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21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희수갤러리 서울 종로구 팔판동 128번지 1층 Tel. +82.2.737.8869 www.heesugallery.co.kr
김형길의 우화와 해학 ● 그는 언제나 현재 여기에 거주하면서 영혼은 무수하게 해체하여 분리 가능케 해 시공의 경계를 초월하여 유랑한다. 유랑하는 영혼은 그의 상상력이 점화될 소재와 만나는 순간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설화로 탄생한다. 그것은 조작된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라 하겠다. ● 첨단과학기술과 대량소비사회가 만들어내는 갖가지 조작된 정보와 이미지에 도취되어 그것과의 동일화를 꿈꾸는 우리에게 주체의식을 견지하는 일은 하나의 허구나 환영에 불과하다. 사물로 새로 물고기로 로버트로 변신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김형길의 자화상은 바로 이성적 주체가 해체된 시대의 인간상인 것이다. 그리고, 버려진 기물을 인체의 기관으로 재생시킴으로써 표면화된 그의 능란한 변신술은 본래 그의 조형작엄의 원천이며 그의 작업을 유니크하게 만들어주는 지지대이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화면의 바탕은 내용을 포장하기 위해 규격화하고 각종 광고의 메시지를 싣고 있는 상품의 포장상자이다. 포장상자란 내용물을 안전하게 운송하고 상품이 꺼내지면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폐기 되어야할 운명을 지닌 것인데 거기에 돌가루가 섞인 물감을 도포하여 이야기의 무대로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업과정은 그야말로 산업화된 도시 속에 개인적 존재로서의 본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본래의 진면모를 소생시켜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를 회복하도록 은밀히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김형길의 우화와 해학으로 이루어진 변신이야기는 작은 단위로 이루어진 낱개의 세계가 점차 증식되어 공간을 메워가면서 천일야화를 풀어가듯 전개된다. ■ 김영순
이종한 '현실에 대한 맛보기' ● 아직 그의 일상과 생의 성향이 파악되기 전,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지그시 실눈을 뜨고 쳐다보면, 확실히 그는 어린아이에 가깝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금방이라도 히히~ 거리며 고개를 약간 돌려 엉뚱한 말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것 같은, 그는 천성이 낙천적이며 한마디로 천진난만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유치원생이나 그릴 법한 원시적인 이미지! 해, 달, 별, 구름, 산, 나무, 집, 연필, 기차, 사다리, 빚, 새 그리고 잠수함... 생각해 보라! 그가 이렇게 원초적인 이미지 외에 그려 낸 추상적인 형태의 그림들이 있었는가? 그는 확실히 유치원 어린아이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아주 '새콤하다'고 표현한다. 나는 그의 그림 속에서 확실히 새콤한 맛에 코끝을 찡그리며 군침을 삼켰다. 우린 아주 오래전부터 인생의 씁쓸한 맛에 길들여졌고 진정 살맛이 날정도로 우리를 사로잡았던 '새콤한 맛'을 잊었었다.
나는 불혹의 중심에 접어든 이종한이 무엇을 깨달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와 같이 소위 우리시대, 386집단이 겪어온 근대주의의 망령과 서구식 모더니즘의 마지막 압박과 같은 타인의 관념에 시달리며 순수 예술의 허황된 과업을 성취하기 위해 얼마나 헛되고 미련한 갈등에 직면했었는지 알고 있다. 그의 고민은 현실 또는 실재하는 현존재, 혹은 바로 지금 여기('Here & Now'는 오랫동안 그의 작품 명제이었다.)의 문제였다. 예전의 명제를 보라! 대문자 'H'와 대문자 'N' 사이엔 얼마나 많은 고뇌가 서로 밀고 당기며 수직으로 근엄하게 막아서서 제3세계의 소시민으로 살아온 순진무구한 '화가'들을 위협하고 있었는지... 그는 이번 그림에서 모두 싸잡아 똑같은 맛의 소스로 버무려내는 모더니스트의 허상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있다. 조금 엉뚱할지 몰라도 그의 현실은 견뎌야 할 대상이거나 타협하고 실천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대해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며 맛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동 시대를 몸으로 부대끼며 스스로 현실을 수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고 할까.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의 화폭 위를 그처럼 미각을 세워 천천히 더듬어 보면 약간 짜거나, 눈시울이 젖을 정도로 매콤하거나, 알싸하게 퍼지는 묘한 향기 사이로 목젖을 잡아당기는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이광록
Vol.20111216d | 상상력-김형길_이종한展