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작은 몸 위에

달빛 아래 나무 그늘이 문신처럼 새겨진 몸이 있다. 한밤중에 마당에 나타난 노루처럼, 풀숲에서 마주친 뱀처럼 나타난 몸. 익숙하지만 놀랍고, 아름답지만 무서운. 지나가길 기다려야하나 아니면 다가가야 하나, 하고 망설여지는 몸.

너의 눈동자 속에 초승달이. / 너의 눈동자 속에 초승달이. / 노랗게 차오르는 밤이면 / 너의 몸의 온기가 내게 스며들어 / 마음속의 허전함을 채우네. / 잔에 물이 차듯이, 꽃에 꿀이 차듯이 / 하늘에 달이 차듯이 / 찰랑찰랑 소리가 들릴 듯이.// ■ 최선경

최선경_길 위의 숨결_종이에 아크릴채색_ 49×69cm_2011

최선경_길 위의 숨결_종이에 아크릴채색_52×72cm_2011

최선경_still life_종이에 아크릴채색_71×49cm_2011

최선경_still life_종이에 아크릴채색_71×49cm_2011

최선경_개똥이1_종이에 아크릴채색_71×49cm_2011

최선경_개똥이2_종이에 아크릴채색_71×49cm_2011

이 작업들은 스쳐간 장면, 수집된 사물, 남겨진 것들이 말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수집된 이미지들은 마음이 지나간 흔적이기도 하다. 이런 흔적들은 대개 지나쳐 버리고 나면 있었던 사실 조차 알 수 없게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큰 비를 내리기 전 멀리서 으르렁거리는 하늘처럼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어디서나 흔하게 널려있는 흔적들이 말하는 이야기. 이 사소한 기억들이 없는 삶이 얼마나 쓸쓸해 질 것인지는, 마음에 흔들림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되서야 느끼게 된다. ■ 최선경

Vol.20111219g | 최선경展 / CHOISUNKYOUNG / 催善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