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의 노래

김동영展 / KIMDONGYOUNG / painting   2011_1228 ▶ 2012_0103

김동영_네잎클로버의노래 A song of Four leaves Clover_혼합재료_140×140cm_2011

초대일시 / 2011_12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김동영,네잎 클로버의 노래 ● 김동영이 작품의 모티브로 삼는 것은 네잎 클로버이다. 이곳저곳에 둥지를 튼 크고 작은 클로버들은 질화로같이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추억의 이름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경험했을, 어릴 적 산과 들을 헤집고 다녔던 기억들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황창순 시인의 「네잎클로버」란 시에는 "어릴 적 잔디밭에 꿈을 찾아 노닐다가 풀꽃반지 한두 번 손가락에 끼워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행운을 상징하는 의미있는 그대는 네 잎의 날개를 달고 기쁨을 선사했네"란 구절이 나온다. 분명 김동영의 회화작품을 볼 때도 시인이 말한 것과 같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영_네잎클로버의노래 A song of Four leaves Clover_혼합재료_140×140cm_2011

김동영의 회화는 자연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연의 재현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 자연의 재현 자체를 겨냥했다면 사실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디테일에 신경을 기울였겠지만 그의 작품은 오히려 네잎 클로버를 암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는 상징성을 띠면서 여러 색채와 질료와의 어울림속에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작품을 볼때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이미지라기보다는 조형적인 부분, 즉 산뜻하거나 그윽한 색감과 확산적인 공간감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두 요인의 발란스를 맞추어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소재의 감각적인 부분과 그것을 떠받쳐주는 형식이 숙성되어 있고 잘 영글어져 있는 셈이다. 전체가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김동영_네잎클로버의노래 A song of Four leaves Clover_혼합재료_91×91cm_2011

특히 조형적 내재성을 잘 엿볼 수 있는 부분은 '경쾌한 필선'과 '담백한 질료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점을 검토해보면, 첫째 그의 화면에서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경쾌한 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운필의 표정을 감지할 수 있는데 순식간에 어떤 형태를 만들어놓은 것에서 액센트를 가한 것, 묵직한 힘이 실려있는 것, 날쌘 제비가 물을 차고 올라가듯 날렵한 것, 낙서하듯 자유롭게 그은 것까지 여러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필선은 화면에 운동감을 주면서 그림을 흥겹고 경쾌하게 만든다. 춤추듯 그림에 활력을 넣는 것은 그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구김살없는 필선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둘째는 여러 재료에 의해 구축되는 '담백한 질료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화면은 단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밑칠과 지우기, 그리고 다시 채색과 같은 요인의 반복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히 화면의 정황을 살펴보면 마치 도장처리한 듯 매끈한 면이 있는가 하면 뚝배기처럼 우둘두툴한 면, 솜이불처럼 포근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의 면이 있다. 같은 화면에서 여러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작가는 입자가 굵은 돌가루를 섞고 캔버스를 오려붙이는 등 무엇보다 바탕처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근래에는 돌가루와 콜라주를 사용하여 잔잔한 조형의 울림을 지닌 깊이감있는 공간을 구축해내고 있다. 왜 그는 화면의 질료감에 주의를 기울일까. 바탕의 질료감이란 논밭과 같아서 비옥한 농지가 되어야만 풍족한 소출(所出)을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논밭이 거칠고 메말라 있다면 만족할만한 소출을 기대할 수 없듯이 그림에 있어서도 비옥한 바탕이 전제될 때에 비로소 소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찌게의 맛을 내려면 잘 우려낸 육수를 써야하듯이 말이다. 김동영이 질료감은 이런 기본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동영_네잎클로버의노래 A song of Four leaves Clover_혼합재료_91×91cm_2011

근작에선 단순화가 눈에 띄는데 공간을 몇 개의 포름으로 나누거나 차분한 색조가 자주 목격된다. 몇몇 작품에선 신라 토기를 연상시키는 기와색조가 그림의 격조를 높여준다. 물감으로 얻은 색조가 아니라 자연이 조성한 것같은 무채색은 세월의 나이테가 켜켜이 새겨있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뒤에 찾은 어떤 안도감과 평화로움을 연상시킨다. 그 색은 인공의 색이 아니라 신비를 머금고 있는 색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김동영_네잎클로버의노래 A song of Four leaves Clover_혼합재료_72.5×72.5cm_2011
김동영_네잎클로버의노래 A song of Four leaves Clover_혼합재료_72.5×72.5cm_2011

작품의 내적인 부분을 살펴보았으므로 작품의 중핵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차례가 온 것같다. 그의 작품은 네잎 클로버로 가득차 있다. 네잎 클로버가 그토록 많다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차원을 넘어 뭔가 뚜렷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연 작가가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 클로버에 애착을 기울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네잎 클로버의 꽃말인 행운이란 우리가 예상치 않게 횡재를 하거나 수지를 맡았을 때 찾아온 복을 일컫는다. 가령 전혀 기대하지 않은 기회을 맞았을 때 우리는 행운을 잡았다고 말한다. 작가가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 클로버를 고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축복의 연속이라고 여기며, 행운은 바로 자기 자신이며 자신안에 있고, 자신의 삶속에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삶의 통찰은 크리스천으로서의 인생관과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 즉 삶 자체를 창세전부터 하나님이 예정하신 일이요 선물로 여겨 하나님의 자녀됨과 자신의 존재를 기뻐하며 감사하는 것이다.

김동영_네잎클로버의노래 A song of Four leaves Clover_혼합재료_72.5×72.5cm_2011

영국의 시인인 토마스 트래험(Thomas Traheme)이 그랬듯이 그도 세상을 "무한한 아름다움을 비추는 거울" "장엄한 사원" "빛과 평화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것같다. 어찌 인생에 황홀한 무지개빛만 있으랴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세상을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보며 어떻게 '나날의 기적'이 펼쳐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자신의 일상을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는 성소요 계시의 장소로 여긴다. '네잎 클로버'는 일상속에 편재하고 있으므로 매순간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의 작품을 보면 영혼에서부터 솟아오르는 환희에 몸을 내맡긴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환희가 작품의 일상음료와 양식이 되게 만들고 있는 것같다. 예술가가 이런 환희를 작품안에 저장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 젊음의 활기를 잃고 휘청거리거나 비틀거리는 사람이라면 피클을 만들고 보존하듯이 기쁨의 가락이 자신을 절이고 보존하게 만드는 것이 요구된다. 그 기쁨이 나를 움직이는 연료가 되게 하려면 항구적인 영원의 샘물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지구가 낮에 밝은 것은 태양이 비추고 있음 때문이요 밤에 환한 것은 달이 비추고 있기 때문이듯이 자아가 환희에 휩싸이는 것은 진리의 접목 또는 조명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필자는 실재와의 만남과 진리의 구속이 이전에 깊고 심오한 세계를 경험했던 신앙인들처럼 김동영의 회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믿는다. ■ 서성록

Vol.20111227d | 김동영展 / KIMDONGYOUNG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