 부부기린이 아이에게 그네를 태워주는 이야기이다.「snail」,「puppy」,「turban shell」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달팽이와 강아지, 소라의 형상에 각각 미끄럼틀과 놀이공간을 접목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소라는 막 바다에서 건져 올려 바닥에 물이 흥건한 효과를 파타일을 통해 처리하였으며 내부에는 다양한 색상의 빛이 투과될 수 있도록 하여 어린이들의 재미를 극대화 하였다.「leaf & twist」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으로 올라가기는 어렵지만 잎을 타고 내려오는 흥미 유발에 초점을 맞추어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이다.「play house」는 놀이시설이지만 동식물의 형상이 아닌 도형의 원리를 적용한 '놀이집'이다. 미니멀한 큐빅 박스에 두 개의 미끄럼을 배치하여 한 곳으로 들어가지만 어느 쪽으로든 나올 수 있는 선택의 재미를 부여 하였다. ● 나머지 네 개의 작품은 스트리트 퍼니처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벤치를 조형적으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전개시켰다. 단순히 앉을 수만 있는 기능성과 더불어 자연의 형상이나 기호, 재료적 특성을 강조하여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landscape」는 통나무 목재를 쌓아 올려 심플한 기하형태와 대비시켰다. 자연 상태의 투박한 재료를 무수히 반복한 미시적 형태와 거시적으로는 심플하고 세련된 사각 창(window)의 형태미를 강조하여 창을 통해 보여 지는 차경 요소를 강조하여 전체적인 공간성을 표현 하였다.「heart」는 사랑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였고,「sky cloud」는 떠 있는 구름에 앉아 여유로운 담소를 나누는 현대인의 휴식을 야간에는 내측 단면에서 조명 빛이 은은하게 비쳐 나옴으로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다.「moving window」는 고정되어 있는 벤치와 테이블이지만 여러 개의 다리를 달아서 마치 창이 걸어가는 것처럼 역동성을 주어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흥미를 도모하였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더니즘적 작품으로서의 결과물이 아닌 향후 실제 공간에 재현되어 대중들과 함께 호흡을 할 때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 에스키스 작업이다. 이는 포스트모던 담론 이후 점차 비중이 확대되어 가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나 인간과 자연(환경)이라는 거시적 패러다임에 관한 본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거리의 시설물들이 공공재의 단순한 의무적 편리성을 넘어 삶과 분리되지 않는 미술을 스트리트 퍼니처를 실험하고자 하였다. ● 이번 작품전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장르를 초월한 예술의 확장성을 스트리트 퍼니처를 통해 실험해 보고자 하였으며 이는 조각영역의 확장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 배수관

Vol.20111228g | 배수관展 / BAESOOKWAN / 裵洙寬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