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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216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8:00pm / 일요일,12월 30일 휴관 쇼윈도우 24시간 관람가능
텀갤러리(플레이스막) TERM GALLERY(placeMAK)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4-5번지 라피스라줄리 Tel. +82.2.554.1155 placemak.com/term_gallery
『F』展을 준비하는 플레이스막 사무실의 건물주 리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 다락방에 숨어 극적으로 목숨을 지켰다. 같이 숨어있던 리 할머니의 어머니는 적들이 마구 쏘아대는 총탄에 발등을 맞으셨다. 계속되는 공세에 발목이 모두 잘려진 상태로 숨어있었어야만 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어머니는 잦아진 총성 사이로 겁먹은 딸을 업은 채 잘린 발목을 이끌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총에 맞아 죽어버린 가족들을 살필 틈도 없이 뛰어 탈출하셨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 반공교육을 받은 내게도 전쟁의 참혹함이 절박하게 느껴지는 실화이다. ● 유재연 작가는 전쟁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았다. 전체주의의 국가들이 붕괴된 이후 그 이상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예술적 가치들로 남아있는 듯하다. 인터뷰 중 전쟁에 대한 작가의 잦은 의견을 들으며 처음으로 작가의 신상이 궁금해졌다. 내 딴은 어쭙잖은 판단으로 뻔한 관찰을 하려고 했나보다. ● 유재연 작가는 전쟁의 실상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 존재하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허구화 되는 시점을 바로 잡으려 한다. 우리들은 자신의 상황만을 이야기한다. 본인이 경험한 사실을 상대방이 허상이 아닌 실제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입장이 바뀌어 누군가가 나에게 이해를 원할 때 상대방의 사실이 실제로서 받아드려지는가?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상대적 관계를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사실에 대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아닐까? 작가는 끊임없이 궁금해 한다. 이라크전쟁, 9.11테러와 같은 비이성적인 사건들이 작가 본연에겐 실제인지 허상인지를...
인간들의 이율배반적인 상대적 관계에 대한 천태만상에 의문을 품고 전쟁이라는 지구촌 사건을 의도적으로 예를 들어 표현해 보려는 것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극단적인 사건들에서 유재연 작가는 오히려 가상의 실제를 만들려 노력한다. 눈앞에 닥치지 않았고 경험해보지도 못한 실제 사건들의 속내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시공간을 무시하며 또 다른 차원의 실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주제지만 어릴 적 즐겨보던 『톰과 제리』와 같은 만화들과 비교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선악의 행태에 대한 구별이 아닌 폭력성에 대한 작가만의 판타지를 그린다.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픽사 등 거대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동화적 발상들을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의 이면과 함께 분석해 보려는 시도이다. 유재연 작가는 끊임없이 양면을 보려고 노력한다. 텔레비전의 볼록한 브라운관에 비친 집안 풍경은 작가에게 낯설고 어색했으며 그 마저 현실에 대한 다면 중 하나를 찾게 했고, 다시 실제적 허상으로서 비춰 보았다. 작가는 그 상(像)들을 동화적으로 성형화 시킬 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처럼 관객에게 환경 자체를 던지려 노력한다. 봄이 되면 몸이 한결 거풋해져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것처럼 작가도 아주 일상적인 표현들로 관객을 실제의 테두리 안에 자리하게 한다.
『F』展 에서는 이제까지 작가가 그려왔던 폭력적 판타지를 평면이 아닌 설치로 표현한다. 거칠고 잔인한 방식이 아닌 어린 시절 느꼈던 동화의 부드럽고 환상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하고 실제를 조명한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울 수 있는 작가만의 상상계에 처음 발을 들일 때에는 참으로 어려웠다. 동화적임과 실제의 참혹함 사이에서 동화(同化) 되어야만 했던 유디렉도 허상으로 실제를 느꼈다. ● 이번 유재연 작가의 전시는 어쩌면 나르시즘으로 변질될 고뇌의 산물일 수도 있다. 인간의 이중성을 건드리는 작가 자신의 태도에 스스로 대견해하고 자만할 수도 있다. 변질된 허상의 판타지와 상상계는 누구든 쉽게 추론하여 대치 가능한 미학적 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안심이 되는 것은 유재연 작가의 자연스러운 발견에서 나오는 허상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 작품에 깃들여있다는 것이다. 나는 작가에게 물었다, "왜 전쟁이오?", "저는 지금 안네처럼 일기를 쓰는 것 뿐이에요." ■ 유디렉
「F」展 에서는 WAR(전쟁) 이라는 단어에서 작가 개인이 피상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들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비단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피지컬(physical)한 전쟁뿐 아니라 개인, 관계,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 작은 동물의 죽음 등 극히 미시적인 관점까지 아우르는 이미지들이다. 전 지구적인 대서사시를 품는 'WAR'라는 어마어마한 기호는 '나' 라는 개인의 경험, 상상, 예측 등에 의해 머릿속에서 걸러지게 된다. 이로써 그것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라크 전쟁', '9.11'테러 같은 이미지들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지는 듯 보인다.
1. 내 인생의 모래인간 ● 2009년부터 종이 조각을 실제 상황에 설치하는 작업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이는, 실제로(physically),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작업 중 하나인 「bitter sweet」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그 드로잉 조각들이 연출하는 상황들은, 나의 유년기의 생생하지만 이상한 기억들의 나열이다. 각각의 장면에서 비논리적이고 낯선 사물들을 종이 조각으로 만들어 실제 상황에 설치한 연출 사진들이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나에게 무척 진지했던 사건들이 사실은 절대 있을 수 없었던 허구라는 점이 실제 기억의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예측, 상상은 '환상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상문학에서 이야기하는 '환상성'의 기본적 요소는 이것이다. 독자나 작중 인물이 소설을 경험하며 그것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것. 경험적인 사건인 지, 초자연적인 사건인 지 판단이 불명확한 것. 나의 이성이 판단하는 세계, 감성이 추구하는 상상의 세계는 온통 환상성의 요소로 가득하다.
2. 무서운 것들로 가득한 세상, 상상전쟁 ● 디즈니의 가상현실과 실제 세계의 전쟁 scene을 오버랩 시켜 그리는 페인팅 또한 '환상과 미메시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관심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다. 어릴 때부터 환경에 의해 주입 받은 '환타지'가 지금 현실과 어떻게 상충되고 혼합되어 그 경계를 이루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유희적이고 만화적인 각종 가상이미지들이 사용된다. 이렇게 삶과 밀접한 '듯' 보이는 가상 이미지들은 지금 현재 나에게 '보는 것' 과 '보여지는 것'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하여 나는 캔버스 안에 새로운 풍경, 새로운 세계 (new fantasia)를 그리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착시로 인해 기존의 것과는 조금 다른 내러티브의 이미지들이 서로 엉켜 하나의 풍경으로 읽혀지는 현상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되었다. 예를 들면 「미녀와 야수」의 중, 야수가 인간으로 변하는 장면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던 별똥별 이미지가 전쟁 보도 사진과 함께 그려지자, 마치 미사일이나 최루탄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폭력적인 이미지로 보여지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이미지들이 한 순간에 끔찍한 이미지로 연상되는 순간을 경험한 후 만들게 된 작업이 바로 5분 40초짜리 영상인 「make me think about war」이다. 이 영상은 전쟁에 대한 생각, 상상을 유도하는 교육 비디오이다. 전쟁이 무섭고, 앞으로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영상 속 화자는 담담하게 관중들을 교육시키는데, 고작 보여주는 거라고는 디즈니 만화영화와 낙서 같은 드로잉들,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흔한 이미지들이다. 화자는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추상적이고 상투적으로, 혹은 공상에 가깝도록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로 관객을 이끈다. 내가 의도한 것은 관객이 이 영상을 볼 때, 현실적이고 무거운 주제에 대한 환상적인 방법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었다. 전쟁이라는 슬프고 위험한, 어마어마한 이 시대의 화두를 재미있고 가벼운 어투로, 환상적인 이미지들로 이야기하는 것. 이러한 상황 자체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많은 이미지들과 정보에 뒤엉켜 살고 있지만, 수학적이고 미디어적인, 추상적인, 미경험적인 사건이나 개념에 대해서는 만져지지도 보여지지도 않기 때문에 그저 그 형상을 상상하거나 미루어 예측할 수 밖에 없다.
3. F ● 전쟁 보도 사진 속 선명하게 찍혀있는 전투기들. 그 미국 공군 전투기에 새겨져 있는 F-16이란 글자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미 공군 전투기는 모두 F계열로 통일되어 있었다. 나는 그 F를 보고 많은 단어를 연상했다. Fantasy, fake, fear, free, faith, Fairy tale.. 알고 보니 전투기에 적힌 그것은 Fighter, Fighting의 F였다. 괜한 단어들만 떠올렸다는 사실에 헛웃음을 지었다. ● 나는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 서울에 살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는 6.25를 경험하고 반쪽으로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다. 심지어 지금까지 휴전 중이라고 한다. 무언가 아슬아슬 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이게 무섭다. 어릴 적, 나에게 전쟁이라는 것은 교과서 안에 나오는, 할아버지에게 전해 듣는 6.25 시대의 암울한 풍경, 마루에 놓인 TV 속에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중학교 수업 시작 종이 울리자마자 저쪽 나라에서 이라크 전쟁이 터졌다고 뉴스 문자가 왔던 것, 그리고 몇 번이고 읽던 책 중 하나인 '안네의 일기' 속 소녀가 읊조리는 어떤 비극이었다. ● 연말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니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WAR IS OVER, PEACE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어디서나 누군가는 언제나 이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 궁극적인 유토피아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슬로건들이다. 나는 나의 작업에 이런 이야기들을 곱게 맥락화시키고 싶었다. '전쟁을 끝내자, 세계 평화를 외치자'가 아니라 항상 뭉뚱그려져 있는, TV 화면 안에, 영화 안에, 책 속에서 읽었던 이미지가 아닌, 내가 이끌어내는 전쟁에 대한 풍경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나는 「make me think about war」의 화자처럼 겉도는 이야기, 주변부에 밀려나 있는 이야기들만 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것,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 내가 이 전시에서 이야기하는 WAR는 앞서 말했듯, 실제의 물리적인 전쟁이라기보다는 '나와 너 사이' '인간으로써 죽음에 대항하는 것'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갈등' '아픈 강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 '시간을 놓쳐버려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는 것' 등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미세한 갈등요소들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모여 이루는 하나의 풍경. 그것이야말로 끔찍할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전쟁일 것 같다. 환상 찌꺼기 같은 드로잉들이 한 공간 안에 응집되어 있는 풍경.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하고 무엇이라도 행동하길 바란다. 그것이 좋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 유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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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1218e | 유재연展 / YOOJAEYEON / 柳在妍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