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예술

이종우展 / LEEJONGWOO / 李宗佑 / painting   2011_1222 ▶ 2011_1228 / 월요일 휴관

이종우_산책의 예술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603g | 이종우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성 GALLERY SUNG 대전시 서구 둔산동 1472번지 3층 Tel. +82.42.486.8152 cafe.naver.com/gallerysung.cafe

이종우는 산책을 한다. 그는 탐색하지 않는다. 그는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무언가에 시선을 잠시 맡겨두었다가 잠시 후 다른 곳으로 옮겨 또다시 두리번거린다.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그의 시선은 눈앞의 풍경을 흘낏 쳐다보고는 이내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린다. 느긋하게 걸어 다니며 이것 저것 둘러보기. 산책자의 시선이다. 산책은 뚜렷한 목표지점이나 목적을 가지지 않고 공간을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의 모습들을 눈여겨 보고 귀담아 듣는 태도이다. 이종우는 도시생태와 자연생태, 그리고 우리 삶의 모습을 두루 꿰며 산책한다. ● 이종우는 산책자의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둘러보며 그 풍경이나 장면, 상황들을 그림 속에 담아낸다. 그의 시선은 특정한 사건이나 장소에 고정해 있지 않고 언제나 유동하는 상태에 있다. 따라서 이종우가 그림 속에 풀어 놓은 그의 시선은 상황이나 사건을 전달하기 위해 치밀한 관찰을 통해 정확하게 대상을 묘사한다거나 정황을 재구성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인간의 문명사회가 만들어내는 규칙이나 제도들을 자연의 모습과 병치하거나 대비하는 방식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종우_산책의 예술

예술가로서의 자기 색채를 만들어가던 10년 전의 그는 도시 안팎의 풍경을 담았다. 그 풍경은 섬세한 재현이기보다는 무심한 듯 그려낸 심상의 표현이었다. 당시의 그는 커다란 색면으로 처리한 풍경의 곳곳에 잔붓질과 스크래치를 가미했다. 큼직하게 분할한 색면 위에 형상을 그려넣음으로써 색면추상의 회화성을 얻어내는 동시에 구상회화의 서사성을 담아냈다. 이종우 스타일의 큰 특질은 초기작에서 거의 그 틀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는데, 색면추상에 의한 전면회화의 특징과 더불어 심플한 형상표현 등이 그것이다.

이종우_산책의 예술
이종우_산책의 예술

거의 모든 사물의 형상을 단색으로 처리하는 심플함은 이종우 그림의 매우 큰 특질이다. 게다가 형상들을 동일한 크기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원근법을 파기하는 것도 심플함을 심화하는 요소이다. 배경과 사물 모두 평면적이다 보니 그의 그림은 매우 심플한 형상표현과 배치로 일관하고 있다. 윤곽선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형상표현으로 인해 그의 그림은 평면화(化)라는 기조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 때로 선묘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곳도 대체로 한 붓질로 완성하는 몰골법(沒骨法)의 의거하고 있다.

이종우_산책의 예술

색면에서 색점으로의 변화는 그의 근작이 이전과 크게 변별하는 지점 중의 하나이다. 큰 틀에서 화면 전체가 하나의 색면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세부는 색점을 쌓아올린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물감의 물질적 특성과 붓질의 유동성을 따라서 편안하게 그릴 수 있는 그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부드러운 그림 그리기는 화가의 자의식이나 목적의식에 따르기보다는 화가의 감정상태를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는 편안한 붓질을 최대한 살리는 그림그리기이다.

이종우_산책의 예술

이종우의 근작들은 색점의 반복을 통하여 구축한 반추상의 평면 위에 사물의 형상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그의 화면이 평면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화면 모든 곳에 색과 형상을 배치하는 전면성으로 인하여 그 평면성을 배가하고 있다. 아크릴 물감을 여러 겹 덧칠해서 두께를 만들고 그 두께와 더불어 화사한 색채를 돋보이게 하는 색점의 구성으로 인해 이종우의 화면 전체는 일관성 속에서도 섬세한 변주를 얻어낸다. 이렇듯 이종우는 무수한 색점들로 평면성과 전면회화의 기본틀을 갖춘 후 우화적인 소재의 상황표현을 가미한다.

이종우_산책의 예술

얼룩무늬의 옷을 빨랫줄에 걸어놓고 그 옆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은 필시 얼룩말이렷다! 테니스코트에서 입맞춤하고 있는 녀석들도 분명 뿔 달린 남자 사슴들이다. 경기장의 트랙과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상징인 얼룩말을 병치함으로써 문명과 자연을 대비한다. 회전목마와 얼룩말도 마찬가지다. 사냥꾼과 뱀, 자동차와 말 등이 공존하는 그의 회화는 우화 속의 블랙 유머를 포함하고 있다. 스프링을 단 놀이공원의 말과 회전목마의 말과 초원 위의 말, 얼룩무늬를 벗은 얼룩말과 얼룩무늬를 입고 있는 얼룩말 등 역설적인 상황들을 도처에 늘어놓고 있다. 이종우는 자연생태의 모습을 도시생태나 인간생태의 문제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회전목마 속의 말과 풀밭 위의 말 사이에는 인공의 문명과 자연, 허상과 실재, 반복과 유동 등과 같은 이분법적인 요소들이 들어있다. 이 역설의 상황들을 그림 속에 담아내는 예술가 이종우에게는 인간의 문명도 자연의 생태와 같은 맥락 위에 놓여있음을 드러내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는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자연에 비유한다. 우리시대의 삶을 산책자의 시선으로 둘러보며 간결한 언어로 자연과 인간과 문명을 이야기하는 이종우의 회화에는 웃음여유가 있다. ● 구작들이 풍경의 재현이었다면 근작들은 상황의 표현에 가깝다. 근작에서 그는 문명과 자연, 동식물과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는 우화적인 회화작품을 하고 있다. 색면을 완성한 후 그 위에 세부의 형상표현을 하는 시도하는 이전의 초기작들과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림의 내용은 사뭇 다르다. 그의 근작들은 실경을 바탕으로 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는 실재의 풍경이라기보다는 현대사회의 상황들을 화면 위에 재구성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사건이나 상황들을 대표하는 기호들을 이용해서 우화를 써내려가는 이종우는 우리시대를 성찰하는 산책의 예술가이다. ■ 김준기

Vol.20111223c | 이종우展 / LEEJONGWOO / 李宗佑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